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는 줄였지만 수용 인원 부족은 과제
흡연구역 옆을 지날 때면 담배 냄새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벽 없이 사방이 뚫린 개방형 흡연구역이라면 냄새와 연기가 더 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강남역 이면도로에 설치된 '서초 개방형 제연 흡연시설'은 예상과 달랐다.
개방형 구조임에도 시설 바로 옆을 지나가도 담배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길거리 흡연과 담배꽁초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개방형 흡연부스를 직접 찾아 다른 흡연구역과 비교해봤다.
흡연자 몰린 강남역 흡연부스
지난해 1월 설치된 서초 개방형 제연 흡연시설은 가로 2.4m, 세로 7.2m, 높이 3.4m 규모로 조성됐다. 한강 은백색을 바탕으로 기둥 세 개가 떠받치는 개방형 구조다. 최대 2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개방감을 강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직접 가보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방이 트인 구조였다. 일반적인 흡연실과 달리 벽이 없어 답답한 느낌이 덜했다. 그럼에도 내부에는 흡연자들이 가득 차 있었고,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강남역 일대는 회사와 음식점,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어 흡연 수요가 높은 지역이다. 점심시간처럼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최대 20명 규모로도 부족해 보였다.
흡연금지 팻말은 많았지만 길거리 흡연은 여전했다
시설 주변을 둘러보니 흡연금지 안내문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건물 입구와 골목 곳곳에는 흡연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
그럼에도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마주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흡연부스가 설치돼 있음에도 시설 밖에서 흡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금지 표지와 실제 거리 풍경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했다.
지나가기만 해도 냄새가 났던 흡연구역, 이곳은 달랐다
비교를 위해 다른 개방형 흡연구역도 둘러봤다. 별도의 제연시설이 없는 공간이었다.
이 구역은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담배 냄새가 강하게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개방형 흡연구역의 모습이었다. 벽이 없는 만큼 냄새가 그대로 퍼지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흡연자들 역시 강한 담배 냄새와 답답함 때문에 기존 흡연구역을 불편하게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강남역에 도입된 서초 개방형 제연 흡연시설은 달랐다. 개방형 구조인데도 시설 바로 옆을 지나갈 때 담배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용자가 많았음에도 냄새가 심하게 퍼지지 않는 점이 장점이었다.
비결은 시설 구조에 있었다. 3면에는 에어커튼이 설치돼 외부로 담배 연기가 퍼지는 것을 막고, 지붕에는 회오리 방식의 제연 정화장치 4대가 내부 연기를 정화한 뒤 배출하도록 설계됐다.
단순히 벽을 없앤 개방형 구조가 아니라 개방감과 냄새 차단을 동시에 고려한 설계가 적용된 것이다. 같은 개방형이라도 시설에 따라 체감 차이가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둥에는 자동 소화 기능을 갖춘 재떨이 12개가 설치돼 있었다. 다른 흡연구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꽁초가 수북하게 쌓인 재떨이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담배꽁초 처리 역시 비교적 깔끔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서초구는 이 개방형 제연 흡연시설로 ‘2025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냄새는 잡았지만, 길거리 흡연은 여전했다
많은 이용자는 시설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계도 드러냈다. 강남역처럼 유동인구와 흡연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현재 규모만으로는 부족해 보였다.
실제로 흡연부스 주변에서는 부스를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시설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흡연부스를 이용하지 못한 일부 흡연자들이 다시 길거리 흡연으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바닥 곳곳에는 담배꽁초도 눈에 띄었다. 개방형 흡연부스가 설치됐다고 해서 길거리 흡연과 담배꽁초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개방감과 제연 기능을 동시에 갖춘 구조는 인상적이었다. 흡연자에게는 답답하지 않은 공간을, 비흡연자에게는 간접흡연 부담을 줄여주는 절충안으로 보였다. 다른 흡연구역과 비교해봤기에 그 차이는 더욱 분명하게 느껴졌다.
길거리 흡연 줄일 해답, 결국은 '흡연 공간'
직접 둘러본 서초 개방형 제연 흡연시설은 '개방형이면 냄새가 심할 것'이라는 기존 인식을 바꿔놓을 만한 공간이었다.
다만 시설 하나만으로 강남역의 흡연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길거리 흡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금지 표지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한편, 서초구 이외에도 성동구는 스마트 흡연부스 14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왕십리역 등 유동인구 밀집 지역에 공기정화 설비를 갖춘 부스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흡연자들의 편의를 위해 세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