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기획③ 가족이라는 ‘무상 보험’의 종말...1인가구의 생존 전략을 묻다
'가정의 달' 기획③ 가족이라는 ‘무상 보험’의 종말...1인가구의 생존 전략을 묻다
  • 김영호
  • 승인 2026.05.0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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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과 어버이날로 이어지는 5월이다. 1인가구 800만 시대를 맞은 2026년 현재, 우리는 혈연 공동체가 수행하던 상호 부양 기능이 멈춘 자리에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가족이라는 무상 보험의 해체…‘조카 바보’의 경제적 리스크

과거 4인가구 체제에서 가족은 실직, 질병, 간병을 서로 분담하는 강력한 '무상 보험'이었다. 하지만 1인가구는 이 모든 사회적 리스크를 스스로 해결하거나 시장에서 유료 서비스로 구매해야 한다. 부양의 책임이 '가족 내부'에서 '개인의 비용'으로 전이된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흔히 ‘조카 바보’라 불리는 1인가구의 확대된 가족 형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스스로 형성한 핵가족이 없는 이들은 조카 등 원가족의 다음 세대에게 정서적·경제적 자원을 집중하지만, 이는 노후를 보장하지 않는 일방적인 투자가 되기 쉽다. 조카들이 성인이 되고 부모가 세상을 떠나는 40대 후반, 1인가구는 남들보다 훨씬 이른 ‘심리적·경제적 노년’을 마주하게 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수행했던 무상 부양의 대가는 결국 기댈 곳 없는 고립으로 돌아오고 있다.

‘마미 산업’에 의존하는 성공한 싱글…‘안부 확인자’의 부재

사회는 흔히 고립을 빈곤층의 문제로 치부하지만, 최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의 저서 '필연적 혼자의 시대'는 고소득 전문직일수록 오히려 고립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고 경고했다.

이는 자신의 취향과 수준에 맞는 사람만을 선별해 만나려는 ‘구별 짓기 문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전문직 1인가구는 배달 앱이나 가사 플랫폼 등 이른바 ‘마미 산업(Mommy Industry)’에 비용을 지불하며 생활을 영위한다. 그러나 독립된 공간을 고수하려는 성향이 강해질수록, 이들의 사생활은 철저히 베일 속에 가려진다. 성공의 징표였던 선별적 관계가 역설적으로 위급 상황에서 내 안부를 궁금해할 ‘이웃의 시선’을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식구(食口)가 사라진 식탁…‘자기 돌봄’ 시스템의 질적 저하

전통적인 가족 체제에서 함께 밥을 먹는 행위는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서로의 상태를 살피는 최소한의 상호 모니터링이었다. 하지만 1인가구의 식탁에서 이 기능이 부족하다. 스스로를 위한 식사를 ‘차리는 행위’보다 배달 앱 등을 통해 ‘때우는 방식’을 택하는 비중이 늘면서, 1인가구의 영양 불균형은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됐다.

이러한 식생활의 변화는 실질적인 건강 리스크로 이어진다. 고소득 1인가구에서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경제적 결핍이 아닌 ‘사회적 결핍'이라고 볼 수 있다. 혼자 고립된 환경에서 자기 관리의 효율은 급격히 떨어지며, 이는 결국 미래의 막대한 의료비 지출이라는 잠재적 부채로 돌아온다.

‘법적 보호자’를 상정하는 새로운 복지 설계 필요

이제 1인가구는 대한민국 가구의 표준이다. 이에 맞춘 복지의 패러다임을 ‘정상 가족’에서 ‘관계의 안전망’으로 이동해야 한다.

단순히 모여 살라는 권유를 넘어, 위급 상황 시 수술 동의서에 서명해 줄 ‘법적 보호자’가 될 수 있는 권리, 혈연이 아니어도 주거 특별공급이나 상속에서 배제되지 않는 ‘생활동반자법’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흩어져 있는 개인들이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를 지탱할 수 있도록, 이제는 국가가 새로운 관계의 지도를 그려야 할 때다.

 

1인가구는 경제적 안정을 고민하면서도 현재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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