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성전문 집수리 서비스 '라이커스', "안심할 수 있는 서비스 만들고 싶었어요"
[인터뷰] 여성전문 집수리 서비스 '라이커스', "안심할 수 있는 서비스 만들고 싶었어요"
  • 김보연
  • 승인 2021.07.27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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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수리기사로 구성된 주택수리 서비스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걱정하는 집수리
사소한 의뢰라도 친절하게 응대받는다

한번쯤 집에 혼자 있을 때 도어락이나 전기용품이 고장나 어려움을 겪은 적이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수리 비용과 수리업체 등 감이 안 잡히죠.

여성 1인가구라면 더욱 홀로 있는 집에 외부인을 부르는 건 또 겁이 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런 가운데 그간 수리 업계에 보지 못했던, 여성 수리기사만으로 구성된 집수리 서비스인 라이커스(LIKE-US)가 등장했습니다.

전등, 콘센트, 스위치와 같은 전기 품목부터 수전, 세면대, 변기와 같은 수도 관련 제품을 교체해주고 가구 조립이나 도어락 설치 등의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라이커스를 운영하고 있는 안형선 대표를 통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사진=LIKE-US)
(사진=LIKE-US)

Q. 라이커스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A. 1인가구로 오래 지내온 경험에서 집 설비가 고장 날 때마다 '왜 수리하는 여성 기술자는 없을까?'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팀원들과 이 주제에 대해 깊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여성 수리 기술자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 등 사회적 문제와 결부되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집수리 서비스'는 사회적으로도 특히 여성에게는 하나의 안전망으로써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래서 주변 지인들에게 아이디어가 어떤지 물어보고, 괜찮다는 반응을 얻어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지원사업을 통해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Q. 서비스의 지향점이나 철학이 궁금합니다.

A. 많은 분이 아직 집수리 서비스를 ‘기술’의 영역으로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나 저희는 집수리가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당연히 제공되어야 하는 항목이고, 그 외에 우리가 그동안 집수리를 받을 때 느꼈던 많은 불편함, 그런 것들을 개선해야 비로소 ‘새로운’ 서비스가 된다고 여겨왔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여성이 여성의 집에 방문하기 때문에 범죄로부터 안전하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상담과 결제 과정이 얼마나 친절한지, 수리기사가 고객에게 어떻게 인사하는지, 수리 전후로 꼼꼼한 설명과 안내가 이루어지는지, 투명한 가격과 정보가 제공되는지, 고객과 반려동물의 사생활을 존중하는지 등 기술 외로 제공되는 서비스 전 과정에서 고객 경험이 ‘편안’하기를 생각하며 만들었기 때문에 보다 포괄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Q.주택 수리는 남성 노동자가 주를 이룬 업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고정관념으로 겪었던 어려움이 있었나요?

A. 브랜드 운영 자체에 어려운 점은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저희 고객분들께서 저희 서비스의 취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이용해주고 계시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간혹 고객분 댁에 방문할 때에 지나는 분들이 '여자분들이 이런 공구도 들고 다니고, 대단하시네!' 이런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그런 편견이 존재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그런 분들께는 저희의 모습이 편견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 오히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LIKE-US)
(사진=LIKE-US)

 

Q. 기존 수리 서비스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A. 우선 여성 수리기사가 방문하니 고객분들께서 신변에 대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투명한 가격, 사전 견적과 온라인 결제 시스템,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수리기사님들의 기술 시공 및 응대 서비스, 서비스 보증기간 1년 제공 등의 체계적인 서비스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동종 업계에 이만큼 긴 A/S 기간을 두는 곳도 없고, A/S 자체가 사실상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동네 철물점 등에서 "이거 고치는 데 얼마예요?"라고 물어보시던 것과는 다른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Q. 주택 수리 분야는 크게 어떻게 나뉘나요? 라이커스의 주된 수리 분야가 있나요?

A. 인테리어와 설비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설비 중에서도 아주 기초 설비에 해당합니다. 집안의 소모품 교체를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고객분들께서 이런 말씀을 자주 하세요. "경첩 하나 고장 난 것으로 어디 고쳐달라고 하기가 참 애매했는데, 라이커스는 이런 사소한 문제도 해결해주니 믿고 이용할 수 있어 좋아요."

설비처럼 공사가 큰 규모가 아니기에 기술자들이 사소한 문제는 꺼리거나 터무니없이 높은 시공비를 책정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제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시면서는 '내가 사소한 의뢰를 해서 저 기술자가 일을 대충 처리해주거나 기분 나빠하거나 나를 무시하면 어쩌지?'라는 고민은 하지 않으셔도 되는 거죠.

 

Q. 주 고객층은 어떻게 되나요? 여성일까요?

A. 99% 여성입니다. 1%의 남성분들은 여성 가족이나 연인 등을 위해 이용 접수를 해주고 계세요. 저희가 실제 고객님 댁에 방문할 때에는 여성분이 한 분 이상 댁에 계셔야 합니다.

 

Q. 여성 주택 수리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A. 이 사업을 준비하면서 '왜 이 업계에 여성이 없는가?' 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저희는 가부장적인 제도에서 여성은 '공구'나 '수리'와 친해질 기회가 남성보다 현저히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집을 수리하는 기술은 한 번 익히고 있다면 평생 살아가면서 언젠가 한 번은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실용적인 기술입니다. 그래서 많은 비전문가 여성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거나, 앞으로의 주거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희의 현장 노하우와 기술 지식을 나누는 워크숍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8월에 세 번째 시즌이 시작되네요. 시즌3에서는 <수전 교체 기초>, <타일 시공 기초>, <방충망 교체> 과정을 진행합니다.

 

Q. 라이커스의 향후 계획이 궁금해요.

A. 먼저 투자 유치를 통한 사업 성장과 팀 확대가 단기적인 목표입니다. 저희가 워크숍 진행하면서 수리 기술자에 관심을 갖는 여성들을 많이 만났어요.

이분들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팀이 되도록 체력을 키울 생각입니다. 언젠가는 여성들끼리 모여 건물 짓는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어요. 아직 세상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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