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에게 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아플 때 돌봐줄 가족이 곁에 없고, 소득이 중단되면 바로 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보험금을 받아야 할 때 "이건 보장 안 돼요"라는 말을 듣고 당황한 경험이 있다면, 참고해보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6일 발표한 보험 분쟁조정 사례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보험금 청구 권리를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인가구는 보험 가입부터 청구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 만큼, 관련 정보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가구는 8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하며 800만 시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가족'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고, 보험도 예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아플 때 챙겨줄 가족이 없는 1인가구에게 보험은 생존의 문제다. 그런데 정작 보험금을 받아야 할 때 제도를 몰라서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병원 의료사고, 상해보험금 청구 가능
금감원이 이번에 공개한 사례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의료과실로 인한 사고가 보험약관상 '상해사고'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A씨는 1차 병원에서 비뇨기계 질환으로 수술을 받고 퇴원했으나 의식저하로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 사망했다. 1차 병원은 부적절한 수술에 대한 의료과실을 인정하고 유족과 합의했지만, 보험사는 "예상 가능한 수술 부작용으로 사망했다"며 상해사망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피보험자가 수술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의료과실로 인해 상해를 입는 결과까지 동의했다고 볼 수 없고, 의료과실은 내재한 질병이 아닌 외부로부터의 우연한 돌발적 사고로 약관에서 규정한 상해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렸다.
이는 대법원 판례(2010.8.19. 선고 2008다78491)와도 일치하는 해석이다. 대법원은 "질병치료를 위한 수술과정에서 의료과실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경우, 수술에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의료과실로 인하여 상해를 입는 결과까지 동의·예견했다고 볼 수 없으며,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오진도 의료과실..."부작위도 상해사고"
더 주목할 점은 의료진의 '부작위' 과실도 상해사고로 인정된다는 사실이다.
B씨는 허리통증으로 대학병원에서 단순 통원치료를 받아오다가 갑자기 거동이 불가능하게 되어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하지마비 장해가 남았다. 병원은 오진으로 인한 의료과실을 인정했지만, 보험사는 "직접적인 의료행위가 아닌 적시에 의료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부작위)일 뿐"이라며 상해의 외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상해의 요건인 외래성은 신체 내부 질병이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을 의미하고, 부작위 의료과실이 신체에 침해를 초래했다면 작위에 의한 의료과실과 달리 볼 수 없다"며 외래성을 인정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 판단은 서울고등법원 판결(2023.5.18. 선고 2022나2017285)에 근거한 것으로, 해당 판결은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2023.8.18. 선고 2023다241858).
"이거 말 안 해도 돼요"...설계사 고지방해 시 계약해지 무효
보험 가입 시 '고지의무'를 둘러싼 분쟁도 흔하다. 과거 병력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이 해지되고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감원은 설계사의 고지방해가 확인되면 고지의무 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C씨는 TM보험(전화로 가입하는 보험)에 가입하면서 고지의무 사항에 대해 일부 질문을 받지 않거나 질문에 답변할 틈 없이 바로 다음 질문을 받아 고지 기회 자체가 없었음에도 고지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다.
D씨는 보험 가입 시 허리 주사치료 이력, 심장질환 진단 사실 등에 대해 설계사가 고지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안내해 고지하지 못했음에도 고지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다.
금감원은 녹취 또는 모집경위서 등을 통해 설계사가 고지할 기회를 주지 않거나 사실대로 고지하는 것을 방해한 사실이 확인되어, 고지의무 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며 해지한 보험계약을 복원했다.
표준약관(질병·상해보험) 제16조는 "보험설계사 등이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고지할 기회를 주지 않았거나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실대로 고지하는 것을 방해한 경우,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지 않게 하였거나 부실한 고지를 권유하였을 때"는 회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지의무 위반해도 무관한 사고엔 보험금 지급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고지의무를 위반해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위반 사항과 관련 없는 보험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점이다.
E씨는 어깨질환에 대해 수술 필요 소견을 고지하지 않고 보험에 가입한 이후 상해사고로 어깨를 다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 해지 및 보험금 지급이 거절됐다.
F씨는 알코올의존증 입원 이력을 고지하지 않고 보험에 가입한 이후 상해사고로 사망했고 유족이 상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역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 해지는 타당하나, 고지의무 위반 사항인 과거 질병력과 상해사고는 인과관계가 없다"며 상법 및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상법 제655조(계약해지와 보험금청구권)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라도 보험자가 제651조(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였을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고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이 증명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인가구 보험 가입·청구 체크리스트
금감원이 제시한 1인가구를 위한 보험 관련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보험 가입 시
- 청약서의 모든 질문사항(질병력, 직업 등)에 사실대로 답변
- TM보험의 경우 전화상 설계사의 음성 질문이 청약서의 질문사항을 대체하므로 주의
- 최근 3~5년간 병원 진료 기록 확인
- 가능하면 통화 내용 녹음
- 설계사가 "이건 안 물어봐도 된다"고 하면 의심하고, 청약서 질문사항 확인
- 청약서 사본, 계약서 보관
▲의료사고 발생 시
- 의료기관의 의료과실로 사망, 장해 등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계약에서 보장하는 상해사고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상해담보 가입 여부 및 약관 등을 확인하고 보험금 청구
- 오진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는 등 의료진의 부작위에 의해 의료과실이 발생한 경우도 보험약관상 상해에 해당할 수 있음
- 병원 측 과실 인정 여부 확인(합의서, 사과문 등)
- 진료기록, 수술기록 사본 확보
▲보험금 청구가 거부됐을 때
- 설계사의 고지방해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보험회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음
-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사항과 보험사고 간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 해지 이전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한 보험금은 지급받을 수 있음
- 보험사 거부 사유를 서면으로 받고, 약관 해당 조항 직접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