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나 네이버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결제수단 중 하나로 ‘나중결제’ 혹은 ‘후불결제’를 본 적 있을 것이다. 신용카드 없이도 물건은 먼저 사고 지급은 나중에 한다는 것인데 이 같은 서비스를 ‘BNPL’이라고 한다.
BNPL은 Buy Now Pay Later의 약자로, 소비자가 물건을 받은 뒤 몇 달에 나눠 비용을 갚는 방식을 말한다. 구조는 신용카드와 비슷해 보이지만, 서비스 가입 절차나 신용 심사 과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 업체가 가맹점으로부터 물건을 대신 구매해 고객에게 결제 금액을 청구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렌탈 할부 방식과 더 흡사하다.
■ BNPL 인기, 왜?
BNPL은 주로 소득이 낮아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대학생이나 주부, 노인, 사회초년생 등 일명 ‘씬파일러(Thin Filer)’ 계층을 타깃으로 한다. 신용카드 발급이 까다로운 해외에서는 BNPL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팬데믹을 계기로 가파르게 증가한 온라인 쇼핑과 씬파일러 계층의 수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작년 말 기준 소비자가 BNPL 서비스를 통해 결제한 금액은 약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이는 전년대비 4배가량 상승한 것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BNPL 시장규모가 오는 2025년 1조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빅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BNPL 시장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작년 2월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등록, 작년 4월부터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네이버페이 가입 기간이 1년 이상인 이용자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결제 시 부족분을 후불로 결제할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 BNPL 서비스의 가입자 수는 작년 말 27만명을 돌파했으며 누적 거래금액은 330억원에 달한다. 전체 가입자의 40%는 금융이력이 부족한 20대 가입자다.
토스는 지난 3월 BNPL 서비스를 내놨다. 후불 결제 가맹점에서 제품을 고르고 결제 단계에서 토스페이를 선택하면 후불 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토스 역시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추후 서비스 대상과 가맹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쿠팡은 ‘나중결제’라는 이름의 BNPL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로켓배송 상품이나 쿠팡이 직접 매입해 배송하는 상품에서만 이용 가능하며, 일시불과 할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현재 일부 고객에 한해 시범 서비스 중이다.
■ 빅테크 따라잡기 위한 승부수는
간편결제에 BNPL까지 등에 업은 빅테크를 견제하기 위해 기존 카드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오는 3분기 중 BNPL 결제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했다. 신한카드 역시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구축, 이를 기반으로 한 BNPL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또 다른 승부수 전략으로는 ‘오픈페이’가 꼽힌다.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서 다른 카드사 카드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가령 신한페이를 예로 들면, 현재는 신한카드만 등록해 사용할 수 있으나 오픈페이가 시작되면 롯데카드나 KB국민카드도 사용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오픈페이 개발에 합류한 카드사는 신한과 KB국민, 롯데, 하나, BC, NH농협 등 총 6개 카드사로, 오는 6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 편하다고 얕봤다간 ‘큰 코’ 다칠 수도
한편 BNPL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현재는 후불 결제한도가 낮은 편이지만, 추후 확대됐을 때 씬파일러(금융 이력이 부족한 사람) 계층의 연체 위험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증권투자위원회 연구(2018~2019) 결과 BNPL 고객 5명 중 1명은 연체 중이며, 연체 이자는 약 4300만불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8월 네이버페이의 BNPL 연체율은 1.49%로, 신용카드 연체율보다 2.5배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현재 쿠팡의 연체 이자율은 일 0.03%, 연 10.95%이며 네이버페이의 경우 일 0.0328%, 연 12%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서비스 기간이 짧아 1일만 연체하더라도 연체고객으로 분류돼 수치상 연체율이 높아보일 뿐 30일 기준 연체율은 일반 카드사와 비슷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빅테크 BNPL 서비스의 신용 리스크 관리가 부실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