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칼럼] 1인가구의 주말이 무섭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을 때
[라이프 칼럼] 1인가구의 주말이 무섭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을 때
  • 윤지현
  • 승인 2025.11.28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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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다. 알람이 울리면 출근, 점심시간이 되면 동료들과 식사, 오후에는 끝없는 회의, 저녁이면 야근. 하루하루가 빡빡한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금요일 밤만 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다들 들뜬 표정으로 주말 계획을 이야기한다. 회사 단톡방에는 "주말에 뭐 해?", "우리 밥 먹을래?" 같은 메시지들이 오간다. 

너무 많은 자유가 주는 무게

주말은 가끔 너무 많은 자유를 준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고, 누구에게도 불리지 않는 시간. 침대에서 굴러도,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만 해도, 하루 종일 잠옷 차림으로 있어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게 은근히 무섭다는 것이다.

"자유"라는 단어는 언제나 긍정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48시간이라는 시간이 텅 비어 있을 때, 그 자유는 가끔 버거운 짐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이걸 "자기만의 시간"이라고 부르지만, 때로는 "나를 찾는 사람이 없는 시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토요일 아침의 역설

토요일 아침, 눈을 떴는데 일정이 하나도 없는 날. 처음엔 "자유다!" 하고 기뻐한다. 늦잠도 실컷 자고, 브런치도 여유롭게 먹고, 밀린 드라마도 보고. 그런데 30분 뒤엔 갑자기 마음 한편이 허전하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다. SNS를 켜면 친구들은 카페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웃고 있다. '좋아요'를 누르고 나면 더 공허해진다.

혼자 사는 주말은 이렇다. 즐거움과 공허함이 시소처럼 왔다 갔다 한다. 오전엔 "아, 이거 너무 좋은데?" 싶다가도, 오후가 되면 "근데 왜 이렇게 심심하지?" 하고 멍하니 천장을 본다.

시간은 어떻게 증발하는가

쇼파에 앉아 유튜브 자동재생에 몸을 맡기다 보면 하루가 사라지는 속도는 빛의 속력을 능가한다. 정오에 시작한 영상이 어느새 오후 6시를 지나간다. 알고리즘은 친절하게도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끝없이 추천해주고, 나는 그냥 '다음 영상'을 누를 뿐이다.

그때쯤 되면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주말… 어디 갔지?"

배달 앱을 열어보니 주문 내역만 쌓여 있고, 운동복은 여전히 옷장 안에 갇혀 있다. '이번 주말엔 뭔가 해보자'던 다짐은 금요일 밤 어디쯤에서 증발했다. 죄책감이 밀려온다. 이렇게 또 한 주가 지나갔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주말이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1인가구에게 주말은 '내 리듬'으로 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괜찮고, 집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침 10시에 일어나도, 저녁 8시에 저녁을 먹어도, 밤새 책을 읽어도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누가 묻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묻는 방식으로 마음을 정리하는 법을 배워간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싶지?" "진짜로 심심한 걸까, 아니면 그냥 누군가와 있어야 한다는 강박일까?" 이런 질문들은 혼자 있을 때만 들을 수 있다.

혼자만의 근육

주말을 홀로 보내면서 알게 된다. 밥을 혼자 먹는 힘, 심심함을 견디는 근육, 조용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술. 이건 혼자 살아본 사람만이 갖는 능력이다.

처음엔 혼자 밥 먹는 게 어색했다. 식당에서 다들 나를 쳐다보는 것 같고, 테이블에 앉으면 왠지 모를 민망함이 밀려왔다. 그런데 이젠 혼자 앉아 밥을 먹으면서도 여유를 느낀다. 핸드폰을 보지 않고 그냥 음식에 집중하는 시간. 나쁘지 않다.

심심함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5분만 가만히 있어도 불안했는데, 이젠 심심함이 나쁜 게 아니란 걸 안다. 심심함은 때로 창의성의 출발점이고,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번 주말도 괜찮다. 누가 불러주지 않아도, 오늘은 내가 나를 불러내면 되는 거니까.

금요일 밤, 소파에 앉아 조용히 다짐한다. "이번 주말, 나랑 잘 지내보자."

주말이 무서운 건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부르는 법을 까먹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번 주말엔, 가장 먼저 내 이름을 불러보자.

1인가구의 주말은 외롭고 자유롭고, 때론 무섭고 때론 소중하다. 그 모든 감정이 공존하는 시간. 그게 바로 우리의 주말이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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