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줌인] "생각하던 AI가 이제 움직인다"…60조 달러 '피지컬 AI' 시대 개막
[트렌드줌인] "생각하던 AI가 이제 움직인다"…60조 달러 '피지컬 AI' 시대 개막
  • 정단비
  • 승인 2026.01.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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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시총 100조 돌파하며 '모빌리티 AI 기업'으로 재평가…테슬라와 양강 구도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CES 2025에서 "AI의 다음 개척지는 피지컬 AI"라고 선언한 지 1년, 이제 화면 속에 갇혀 있던 인공지능이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으로 쏟아져 나오며 산업 전반의 판도를 뒤바꾸고 있다.

2026년 초, 글로벌 시장은 이제 생성형 AI를 넘어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행동하는 AI'에 열광하고 있다.

물리법칙 학습한 '뇌', 산업 현장 주도권 잡다

피지컬 AI는 센서로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구동 장치(Actuator)를 통해 현실 세계에 물리적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이다. 단순히 텍스트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중력, 마찰, 관성 등 3차원 공간의 물리 법칙을 이해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모건 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피지컬 AI 시장이 향후 60조 달러(약 8경원) 규모의 잠재 가치를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24년 269억 달러에서 2033년 2352억 달러로 약 9배 성장이 예고되며, AI 로보틱스 시장 역시 2030년 762억 달러 규모로 이전 예측치보다 30% 상향 조정됐다.

중국, 공급망 80% 장악하며 '가격 파괴' 공세

현재 시장의 양적 팽창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관절 모듈, 감속기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중국 내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2025년 6만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3배 성장했으며, 2035년 시장 규모는 3000억 위안(약 63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지방정부 주도의 '실세계 데이터 공장'을 통해 로봇의 행동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하며 학습-운용-생산의 순환 구조를 완성했다.

현대차가 CES 2026에서 공개한 (왼쪽부터)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
현대차가 CES 2026에서 공개한 (왼쪽부터)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

현대차, '시총 100조' 돌파…자동차 제조사 틀 벗었다

이러한 거센 중국의 공세 속에서 한국의 현대자동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로보틱스'를 결합한 독자적인 생태계로 시장의 찬사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월 20일, 장중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단순한 자동차 판매량 증대가 아닌,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의 재평가가 이루어진 결과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이후, 디지털 트윈(가상 세계)에서 학습한 결과값을 실제 물리 세계에 오차 없이 적용하는 RMAC(로봇 다중 에이전트 협업) 인프라를 구축했다. 특히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HMGMA 공장에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투입,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제를 갖춘다는 로드맵이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

KB증권은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80만원으로 상향하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가치 35조원과 휴머노이드를 활용한 자율주행 파운드리 비즈니스 가치 60조원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국, 하드웨어 물량 아닌 '소프트웨어 SDK'가 과제

정부는 피지컬 AI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2026년 예산안에 5000억원을 신규 배정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물량 공세에 맞서기 위해 AI 정밀 제어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 등 '지능형 플랫폼' 분야에서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국내 제조업 중소기업의 AI 도입률이 0.1%에 불과한 현실도 시급한 과제다. 한국무역협회와 고려대 융합연구원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데이터 인프라 부족과 전문 인력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 AI 전환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됐다.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 경쟁 가속

엔비디아는 CES 2025에서 로봇 전용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 'GR00T'와 가상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를 포함한 풀스택 모델을 공개하며 생태계를 확장 중이다. 테슬라는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5000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현실화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이제 제조를 넘어 물류(아마존 키바), 의료(수술 로봇 다빈치), 농기계(대동의 자율주행 트랙터) 등 전 산업 현장에서 실증 단계를 지나 양산 단계로 진입했다. 노동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는 피지컬 AI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