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생은 평생 담배 못 산다'…영국, 세대 단위 금연법 통과
'2009년생은 평생 담배 못 산다'…영국, 세대 단위 금연법 통과
  • 한승훈
  • 승인 2026.04.23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인이 돼도 구매 금지…'연령 상한선이 매년 1살씩 올라가는' 세계 첫 법안

담배를 아예 살 수 없는 세대가 한 나라에서 현실이 된다. 영국 의회가 2009년 1월 1일 이후 태어난 사람에게는 평생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다. 나이 먹는 속도만큼 금연 연령이 함께 올라가는, 세계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구조다.

영국 '담배·전자담배법(Tobacco and Vapes Bill)'은 의회 최종 단계를 통과해 국왕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 BBC, 가디언 등 외신이 전한 법안의 핵심은 단순하다.

2009년생부터는 몇 살이 되더라도 담배·궐련형 전자담배·시가 등 모든 전통 담배 제품을 합법적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기존 금연 정책과 다른 점은 '나이 상한선이 매년 한 칸씩 올라간다'는 발상이다. 현재는 '18세 이상'처럼 하나의 숫자를 기준으로 판매를 제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반면 영국의 새 법은 기준이 2009년생에서 출발해 해가 바뀔 때마다 1년씩 위로 이동한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담배를 살 수 있는 세대'의 나이는 점점 올라가고, 아래쪽에는 평생 구매가 막힌 '비흡연 세대'가 쌓이게 된다.

이번 법안은 담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자담배(베이프)와 니코틴 제품 규제도 함께 강화된다. 광고·판촉 제한 강화, 학교·병원 인근 금연구역 확대, 전자담배 향·포장 규제, 청소년 니코틴 제품 접근 차단 등이 같이 포함돼 있다. 흡연 입문 연령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흡연 경로 자체를 시스템적으로 좁히겠다는 설계다.

법안의 명분은 흡연 관련 질환으로 인한 사망과 의료비 부담을 장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공중보건 목표다. 영국 내 주요 보건 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흡연자 수를 세대 교체와 함께 자연 감소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평가한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성인이 된 뒤에도 일부 시민만 합법적 구매가 제한되는 방식이 개인 자유와 형평성에 반한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단속 현장에서 점원이 일일이 생년월일을 확인해야 하는 문제, 합법 시장이 좁아지면서 암시장·밀수 담배가 늘어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도 함께 나온다.

이 법은 곧바로 한국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세대 단위 규제'라는 발상 자체가 정책 토론 소재로 확산할 여지는 크다.

국내에서도 청소년 흡연·전자담배 접근성을 두고 규제 강화론과 개인 자유 보호론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 사례가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의회가 2009년생 이후 태어난 사람에게 평생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담배·전자담배법'을 최종 통과시키며 세대 단위 금연법 시대를 열었다 (이미지=폴리네이션 AI 생성)
영국 의회가 2009년생 이후 태어난 사람에게 평생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담배·전자담배법'을 최종 통과시키며 세대 단위 금연법 시대를 열었다 (이미지=폴리네이션 AI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