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간병보험, 전체 보험의 1.3% 불과…금융 대응 ‘걸음마’
미·일·영, ‘치매케어 금융’ 확산…제도 개선 시급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치매인구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60세 이상 치매 환자는 101만명으로 추정되며 2050년에는 226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까지 포함하면 치매 관련 인구는 569만명에 달한다.
문제는 치매가 단순한 질병 차원을 넘어 경제·금융 전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치매 인구의 확대와 금융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 일명 ‘치매머니’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6.4%에 해당하는 약 154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소비와 투자가 멈춘 자산으로 남아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치매인구의 증가는 의료비·간병비 부담, 인지 저하로 인한 금융사기 위험, 자산동결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금융은 이같은 문제를 완화할 주요 수단으로 꼽히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2024년 기준 치매·간병보험 시장의 수입보험료는 약 3.2조원으로 전체 보험시장의 1.3%에 불과하다. 65세 이상 고령자 중 해당 보험에 가입한 비율도 17.5% 수준으로 상당수 고령층이 치매 발병시 치료비나 돌봄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가능성이 높다.
신탁 부문 역시 활성화 수준이 낮다. 5대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3.9조원에 불과하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보유한 4300조원 규모의 자산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치매머니 150조원이 금융 시스템 밖에서 묶여 있다는 점은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해외에선 ‘치매케어 금융’
우리나라는 제도 개선부터 시급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치매 대응 금융모델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일본은 민간 간병보험 시장이 활성화돼 있으며 대형 보험사들이 직접 요양 서비스 시장에 진출해 보험상품과 돌봄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다. 치매머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사신탁 컨설팅, 치매 전용 주식관리 계좌, 랩 특약 서비스 등도 운영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가족이 고령자의 소비 내역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특화 선불카드가 활용되고 있으며, 미국은 장기요양보험과 퇴직연금을 연계해 노후 의료비 충격을 완화하는 금융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도적 제약과 금융권의 소극적 대응으로 인해 치매 관련 금융상품이 제한적이다. 특히 보험사의 요양사업 진출이 규제로 막혀 있어 해외 대비 시장 발전 속도가 더디다는 평이다.
보고서는 금융이 치매 사회의 대응축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치매관리종합대책을 추진해왔다. 최근 경제 정책방향에도 ‘공공신탁 도입’과 ‘민간신탁 활성화’ 방안을 포함시켰다. 공공신탁은 치매 등 인지 저하시 자산 관리와 생활비 지급, 병원비 결제 등을 일괄 수행하는 제도로, 고령층 자산 보호의 제도적 기반이 될 전망이다.
다만 실질적 효과를 위해서는 원금보장형 신탁상품 허용, 공동운용 제한 완화, 불특정다수 대상 홍보 규제 완화 등 추제거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보험사의 요양시설 소유 제한을 완화해 민간이 장기요양서비스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고서는 “금융회사가 시니어 고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를 세분화하고, 치매 대응 전문 상담조직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금융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