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연령 제치고 불평등 기여도 1위...정책 전환 시급"
1인가구가 대한민국의 소득 불평등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학력이나 연령 같은 전통적 불평등 요인의 영향력을 추월하며, '가구 형태' 자체가 불평등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됐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KLSI) 김유선 이사장은 최근 발표한 이슈페이퍼 '불평등 엔진이 바뀌고 있다: 1인가구의 소득 페널티와 숨겨진 사람들'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2013~2024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불평등 기여도 5.7%→12.5%...10년새 2배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소득 불평등에 '1인가구' 요인이 기여하는 비중은 2013년 5.7%에서 2023년 12.5%로 10년 만에 2배 이상 폭증했다. 같은 기간 학력이나 연령 등 전통적 불평등 요인의 영향력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다인 가구에서 1인가구로 전환되는 것 자체가 소득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배제한 분석 결과, 다인 가구에 속해 있던 개인이 1인가구가 되는 것만으로 소득이 평균 37.4%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혼, 사별, 비혼 독립 등 생애 전환기에서 발생하는 충격이 개인의 능력과 무관하게 소득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통계의 착시..."숨겨진 사람들" 존재
보고서는 1인가구에 대한 '통계적 착시'를 지적했다. 2024년 기준 단순 비율로는 1인가구가 여성, 저학력,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집중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변수를 통제한 심층 분석 결과는 정반대였다. 경제적 조건이 동일할 때, 오히려 여성이나 무직자, 임시일용직 등은 안정적인 상용직보다 1인가구가 될 확률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이를 두고 현상의 이면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나 형제와 함께 사는 '비자발적 다인 가구(involuntary multi-person households)'가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통계상 다인 가구로 분류되어 정책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잠재적 1인가구로서 미래에 취약계층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인가구로의 독립에는 축적된 자산보다 안정적인 소득 흐름(Cash Flow)이 25배 이상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자립을 위한 소득 지원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불평등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
김 이사장은 1인가구 문제를 더 이상 복지 정책의 하위 영역이 아닌, 국가의 불평등 구조를 결정하는 핵심 경제·사회 의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정책 사각지대 해소다. 경제적 제약으로 독립하지 못한 '숨겨진 1인 가구'에 대한 자립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생애 전환기 지원 강화다. 이혼, 사별 같은 인생 사건이 소득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망을 갖추어야 한다.
셋째, 불평등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소득 불평등 대책은 단순한 교육·고용 격차 해소를 넘어, 1인 가구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
김 이사장은 "비자발적 다인가구에 대한 실질적 자립 지원, 생애 전환기 충격 완화, 그리고 가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불평등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