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 100명 중 6명은 결혼하지 않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통계청이 지난 8월 27일 발표한 '2024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혼인 외 출생아는 1만3800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5.8%를 차지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 수치다.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오랫동안 1%대에 머물던 혼외 출생 비율은 2010년 2%를 넘어선 뒤, 2016년부터 9년 연속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식 변화가 이끈 새로운 가족 형태
전문가들은 '결혼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인식이 변화한 영향이 크고, 경제적으로 스스로 생계를 꾸릴 수 있는 고학력·고소득 여성이 증가한 점도 한몫했다고 분석한다. 특히 비혼 출산은 세계적인 추세이기에, 정책적 지원 방안 마련의 필요가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비혼 출산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비혼 출산과 동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크게 증가했다. 비혼 출산 동의율은 20대 남성의 경우 2008년 32.4%에서 2024년 43.1%로, 20대 여성은 28.4%에서 42.4%로 상승했다. 비혼 동거 동의율은 더욱 높아 20대 남성 81.1%, 20대 여성 81.0%에 달했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비혼 동거·출산 가구에 대한 지원 방안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8월 8일 비혼 동거·출산 가구가 겪는 제도적 불편·관행, 차별 요소 진단과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주거·세제·보건의료·가족법제 등 분야별 정책기관 및 전문가들이 참가한 이 자리에서는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6~2030)' 수립 과정에서 임신·출산, 출생신고, 돌봄과 교육, 의료, 주거, 세제 등 생애 단계별 실태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반영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도 지난 9월 3일 용혜인 의원이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두 사람이 상호합의로 생활을 공유하고 돌보는 관계를 '생활동반자'로 규정하고,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해 비혼·사실혼 가구의 불안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지자체도 맞춤형 지원 속속 추진
지방자치단체들도 혼인 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2024년 12월 비혼 출생아와 입양아 등 혼인 외 가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비혼·입양 정책 대응 TF'를 출범시켰다. TF는 비혼가정 지원정책 및 인식전환 대책 연구, 비혼 출생아 가정 지원 조례 마련, 동반 가정 등록제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 마포구는 2023년 11월 비혼모의 임신·출산·양육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원하는 '처끝센터'를 개소했다. 전문 간호사가 배치된 센터에서는 산전 임신관리, 진료비·영양제 지원, 심리상담, 양육코칭, 자조모임 커뮤니티 지원 등을 제공한다.
대전시는 지난 8월 처음으로 '비혼·비출산에 대한 생각', '자녀 출산 지원정책' 등을 반영한 사회조사를 실시했으며, 연말 결과 공개 후 맞춤형 정책 수립에 활용할 방침이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부모급여, 첫만남 이용권, 임신·출산진료비, 난자동결 등 출산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1년 이상 동거 등) 난임치료 시술비도 지원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의 새로운 돌파구로 비혼 출산 지원이 부상하면서, 앞으로 더욱 실질적이고 포괄적인 정책 마련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