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73만원, 식비 80만원…서울 청년 1인가구의 생존 가계부
월세 73만원, 식비 80만원…서울 청년 1인가구의 생존 가계부
  • 안지연
  • 승인 2025.11.19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 씨(30)의 통장은 매달 월급이 입금되는 순간부터 마이너스 싸움을 시작한다.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의 평균 세전 월급은 266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월세 73만원이 자동이체되고 나면, 남은 돈으로 공과금과 식비를 감당하기 버겁다.

치솟는 물가와 임대료 속에서 서울 청년 1인가구에게 '자립'은 명목뿐인 구호가 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이미 73만원을 넘어섰으며, 청년 가구의 월평균 지출 중 식료품비는 80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두 가지 필수 지출(주거비, 식비)이 차지하는 '지출 양극화' 현상을 긴급 점검한다.

등골 휘는 '주거비 압박', 소득의 30%가 사라진다

청년 1인가구가 홀로서기를 위해 가장 먼저 직면하는 장벽은 바로 주거비다.

2025년 상반기 기준, 한국부동산원 월세 실거래를 분석해보면, 서울 지역 원룸(오피스텔 포함)의 평균 월세는 이미 73만원을 상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4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결과, 청년 가구의 82.6%가 전세, 월세 등 임차 형태로 거주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들의 주거비 부담은 극심한 수준이다.

평균 소득(세전 266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월세 73만 원은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RIR) 약 27.4%에 해당한다. 이는 OECD 권고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이들은 월급을 받고도 저축은 커녕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지옥고(지하, 옥탑, 고시원)'는 벗어났을지 몰라도, '월세고(월세 고통)'는 심화된 셈이다.

월평균 생활비 213만원 중 식비 80만원

주거비 외의 필수 생활비 역시 청년 가계부를 위협하고 있다. 2024년 국무조정실의 '청년의 삶 실태조사' 결과, 청년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213만 원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 항목은 식료품비로 평균 80만원에 달했다.

주거비 73만원과 식료품비 80만원, 이 두 항목만으로도 월 153만원이 지출된다. 이는 평균 소득 266만원의 57.5%에 육박하는 수치다. 주거와 식사라는 '생존'을 위한 최소 비용이 월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청년들은 그 외의 지출(교통, 통신, 문화생활, 저축)을 극도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청년들은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극도의 '생존 모드'에 돌입한다. 필수 생계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공과금 납부를 미루거나, 의류 및 생필품 구매를 최소화하고, 심지어 식사 질을 낮춰 끼니를 때우는 방식으로 지출을 방어하고 있다.

실질적인 '경제적 자립'을 위한 근본적 대책 필요

서울 청년 1인가구의 '생존 가계부'는 대한민국 청년층이 처한 불안정한 자립 환경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주거비와 생활비의 압박으로 인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든 구조적 문제인 셈이다.

서울주거포털 등 서울시 공식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청년월세지원' 정책은 월 최대 20만원을 지원하고 있으나, 평균 월세 73만원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지원금 규모 확대 외에도, 청년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중저가 주택의 대대적인 공급 확대와 함께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금리·고물가 시대, 청년들이 '생존'이 아닌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 재구성이 시급하다.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