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령화로 야기되는 사회적 과제 해결을 위해 에이징테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코 앞에 둔 우리나라 역시 에이징테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지속가능한 고령화 사회를 위한 에이징테크의 혁신 사례’ 보고서는 이같은 내용을 담았다.
에이징테크는 노화와 기술의 합성어로 고령자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는 기술을 통칭하는 용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고령자의 건강관리와 안전, 커뮤니케이션 등을 지원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령화는 의료비 지출 증가,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다양한 사회적 과제를 야기하기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에이징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에이징테크 시장 규모는 2019년 이후 연평균 23% 성장해 2025년 3조200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로 불리는 욜드(YOLD)족의 등장은 에이징테크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욜드족은 젊은 노인을 뜻하는 영올드(Young Old)의 줄임말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를 가리킨다. 이전 노인 세대보다 건강하고 소득 수준이 높으며 고학력자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들은 건강관리와 웰니스에 대해 관심이 높으며, 이같은 경향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활용이나 건강 모니터링 서비스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면서 에이징테크 시장의 주력 소비층으로 자리잡았다.
세계 곳곳에서 에이징테크 붐
에이징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관련 서비스 및 제품 출시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미헬스는 음성 기반 대화형 AI 케어 플랫폼 모니카를 활용해 고령자의 건강상태에 기반한 맞춤형 건강 정보를 제공하고 자연스러운 대화 과정에서 정신 건강을 진단해 감정 변화를 감지한다.
미국의 카사나는 혈압·산소포화도·심박수 등 건강지표 모니터링이 가능한 스마트 변기 시트 ‘하트시트’를 개발해 올해 연말 출시할 예정이다. 별도의 기기 없이 매일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건강 지표를 측정하고 추이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독일의 리비파이는 응급상황 발생시 버튼만 누르면 곧바로 콜센터로 연결되는 가정용 긴급 통화 장치를 활용해 고객의 질병이나 복약 정보를 고려한 응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낙상 감지 센서와 화상통화 기능인 ‘리비파이 홈’을 추가해 위험 관리 역량을 강화했다.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에이징테크도 주목받고 있다. 이스라엘의 인튜이션로보틱스는 AI 기반의 돌봄 로봇 ‘엘리큐’를 활용해 고령자와 대화를 나누고 유대관계를 형성해 사용자가 지인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에이징테크로는 한국의 위로보틱스를 들 수 있다. 웨어러블 로봇 윔을 활용해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의 보행을 보조하는데 평지 보행, 계단 오르내리기, 하체 근력 강화 운동 등 다양한 모드로 이용할 수 있고 활동 지표를 제공해 보행 능력을 보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에이징테크 산업은 아직 규모가 작고 고령자의 노화에 따른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기에는 서비스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2025년부터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가 70대에 들어서기 시작하고 올해부터 향후 11년에 걸쳐 954만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부머가 법정은퇴 연령인 60대에 진입하는 만큼 이들의 건강한 노후를 위한 사회적 지원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이징테크가 고령자의 일상생활에 활발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고령자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미국의 경우 1974년 노화와 고령자 건강에 관한 연구를 총괄하는 기관인 ‘국립노화연구소’를 설립했고 일본도 2004년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를 설립해 국가 차원의 노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국립노화연구소는 에이징테크 관련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기도 하다.
영국은 비부처 공공기관 영국 연구혁신기구를 통해 ‘고령자를 위한 디자인상’ 프로그램을 도입, 에이징테크 프로젝트에 약 2000만 파운드(약 365억원)를 지원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에이징테크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그간 집행해오던 고령친화산업 육성사업의 예산은 올해 전액 삭감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