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월세 체납 불안 커지며 ‘검증 욕구’ 심화
정부는 임차인 보호 중심…정보 비대칭 갈등 확대
임대인이 세입자의 범죄 이력이나 신용 상태 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임차인 면접제’ 도입 요구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임차인 보호 강화를 위해 정부·국회가 임대인 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가운데 임대인 측에서는 ‘정보 비대칭이 심화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악성 임차인으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한 임차인 면접제 도입’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현재 임대차 시스템에서는 임차인이 전과자인지 신용불량자인지 알 길이 없다”고 주장하며 세입자에 대한 일정 수준의 신원 심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원에 따르면 임차인 면접제는 ▲서류전형 ▲면접 ▲6개월 ‘임차인 인턴과정’ ▲본계약 체결 등 4단계를 거치는 절차로 구성된다. 제출 서류에는 신용정보조회서, 범죄기록회보서, 소득금액증명원, 세금완납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이 포함된다.
해당 청원은 게시 이틀 만에 사전 동의 요건(100명)을 충족해 공개됐으며, 일정 기간 내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된다. 17일 현재 동의수는 1080명을 넘어섰다.
임차인 보호에 방점 찍은 정치권,
임대인은 ‘역차별’ 주장
정치권은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임대인 정보 공개 확대를 추진 중이다. 국회에는 임대차 계약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최대 9년 거주가 가능한 ‘3+3+3년 법안’이 제출돼 있으며 그 안에는 임대인의 납세증명서, 건보료 납부내역 제공 의무도 포함돼 있다.
정부 또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연계한 ‘임대인 정보조회 제도’를 통해 임차인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이력, 보증 제한 여부, 대위변제 건수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는 임대인의 신용도, 보유 주택 수, 주소 변경 빈도 등을 제공하는 위험 정보 보고서 체계를 운영 중이다.
금융위원회도 최근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보증사고 임대인의 정보를 기관 간 공유할 수 있도록 개선에 나섰다.
이에 대해 임대인을은 “정부는 임차인 보호만 강조한다”며 정보 비대칭 심화 문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임차인은 등기부등본, 하자 이력, 시세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임대인은 임차인의 신용도나 세금 체납 여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정보를 공개하는 쌍방 검증 방식이 널리 자리 잡았다. 임차인이 계약 이전에 자신의 범죄 이력, 소득, 고용 상태 등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관행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면접을 거쳐 세입자를 선정하는 절차도 이뤄진다.
미국은 ‘Tenancy Screening’ 제도가 일반적이다. 세입자는 신용점수(FICO), 고용·소득 증명, 범죄 기록, 이전 집주인의 추천서 등을 제출해야 하며, 임대인은 이를 바탕으로 적격성을 판단한다. 서류가 미비하거나 신용점수가 낮으면 계약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독일에서는 자기소개서(Selbstauskunft) 작성이 필수적이다. 개인 정보, 급여명세서, 부채·세금 관련 정보 등을 상세히 기재해 집주인에게 내야 한다. 인기 지역은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해 임대인이 면접을 보는 경우도 흔하다.
프랑스 역시 급여명세서, 세금 신고서, 고용 계약서, 보증인 서류 등 다수의 문서를 제출해야만 임대차 계약이 가능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주거 목적이나 가족 구성 등을 묻는 인터뷰도 이뤄진다.
일본은 부동산 회사 또는 보증회사의 심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재직증명서, 소득 증빙, 보증인 정보 등을 제출해야 하며 보증회사가 판단하는 신용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임대가 어렵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호 정보를 공유하고 계약 전 검증 절차를 밟는 구조가 일반적이어서 한국의 ‘임대인 정보 중심’ 공개 체계가 오히려 특수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임차인 면접제 자체의 제도화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 범죄경력조회, 신용조회 등은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크고 계약 전 ‘6개월 인턴제’는 법적 근거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임대차 시장 내 갈등 신호가 뚜렷해졌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한다. 임대인 정보 공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보 제공 의무가 임대인에게만 집중된다는 반발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화 가속으로 임대인 우위가 심화되는 환경 역시 갈등을 증폭시키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