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동네은행의 빈 자리, 편의점·우체국이 채울까 
사라진 동네은행의 빈 자리, 편의점·우체국이 채울까 
  • 김다솜
  • 승인 2026.04.13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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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새 시중은행 지점 1200개 급감…’금융사막화’ 심화
일본·영미권, 우체국·편의점 개방 ‘원스톱 서비스’ 안착
2026년 한국형 모델 도입…리스크 분담 등 상생 체계가 성공 관건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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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뱅킹의 급격한 확산과 은행권의 비용 효율화 전략으로 오프라인 영업점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스마트폰 조작이 서툰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심각한 금융소외를 야기하며 지역 사회의 기초 금융망이 붕괴되는 ‘금융사막화’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이에 현실적인 해법으로 기존의 생활 밀착형 거점을 활용해 은행 업무를 대행하는 ‘은행대리업’이 부상하고 있다.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권을 방어하는 최후의 오프라인 방어선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사라지는 은행 지점, 다가오는 동체 아구: 은행대리업 연착륙 조건과 중장기 발전 로드맵’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지점 수는 2015년 4311개에서 2025년 9월 3048개로 10년 새 1200개 이상 급감했다. 

은행들이 영업점 유지에 투입되는 막대한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점포를 적극적으로 통폐합한 결과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지방과 도서 산간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현금 유통과 대면 상담 등 필수적인 금융 인프라의 공백을 야기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이 대체하기 어려운 인적 상호작용과 물리적 창구가 주는 신뢰감은 사회 안전망으로서 필수적인 가치를 지니기에 일방적인 비대면 전환 요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점 공유로 금융접근성 높이는 은행대리업 

금융권의 경영 효율화와 금융 포용 사이의 딜레마를 타개하기 위한 모델로 은행대리업이 주목받고 있다. 은행대리업은 우체국, 저축은행, 대형 유통망 등 이미 구축된 생활 밀착형 거점에 은행 창구 업무를 위탁하는 일종의 ‘채널 공유’ 전략이다. 

은행은 신규 점포 개설 없이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거주지 인근에서 단절 없는 대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인적 상호작용이 필수적인 취약계층의 금융배제를 막고 사회적 매몰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2026년부터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은행대리업 실증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보안과 리스크 통제를 통해 우체국 및 주요 저축은행 창구를 중심으로 시중은행 업무를 교차 제공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하나의 대리점이 복수의 은행 업무를 취급하는 ‘1사 다전속’ 모델을 통해 지역 거점의 공동지점화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은행대리업을 먼저 안착시킨 해외 선진국들은 비금융 산업에까지 문호를 개방해 금융 생태계를 확장했다. 일본은 2006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편의점과 항공사 등 비금융사에도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단순 입출금을 넘어 대출 신청 대행과 외화 환전 등 포괄적 업무 권한을 부여했다. 

영국과 호주는 국가 우편망을 시중은행의 공용 허브로 공유하고 있으며, 특히 호주는 우체국 대리점에 ‘네트워크 유지 수수료’를 분담하도록 법제화했다. 이는 수익성이 낮은 외진 지역의 대리점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인 방어책으로 위탁사가 생태계 유지 비용을 분담하는 상생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국형 은행대리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어느 한 주체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정교한 비용 부담 모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위탁 은행이 사고 시 1차 배상 책임을 지되 관리 의무를 다했을 때 책임을 면제해주는 ‘면책 조항’ 명문화가 제시됐다. 

은행에 무한 책임을 지울 경우 리스크 회피를 위해 제휴 자체를 기피하게 돼 제도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제적 유인 체계의 합리화도 중요한 과제다. 단순히 업무 처리 건수에 비례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수준을 넘어 창구 유지에 기여하는 망 사용료 성격의 ‘공동망 분담금’을 위탁 은행들이 지급하는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횡령이나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생체 인증 기반 시스템과 대리업무 자격 인증제 도입 등 인적·기술적 이중 통제망 구축이 병행될 때 비로소 은행대리업이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제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