[유튜브 파헤치기] 간신히 표절 벗어나는 천재 작곡가, '카피추'
[유튜브 파헤치기] 간신히 표절 벗어나는 천재 작곡가, '카피추'
  • 이지원
  • 승인 2020.03.13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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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본래 '표절'이라 하면 수많은 소비자들의 '불매'를 부르기 마련이었다. 노래와 책, 드라마 등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표절에 소비자들은 예의주시하고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유튜버에는 반응이 다르다. 자신이 작곡한 곡이라며 여유롭게 노래를 부르지만, 누가 들어도 익숙하다. 기존에 있는 곡을 자유자재로 바꿔 부르는 이 남자는 표절을 절묘하게 빗겨가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요즘 내 웃음 버튼이다"라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표절에 예민하던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유튜버, 대체 그 매력이 무엇일까. 간신히 표절을 벗어나는 천재 작곡가 '카피추'를 소개한다.

(사진=유병재 채널의 '(꿀잼) 창조의 밤 "표절제로" (with 카피추) 1부' 영상에서 캡처)
(사진=유병재 채널의 '(꿀잼) 창조의 밤 "표절제로" (with 카피추) 1부' 영상에서 캡처)

피카츄 아니에요, 
'可避醜(가피추, 가능하면 추한 것은 피하자)'

방송인 유병재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는 '문학의 밤'이라는 대표 콘텐츠가 존재했다. 랩 대회와 줄임말 만들기, N행시, 자기자랑 등 소소하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문학의 밤은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부분의 영상들이 100만 조회수를 넘겼으니, 그 인기는 말하지 않아도 알 법하다. 

하지만 최근 문학의 밤을 이을 새로운 '밤' 시리즈가 탄생했다. 게스트를 모시고 자작곡을 듣는 '창조의 밤'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물론 게스트는 카피추다. 등산객들이 버리고 갔다는 그 기타를 주워들고 산 속에서만 생활하며, 취미로 음악 활동을 하는 50대의 '산남자'를 콘셉트로 잡은 카피추의 첫 등장이었다.

2019년 10월 창조의 밤 코너에 카피추가 처음 출연하자 댓글창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알려져 있는 원곡에서 자신의 멜로디와 가사를 덧붙인 노래를 부르며 표절과 창작의 수위를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가요와 만화주제가, 동요 등 무엇 하나 가리는 것도 없었다. 제목과 가사도 원곡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절묘하게 비튼 노래와 센스있는 가사는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았다. 원작자의 앞에서 원곡을 복사한 노래를 부름에도 그는 당당하다. "자작곡이 맞다"며 뻔뻔한 태도를 고수한다.

카피추의 아기상어라지만 영상 댓글에 달린 원작자의 댓글 (사진=카피추 유튜브 채널에서 캡처)

심지어 인기 동요 '아기상어'를 절묘하게 복사한 '아기상어라지만' 영상에는 아기상어 공식 채널과 원작자인 '핑크퐁'의 댓글도 달렸다. 정말 표절로 신고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지만 원작자 역시 "응 너 신고!"라며 유머 섞인 댓글을 달 뿐이다. 시청자들 역시 "어르신이 심심해서 만든 것에 눈감아 주시죠"라며  웃어 넘긴다.

절묘하게 이어지는 표절 릴레이에 어이없는 웃음을 지은 시청자들은 어느새 카피추의 노래를 따라 부른다.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카피추는 유튜브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B급 정서를 관통했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인기에 총 카피추가 출연한 창조의 밤은 3편의 시리즈로 제작됐다.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가수 카더가든을 손님으로 초대해 듀엣으로 노래하며 한 차례 더 영상을 촬영했으며, 협찬을 받는 뜻깊은 경험을 하기도 했다.

카피추의 처음은 초대손님에 불과했지만 그에 열광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2019년 11월에는 자신의 채널도 개설할 수 있게 됐다. 뜨거운 인기에 채널 개설 2시간 만에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을 기념하는 '실버버튼'을 받는 기록을 세웠다. 2020년 3월 13일 기준 구독자 수는 37만 명, 전체 영상 조회수는 1075만 명을 넘어서며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능에도 얼굴을 비추고 있다. JTBC의 '아는 형님' 취업상담소 코너, MBC '전지적 참견시점'을 통해 예능에도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예능 출연은 다른 유튜버들과는 조금 다르다. 일반 유튜버들이 인터넷 방송에서 예능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면, 카피추의 경우에는 TV에서 유튜브로, 그리고 다시 TV로 되돌아왔다는 점이다. 

(사진=tvN D CLASSIC 채널의 '카피추 (추대엽) 코빅시절!' 영상에서 캡처)
(사진=tvN D CLASSIC 채널의 '카피추 (추대엽) 코빅시절!' 영상에서 캡처)

추대엽 - 카피추, 

'부캐'로 누린 제 2의 전성기

카피추의 본명은 추대엽. 2000년대 이후 MBC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날고 기는' 개그맨 유망주 중 하나였다. 카피추의 '음악 개그'는 이 시기부터 시작해 온 것이다. 기성 가수 못지 않은 가창력을 지녔던 추대엽은 가수 정엽과 성시경 등을 패러디하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하지만 조금만 떠올려 보면 알 수 있듯, 당시 개그 프로그램은 하향세를 탔다. 오랜 시간 인기를 끌었던 개그 프로그램들이 하나둘 문을 닫으며 추대엽이 설 자리도 사라졌다.

MBC 개그 프로그램이 폐지되자 추대엽은 tvN의 새로운 개그 프로그램인 '코미디 빅리그'에서 같은 콘셉트로 관객 앞에 섰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3개월여 만에 막을 내렸다.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을 하며 좌절할 때 추대엽의 음악 개그를 사랑하던 유병재가 수소문 끝에 추대엽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이 연락을 계기로 곧장 창작의 밤 코너가 마련됐고, 20년 가까운 추대엽의 개그 인생을 180도로 바꿔 놓았다. 카피추의 노래를 듣는 유병재의 표정을 보며 시청자들이 '웃음 참기 챌린지'라 표현할 만큼 대단한 팬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추대엽은 카피추라는 '부캐'로 제 2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자신의 본모습은 콘셉트 뒤에 숨기고 개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마치 유재석의 '유산슬'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카피추의 개그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 역시 다수 존재한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날까지, 카피추의 '표절 줄타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업로드 될 그의 영상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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