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을 찾는 사람이 줄고 있다. 그런데 한 번 갈 때 더 많이 쓰는 소비 흐름이 포착됐다. 그리고 이 변화의 배경에는 전체 가구의 36.1%로 불어난 1인가구가 있다.
오픈서베이가 2026년 2월 발표한 '편의점 트렌드 리포트 2026'은 최근 1년 내 편의점 구매 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담고 있다. 핵심 지표는 뚜렷한 양극화를 보여준다.
2022년 88.8%였던 최근 1년 내 편의점 구매 경험율은 2025년 87.0%, 2026년 83.1%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월평균 이용 빈도도 2022년 10.7회에서 올해 8.5회로 줄었다. 그러나 1회 평균 지출금액은 2022년 7589원에서 2026년 7813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방문 횟수는 줄어도 지갑은 더 열리는 방향으로 편의점 소비 패턴이 재편되고 있다.
"대신할 곳이 없다"… 84%가 대체 불가 인식
이용률이 감소하는데도 편의점의 존재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편의점 구매 경험자의 84.1%(Top2%)가 "편의점을 대체할 것이 아쉽다"고 응답했다. 특히 구매 경험자의 33.6%는 "매우 아쉽고, 편의점을 대체할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답해 압도적 충성도를 보였다.
대체 채널 인식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쿠팡, 배민B마트 등 온라인·퀵커머스 채널 대체 응답은 전년 대비 각각 11.3%포인트, 16.1%포인트 줄어든 반면, 동네슈퍼·식자재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소형 오프라인 채널을 대안으로 꼽는 비율은 10%포인트 안팎 증가했다. 결국 편의점을 대신할 수 있다면 그것도 '가까운 오프라인'이라는 뜻이다. '생활 밀착형 접근성'이 편의점의 핵심 경쟁력임을 소비자 스스로 확인해준 셈이다.
이는 1인가구 소비 패턴과 맞닿아 있다. 2024년 기준 1인가구는 804만 5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하고 있다. 집에서 가깝고, 24시간 운영되며, 필요한 만큼 소량 구매가 가능한 편의점은 혼자 사는 이들에게 대형마트나 이커머스가 채우기 어려운 역할을 한다.
칸타 월드패널이 2023년 하반기 전국 8000가구의 실제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재 전체 채널 중 편의점이 차지하는 구매액 비중이 1인가구는 다인가구 대비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싸도 간다, 단 '행사할 때' 간다
가격 인식은 냉정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편의점 구매 경험자의 76.6%가 타 구매 경로 대비 편의점 가격을 "비싸다"고 평가했다. 연령이 높을수록 더 냉정해져 50대는 80.0%가 비싸다고 응답했다.
그 결과 구매 패턴이 바뀌었다. '행사 여부와 관계없이 필요한 상품을 구매한다'는 응답은 2025년 33.1%에서 2026년 21.2%로 11.9%포인트 급락했다. 반면 번들(1+1 등) 프로모션을 계기로 구매한다는 응답은 56.4%에서 66.4%로 10%포인트 늘었다. 비싸다는 걸 알지만 행사가 있으면 간다는 말이다.
1인가구에게 1+1 행사는 단순한 할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혼자 먹기에 애매한 양을 '행사'라는 명목으로 합리화하게 해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식료품 넘어 생활 전반으로 확장
편의점에서 사는 것도 달라지고 있다. 식료품(김밥·샌드위치·음료·과자 등)이 여전히 66.5%로 과반을 차지하지만, 2025년 대비 4.2%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생활용품(일회용품·상비약·담배 등)은 2.3%포인트, 편의서비스(택배·ATM·티머니 충전 등)는 1.9%포인트 증가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생활용품과 편의서비스 이용 비중이 전년 대비 올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편의점에서 아침을 해결하는 이른바 '편조족'도 늘고 있다. CU의 경우 아침 시간대(오전 5~9시) 간편식 매출 비율이 2023년 12.0%에서 2025년 17.2%로 높아졌고, 매출 신장률도 매년 20%에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식 물가 부담이 커진 가운데, 편의점 간편식이 혼밥족의 한 끼를 책임지는 역할을 넘어 일상의 장보기와 생활 서비스까지 담당하는 공간이 되어 가는 셈이다.
앱은 이제 '재고 조회' 도구
편의점 앱 이용 양상도 주목할 만하다. 앱 설치율은 전년 대비 유의미하게 성장했으며, 특히 30~50대 남성이 확산을 주도했다. 앱 기능 활용에서는 '재고 조회'(46.4%, 전년 대비 +7.6%포인트)와 '단골매장 및 점포 등록'(35.9%, +11.2%포인트), '온라인 예약 주문'(24.8%, +9.2%포인트)이 두드러지게 성장했다. 반면 '이벤트·프로모션 확인 및 활용'(-9.7%포인트), '행사상품 보관 서비스'(-9.1%포인트) 등은 줄었다.
편의점 앱이 단순 쿠폰 창구에서 벗어나 '어느 매장에 뭐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가는' 실용적 도구로 바뀌고 있다. 한 번 발걸음에 더 많이, 더 확실하게 사려는 소비 패턴과 맞닿아 있다.
브랜드 경쟁, 이제는 'PB 상품력'이 가른다
편의점 브랜드별 이용 이유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GS25와 CU는 '접근성'이라는 공통 1위 외에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서', '단독 판매/PB 제품 구매' 항목이 전년 대비 순위가 올랐다. 반면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여전히 '접근성'과 '프로모션'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이에 GS25는 1인가구 및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신선식품 특화 매장(FCS) 확대와 차별화 상품 강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으며, CU는 990원 초저가 특템시리즈 등 차별화 PB 확대를 2026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콜라보 정보, 이제 SNS에서 먼저 안다
트렌디 상품 소비에서는 정보 채널의 무게중심 이동이 뚜렷하다. 편의점 콜라보 상품 정보를 '편의점 매장'에서 얻는다는 응답은 전년 대비 15.8%포인트 급감한 반면, '개인/인플루언서 SNS'는 5.2%포인트 늘어 1위(34.3%)를 차지했다. 온라인에서 미리 상품을 인지하고 매장을 방문하는 패턴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혼자 사는 소비자들에게 편의점은 이미 '냉장고이자 약국이자 은행'이다. 이용률이 줄어도 채널로서의 존재감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다. 앞으로 편의점이 1인가구의 일상을 얼마나 촘촘히 파고드느냐가, 포화 상태의 시장에서 살아남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