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칼럼] 1인가구 자급자족 기술: 전구는 왜 꼭 새벽에 나가나
[라이프 칼럼] 1인가구 자급자족 기술: 전구는 왜 꼭 새벽에 나가나
  • 윤지현
  • 승인 2025.12.05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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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전구는 낮에 나가지 않는다. 꼭 피곤이 한계치에 다다른 새벽이나, 샤워하고 나와 물 뚝뚝 떨어지는 상태일 때 불이 나간다.

1인가구 입장에선 그 순간 "아… 지금 이걸 내가 혼자 해결해야 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사는 삶은 늘 이렇게 타이밍이 나쁘다. 세탁기는 회의 직전에 멈추고, 싱크대 배수구는 바쁜 날에만 막히고, 중요한 택배는 꼭 집에 없을 때 도착한다.

하지만 1인 가구는 생존 능력이 빠르게 진화한다. 전구 교체하려고 의자 위에 올라가며 "내가 언제 이렇게 공구에 능숙해졌지?"하고 놀라고, 싱크대가 막히면 유튜브 검색창에 '막힘 해결 5분 컷'을 자동으로 치고 있는 자신을 본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집은 휴식 공간이자 DIY 생존 현장이다. 가스레인지 불이 안 붙으면 잠시 전문가가 되고, 장롱 문이 삐걱거리면 목수가 된다. 고장의 종류에 따라 1인가구의 직업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그렇다고 이 모든 걸 하면서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없는 건 아니다. 막힌 배수구를 뚫었을 때의 성취감, 새 전구를 끼우고 방 안이 환해질 때의 뿌듯함, 오직 '나 혼자' 해결한 그 순간의 만족감은 꽤 크다.

사실 1인가구는 처음부터 강했던 게 아니다. 혼자 살아보며 자연스럽게 늘어난 힘이고,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배우게 된 능력들이다. 이 능력들은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고, 누가 대신 해준 적도 없다.

그래서 전구가 나가는 새벽이 오히려 큰 시험대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낸 사람들이 갖는 작지만 단단한 자신감이 자라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손전등을 들고 전구를 갈아 끼우며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래, 이 집은 내가 돌본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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