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오늘의집'에 뺏긴 '고객의 시간'…가구업계 공룡들의 '일상 점유' 전쟁
[인사이트] '오늘의집'에 뺏긴 '고객의 시간'…가구업계 공룡들의 '일상 점유' 전쟁
  • 정단비
  • 승인 2026.01.1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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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아래 지하실’ 확인한 지난해 성적표…한샘·리바트·까사, 외형과 내실 동반 붕괴

가구업계의 2025년은 '바닥 아래 지하실'을 확인한 잔인한 한 해였다. 부동산 침체라는 외부 요인을 차치하더라도, 전통 가구사들의 저조한 실적은 뼈아프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숫자가 아닌 '점유'에 있다. 고객이 머물고, 고민하고, 결제하는 모든 시간을 오늘의집과 같은 플랫폼에 통째로 내준 결과다. 기성 기업들이 제품 하나를 더 팔기 위해 노력할 때 플랫폼은 고객의 '시간' 자체를 설계하며 부가가치를 얻고 있다.

이에 가구 기업들은 '제조업'이라는 낡은 외투를 벗어던지고, 뺏긴 고객의 '일상'을 탈환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


숫자가 보여준 처참한 현실


지난해 전통 가구사들의 2025년 3분기 누적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 그 자체다.

업계 1위 한샘의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3443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줄었고, 영업이익은 155억원으로 43.3% 급감했다. 현대리바트 역시 같은 기간 누적 매출 1조1883억원(-18.4%), 영업이익 183억원(-25.9%)을 기록했다. 신세계까사는 누적 매출액 1844억원(-8.8%)에 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 빠졌다.

반면 오늘의집은 2024년 매출 2879억원으로 첫 흑자를 낸 이후, 연 거래액 2조원대를 유지하며 홈퍼니싱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오늘의집, 이사부터 자랑 콘텐츠까지...락인(Lock-in) 위력


오늘의집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저가 직접 올린 콘텐츠(UGC)를 통해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이사 - 인테리어 시공 - 가구 구입 - 생활서비스'로 이어지는 '주거 사이클'을 하나의 앱 안에서 해결하는 생태계를 완성했다.

오늘의집의 취향을 기반으로 한 소비의 흐름 설계 구조는 가구 판매를 넘어 이사, 시공, 수리, 생활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며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객이 이사를 고민하는 순간부터 집을 고치고, 가구를 채워 넣고, 그 공간을 다시 커뮤니티에 자랑하는 전 과정의 길목을 오늘의집이 점령한 것이다. 

한샘, 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 역시 오늘의집에 입점해 플랫폼 내 다른 브랜드들과 고객에게 선택 받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신세계까사의 ‘자주’ 인수, ‘일상 접점’ 뺏으려는 승부수


이런 맥락에서 최근 신세계까사가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를 품은 결정은 오늘의집에 뺏긴 '일상의 접점'을 되찾아오기 위한 전략으로 보여진다. 가구는 한 번 사면 관계가 끊기는 대표적인 '저회전' 상품이다. 반면 자주의 생활용품과 잡화는 월 단위로 구매가 일어나는 '고회전' 상품이기 때문이다.

신세계까사 측은 자주 영업 양수를 통해 가구 중심의 단선적 사업 구조를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자주(JAJU) 파미에스테이션점
자주(JAJU) 파미에스테이션점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가구 중심의 사업 구조가 생활용품과 패션으로 분산되면 실적 변동성이 완화될 뿐만 아니라, 고객이 우리 브랜드에 머무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샘이나 리바트가 플랫폼의 검색 결과에서 찾을 수 있는 제조업체로 전락할 위험에 처한 사이, '자주'라는 일상 접점을 통해 고객이 매주 우리 브랜드를 찾게 만들겠다는 활로를 찾은 것이다.


2026년, "제조업은 사라지고 플랫폼만 남는다"


향후 가구업계의 승부가 제조 기술이 아닌 '고객 관계 장악력'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플랫폼이 설계한 주거 사이클에 편입되지 못하거나, 스스로 그에 준하는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살아남는 기업은 이제 ‘가구를 파는 곳’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브랜드’여야 한다. 가구와 생활용품, 그리고 관리 데이터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지 못하면 플랫폼 권력에 종속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샘과 현대리바트는 하이엔드·프리미엄 중심의 선별적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샘은 키친과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 글로벌 수입가구 유통 브랜드 ‘도무스(DOMUS)’를 통해 차별화를, 현대리바트는 글로벌 3대 주방가구 브랜드로 꼽히는 이탈리아 하이엔드 브랜드 발쿠치네(Valcucine)를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2026년, 가구업계의 포트폴리오 확대는 선택이 아닌 생존이다. 플랫폼에 뺏긴 '고객의 시간'과 '취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전쟁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