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의 주치의부터 신약 개발까지” 빅테크, 헬스케어 AI 경쟁 돌입 
“내 손안의 주치의부터 신약 개발까지” 빅테크, 헬스케어 AI 경쟁 돌입 
  • 김다솜
  • 승인 2026.01.22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픈AI, 1억 달러에 의료 스타트업 ‘토치’ 인수…B2C 시장 공략
엔비디아·일라이릴리, 10억 달러 투자해 ‘AI 신약 연구소’ 설립 합의
개인정보 유출·AI 환각 현상 등 보안·안정성 이슈, 해결 과제로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기술의 다음 격전지로 헬스케어 시장을 지목하고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섰다. 생성형 AI가 단순한 문답을 넘어 개인의 건강 관리와 신약 개발, 의료 행정 간소화 등 실질적인 의료 산업 전반으로 침투하는 모양새다. 

IT 및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오픈AI, 엔비디아, 앤스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은 최근 일제히 헬스케어 관련 대형 투자와 신규 서비스를 발표했다. 이들은 각사의 강점에 맞춰 소비자 대상(B2C) 건강 관리 서비스부터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한 기업 간 거래(B2B)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오픈AI는 의료 데이터 통합 분석 그타트업 ‘토치(Torch)’를 약 1억 달러(약 1400억원)에 인수하며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토치는 웨어러블 기기, 진료 기록, 유전자 검사 결과 등 여러 곳에 흩어진 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통합하고 데이터 간의 충돌을 식별해 신뢰도를 높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는 오픈AI가 최근 공개한 ‘챗GPT 헬스’의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챗GPT 헬스는 사용자가 스마트워치나 건강 앱 데이터를 연동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식단 조절, 운동 루틴 제안 등 맞춤형 조언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에 토치의 기술력까지 더해지면 단순한 조언을 넘어 파편화된 개인 의료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AI 주치의’ 역할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앤스로픽, 신약 개발과 의료 행정 혁신 주력 

엔비디아는 막강한 하드웨어 인프라를 바탕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손잡고 향후 5년간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를 투자해 ‘AI 공동혁신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연구소는 엔비디아의 AI 신약 개발 플랫폼인 ‘바이오 네모’를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부터 임상, 제조 공정 최적화까지 개발 전 주기를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험실 데이터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연결해 24시간 연속 학습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기존에 수년이 걸리던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오픈AI의 경쟁사인 앤스로픽 역시 ‘클로드 포 헬스케어’를 출시하며 시장 경쟁에 가세했다. 앤스로픽은 복잡한 의료 기록을 분석하고 요약하는 기능을 통해 의료진의 행정 업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미국 의료정보보호법(HIPAA)을 준수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병원과 보험사 등 전문 기관에서의 활용도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빅테크의 헬스케어 진출이 가속화됨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의료 데이터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에 속하는 만큼 유출 시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AI 등은 헬스케어 서비스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에 사용하지 않고 별도로 암호화해 저장하겠다고 밝혔으나 보안 업계에서는 기업의 약관 변경 가능성이나 해킹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포괄적인 개인정보보호법의 부재로 인해 AI 기업에 공유된 의료 정보가 법적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AI가 거짓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답변하는 ‘환각’ 현상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잘못된 의학 정보는 사용자의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구글은 자사 검색 AI가 부정확한 건강 정보를 제공한다는 논란이 일자 관련 기능을 축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헬스케어 AI가 보조적인 도구를 넘어 진단과 처방의 영역까지 확대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와 더불어 강력한 법적·윤리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