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사는 가구가 늘어난 만큼 시장은 가파르게 커졌다. 그런데 정작 '병원비'라는 가장 현실적 공포 앞에서 보험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국내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62억 달러, 한화로 8조5000억원 수준이다. 10년 뒤인 2032년에는 시장이 152억 달러, 약 21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료·간식·용품부터 의료·장묘·보험까지 포함한 수치다.
이런 가운데 양육 규모도 함께 늘었다. KB금융이 낸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반려가구는 591만 가구, 반려인은 1546만명으로 전체 가구의 26.7%, 전체 인구의 29.9%에 이른다. 네 집 가운데 한 집 이상이 개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험 가입은 12.8%
시장 규모와 반려인 비중은 가파르게 커졌지만, 반려동물 보험 가입에는 미온적이다. KB 보고서에서 반려가구의 91.7%가 반려동물 보험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 가입률은 12.8%에 그쳤다.
가입을 망설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모였다. 보험료 부담이 50.6%로 가장 많았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이 37.4%, 보장 범위가 좁다는 지적이 35.8%로 뒤를 이었다(복수응답). 보험이 '아는 상품'이긴 하지만 '지갑을 열게 만드는 상품'은 아직 못 된다는 뜻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그래도 펫보험이 연평균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13개 손해보험사가 펫보험 상품 운영하고 있으며, 실제 신계약 건수도 2021년 2만6383건에서 지난해 12만9714건으로 약 5배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월 양육비 14만2000원, 병원비 한 번에 수십~수백만원
실제 지출 구조를 보면 보험이 차지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월평균 양육비는 14만2000원 수준으로 집계된다. 여기에는 사료·간식·패드·용품·미용 등이 포함된다.
반면 큰 지출은 예측이 어려운 '의료비'에서 터진다. 수술·입원을 동반하는 질환의 경우 한 번에 수십만~수백만원이 들어가는 사례가 드물지 않고, 고령 반려동물의 만성질환 관리에는 장기적인 병원비가 누적된다.
보험은 이 큰 지출을 분산시키는 구조로 설계돼 있지만, 현재 시장의 상품은 가입 연령 제한, 기존 질병 제외, 자기부담금 구조 때문에 보험료 대비 체감 보장이 제한된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보호자 한 명의 소득으로 사료비·보험료·비상 의료비를 모두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보험료)' 대비 '한 번에 쏟아지는 병원비'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의 계산이 예민해진다.
KB 보고서에서도 '필요성을 잘 모른다'보다 '보험료가 부담스럽다'가 가장 큰 미가입 이유로 꼽힌 것은, 이용자들이 병원비 리스크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현재 상품이 비용 대비 효용을 맞추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신 비상금을 따로 떼어 두거나 동물 전용 적금·카드 혜택으로 대응하는 보호자들도 늘고 있다.
제도·상품도 움직이는 중
보험업계도 이러한 지적에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보험사는 가입 가능 연령을 확대하거나, 슬개골·구강 질환처럼 발병 빈도가 높은 질병을 특약 형태로 커버하는 상품을 잇따라 내놨다. 정부 쪽에서는 반려동물 등록제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련 인프라를 정비하고, 펫푸드·의료·보험을 아우르는 '펫 산업 육성안'을 주기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물병원 진료비가 표준화된 기준 없다는 점은 펫보험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반려인이 늘어나는 속도에 맞춰 상품이 재설계 뿐만 아니라 제도가 완비되지 않는다면, 시장 규모 21조원 시대가 와도 보험 가입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