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에도 사람 있어요!"를 외치며 프리랜서의 삶을 인스타툰으로 그리고 있는 프니를 만나봤습니다.
프니는 '프리 니트'의 줄임말인데요.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는 의무 교육을 마친 뒤 진학이나 취직, 직업 교육을 받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프니는 니트와 프리랜서 사이를 오가는 일상을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인스타툰을 통해 협업 제안을 받았고 펀딩을 받아 독립 출판물을 판매하기도 했어요. 또 에세이 <나도 따고 누구나 따는 운전면허>를 독립출판하면서 이를 확장하는 경험을 기반으로 강연, 콘텐츠 상담을 하고 있어요.
프니가 일을 확장해가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어요.
Q. 프니는 회사 밖에서 일할 때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나요?
'말장난 잘하는 콘텐츠 제작자'라고 해요. 자기소개할 때 잘하는 걸 말해야 하잖아요. 그게 뭘까 생각해 봤는데 말장난이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렇게 소개 못 했어요. 전문성이 없어 보이고 가벼워 보일까 봐요. 어느 날 친구가 말장난 자체가 제 정체성이라고 했어요. 말장난 잘하는 것도 센스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때부터 드러냈어요. 그렇게 소개하니까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비슷한 의뢰가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생각했어요. 도서 홍보 인스타툰을 그릴 때 의뢰한 출판사에서 제 인스타툰을 좋아하셨어요. 마음대로 그려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즐겁게 작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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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게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유가 있다기보단 하나만 못 하는 건 천성인 것 같아요.
어릴 때 쓴 일기장을 심심할 때마다 봐요. 20년 전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지? 하고 보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급 동아리를 만든 적이 있어요. 댄스부를 만들고 제가 리더가 되니까 재미있어서 우체부도 만들었어요. 우체부는 친구들이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대신 전달해 주는 부서였어요. 우체통도 직접 만들었어요.
그 시기 저는 친구들에게 서운한 게 생길 때 대놓고 말하기 민망하더라고요. 다른 친구들도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 만들었는데 서운한 일 같은 비밀 편지는 우체통에 넣지 않아서 우체부는 조용히 사라졌어요. 그걸 일기에 썼더니 선생님이 하나만 제대로 해라. 라는 말을 적어주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저인 거 같아요.
서른 살을 기점으로 회사를 오래 못 다녔어요. 회사에 들어갔다 나갔다 반복하니까 주변에서 한 군데를 오래 다니라고 하더라고요. 제일 오래 다닌 회사가 2주였는데 그때 친구가 케이크에 초를 꽂고 축하해 줄 정도였어요. 그 이후로 조직 밖에서 이 일 저 일 하다 보니까 먹고 살아지더라고요. 불안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재밌고 짜릿하기도 해요.
Q. 회사를 오래 못 다닌 이유가 있을까요?
20대 때는 타인의 삶을 사는 기분이었어요. 핑계 같지만,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회계를 배워 5년 정도 회사에 다녔어요. 적성에 맞지 않아 일을 잘 못했어요. 상사와 관계도 좋지 않았고 모든 게 힘들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심각했어요.
출근하는 버스에서 사고가 나길 바란 적도 있고,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서른 살을 앞두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내가 사는 게 아니다. 지금 나는 부모님의 뇌로 살고 있다. 회계 일 5년 했으면 오래 했다. 30대는 새로운 문을 열고 싶다. 그래야 내가 산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Q. 회사 밖에서 일감을 찾는 방법이 있나요?
회사 밖에서 돈을 벌었던 첫 번째 경험은 카카오 임팩트 공모전 당선이었어요. 공모전에 당선되고 니트컴퍼니를 소개하는 인스타툰을 그렸어요. 그 후 니트컴퍼니 대표님이 출판사를 소개해 주셔서 책을 홍보하는 인스타툰을 그렸어요. 운이 좋았어요.
비창작자 친구들을 만나서 제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알려요. 예를 들면 남편 다니는 회사에서 영상 제작할 일이 있으면 남편에게 저를 홍보해달라고 하기도 하고요. 최근에 의뢰받았던 텀블벅 상세 페이지 제작도 친구 일을 도왔던 게 포트폴리오가 돼서 일할 수 있었어요. 그런 식으로 계속 일감을 만들어내려고 해요.
한 인스타툰 작가님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 그림 실력이 대단하지 않은데 계속 협업 제안 받는 건 진짜 대단한 거야"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 얘기를 듣고 나의 어필 포인트가 뭘까? 생각해 봤어요. 협업했던 분들이 공통으로 해줬던 말이 "재밌다"에요. 실력이 좋다는 말이 아니라 제 스타일이 재밌다고 해줘서 마음 편하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Q. 재밌는 일로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생계를 위한 일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작년에 돈이 없어서 운 적이 있어요. 그때 이후 각성이 됐어요. 울고 자시고 할 때가 아니다. 벌자! 해서 물류센터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한 달 정도 됐는데 너무 재밌어요. 주말이 기다려져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재밌어요. 동료 중에 재밌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언제 쓰일지 모르지만, 나중에 콘텐츠로 쓰면 좋은 상황이나 말을 적어놓기도 해요.
물류 센터 내에 항상 노래가 나와요. 금요일은 트로트 위주로 나오고, 토요일은 임영웅 노래, 일요일에는 에스파 노래가 나온다는 걸 발견했어요. 나중에 동료에게 들어보니 담당 매니저마다 노래 스타일이 달라서 그런 거라고 하더라고요. 한 동료는 자신이 듣고 싶은 노래 리스트를 신청하기도 했대요. 그래서 그날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일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는데 그런 이야기가 재밌어요. 저는 이런 게 왜 웃길까요? (웃음)
Q. 프니의 콘텐츠 중에 소개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강연하러 갔을 때 진행자가 저를 '회사 밖에서 안 해본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어요. 앞으로 내 콘텐츠는 저거다! 했어요. '회사 밖에서 생존하는 전문가'로 회사 밖에서 하는 일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때 그렸던 <조직 밖에서 풀칠하기>라는 인스타툰을 소개하고 싶어요.
Q. 콘텐츠를 올릴 때 사람들의 반응이 걱정될 때가 있나요?
'어떻게 만들까?'는 고민하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는 걱정하지 않아요. 인스타툰을 예로 들면 6번째 컷이 중심 주제였는데 사람들은 4번째 컷을 좋아할 때가 있어요. 저도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사람으로서 제작 의도와 다르게 다른 데 꽂힐 때가 많고요.
Q. 아이디어가 고갈됐다고 느낄 때 하는 행동이 있나요?
쉬어요. 왜 고갈됐을까 생각해 봤자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평소에 안 하던 딴짓을 해요. 보드게임 카페를 가거나 알바를 구해요. 지금 하고 있는 물류센터 알바도 충동적으로 구했어요. 알바몬을 보면 재밌는 공고가 많더라고요.
최근에 동네 마트를 갔는데 발렌타인데이라서 초코과자로 성을 만들었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이런 거 만드는 일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알바몬을 보니까 젤리 박스 접는 알바가 있더라고요. 이번엔 놓쳤지만, 화이트데이 때 도전해 보려고요.
Q. 콘텐츠를 무료로 제작해 주기도 하던데 이유가 있나요?
영상 편집을 배울 때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돈을 받기엔 자신감이 없었어요. 실전에 뛰어들었을 때 어떤지 경험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피드백을 주고 받는지 일하면서 예지몽 꾸듯이 보고 싶었어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면 비용을 받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뭐예요?
안 세우는 게 계획이에요. 재밌는 일을 하고 싶어요.
프니는 울다가도 우는 자신의 모습이 비친 모니터를 보며 웃을 때도 있다고 한다. 프니가 자주 하는 말은 "아 웃겨!"다. 웃기지 않은 상황에서도 웃기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그 말을 하면 웃기지 않은 상황도 웃길 때가 있다고. 프니에게 재미는 중요하다. 재미는 삶을 사는 원동력이다.
프니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기어이 재미를 찾아내고 있다.
인스타툰, 유튜브, 독립 출판 등 프니의 콘텐츠는 여전히 재미있다. 도구가 달라져도 재미를 발견하는 시선은 프니만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