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 쟁여두고 사용하던 주방세제가 어느덧 동이 나고 있었다. 가능한 집안의 생필품들은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던 와중이었는데, 주방세제는 쟁여둔 것이 많아 못 바꾸던 차였다. 드디어 주방세제도 친환경 제품으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왕 친환경 제품을 사는 거, 직접 재료를 사다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포털에서 설거지 비누를 검색해 보니, 이미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DIY 키트가 많이 나와 있었다. 재료를 하나하나 사는 것보다 경제적이고, 재료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 키트로 제작해보기로 했다.
키트 종류도 재료와 모양 등에 따라 여러 가지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가장 만들기 쉬워 보이는 제품을 골랐다.

택배 도착 후 박스를 열어 보니 구성품은 간단했다. 액체가 들어 있는 물약통과 분말이 들어 있는 비닐봉투, 완성 후 비누를 넣을 OPP 필름 및 스티커, 설명서, 노끈 등이 들어 있었다.
판매 사이트 설명에 따르면 액체는 EM원액과 천연에센셜오일, 저분자히알루론산, 네추럴베타인, 글리세린 등을 혼합한 것이다. 이중 저분자히알루론산과 네추럴베타인, 글리세린은 손보호를 위한 재료다. 봉지 안에 든 것은 솝누들과 베이킹소다, 옥수수전분, 쌀겨분말, 금속이온봉쇄제를 한꺼번에 넣어둔 것이다.
솝누들은 천연재료의 비누베이스로, 찰흙처럼 손으로 빚어 만들 수 있게 돕는 원료다. 베이킹소다는 때를 제거해주는 역할을, 금속이온봉쇄는 화장품의 안정성 및 성상에 악영향을 끼치는 금속성이온과 결합해 불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분말이 들어 있는 봉지를 흔들고 비벼, 봉지 안의 분말들이 서로 잘 섞일 수 있도록 한다. 어느 정도 섞였으면 액체를 2~3번에 나눠 부어주며 반죽한다. 처음엔 잘 안 뭉쳐져서 당황했지만 계속해서 반죽하다 보니 모양이 잡히기 시작했다.
모양이 잡히면 내용물을 봉지 안에서 꺼내서 둥글게 모양을 잡는다. 이후 가운데를 눌러 노끈을 연결시켜준다. 노끈은 물에 잘 녹는 설거지 비누를 걸어서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노끈 연결까지 했으면 다시 전체적인 모양을 잡아준다. 판매처에서 제공하는 설명 영상에서 얼마나 오래 만져주느냐에 따라 매끈함이 다르다고 하기에 한참을 모양 잡기에 한 10분가량을 꾹꾹 눌러가며 모양을 잡아줬다.
설명서에서는 비누 완성 후 2~3일 간 건조 시간을 가지라고 했는데, 하루 정도 지나니 딱딱하게 굳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설거지 효과도 시험해보기로 했다. 판매처에서 말한 대로 거품이 풍성하진 않았다. 하지만 세정력에서는 시중 제품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1~2일 정도 테스트 기간을 거쳤는데, 비누가 쉽게 녹거나 무르는 등의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설거지 후에 느껴지는 손의 건조함은 직전에 사용하던 시중 제품보다 조금 더 강하게 느껴졌다.
원료 중 오렌지 에센셜 오일이 들어간 덕분에 설거지를 하는 내내 은은하게 향기도 맡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의 설거지가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마음에 편안함을 안겨줬다. 소소하게 선물할 일이 있을 때 이런 DIY 키트를 이용한 생필품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