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률은 3%대 그쳐…보장 조건·청구 편의성은 여전히 제각각
반려동물 양육 1인가구, 갑작스러운 의료비 부담 대비 필요성 커져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펫보험 시장 규모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보험사들의 상품 출시가 잇따르면서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 성장만으로 펫보험이 대중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체 반려동물 수 대비 가입률은 여전히 3%대에 그친다. 보험료 부담, 복잡한 보장 조건, 불편한 청구 절차 등이 가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어서다.
특히 반려동물을 혼자 돌보는 1인가구라면 고민은 더 커진다. 병원비와 간병, 보험금 청구까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 만큼 펫보험을 단순한 유행 상품이 아닌 갑작스러운 의료비 부담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국내 펫보험 원수보험료는 1287억원으로 전년보다 61.1% 증가했다. 원수보험료가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유계약 건수도 빠르게 늘었다. 2021년 5만1727건이던 펫보험 보유계약은 2025년 25만1822건으로 증가했다. 5년 사이 약 5배 늘어난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펫보험 원수보험료는 391억9123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3% 늘었다. 신계약 건수도 3만6155건으로 같은 기간 23.0% 증가했다.
시장이 커진 배경에는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이 있다. 반려동물의 수명이 길어지고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보다 고액 진료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슬개골 탈구, 치과·구강질환, 피부질환뿐 아니라 MRI·CT 검사, 심장질환, 항암치료 등으로 보장 관심도 넓어졌다.
많아진 상품, 선택은 아직 쉽지 않다
보험사들도 펫보험을 새 성장 시장으로 보고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장기 반려동물 실손보험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DB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마이브라운 등도 보장항목과 서비스 차별화에 나섰다.
DB손보는 이마트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 몰리스와 함께 오프라인 접점을 넓혔다. 카카오페이손보는 펫보험 출시와 함께 실종 반려동물 알림 서비스 등 반려생활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마이브라운은 제휴 동물병원에서 보험금이 실시간 차감되는 청구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상품이 많아졌다고 비교가 쉬워진 것은 아니다. 펫보험은 상품마다 보장 항목과 조건이 다르다. 같은 질환이라도 기본 보장인지 특약인지, 가입 직후 보장되는지 일정 기간이 지나야 보장되는지에 따라 실제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라진다.
대표적인 항목이 슬개골 탈구다. 소형견에게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든 상품에서 같은 방식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어떤 상품은 특약 가입이 필요하고, 또 다른 상품은 일정 기간이 지나야 보장된다. 피부질환과 구강질환도 상품별 면책기간과 제외 조건이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월 보험료만 상품을 고르기는 어렵다. 보험료가 낮아도 자기부담금이 크거나 자주 발생하는 질환이 보장 대상에서 빠져 있다면 실제 병원비 부담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보장 범위가 넓은 상품은 월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자기부담금 높아진 만큼 따질 것도 늘어나
지난해 금융당국이 펫보험 구조 개선을 권고한 이후 상품 구조도 일부 바뀌었다. 손해보험사들은 재가입 주기 1년, 자기부담금 하한 3만원, 자기부담률 30% 이상 등을 반영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과도한 보장 경쟁을 막고 손해율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이 변화는 시장 안정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소비자에겐 확인해야 할 조건이 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기부담금과 자기부담률이 높아지면 보험에 가입해도 일정 금액은 보호자가 부담해야 한다. 병원비가 소액일 경우 보험금을 청구해도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청구 방식도 중요한 기준이다. 영수증과 진단서를 직접 제출해야 하는 사후 청구 방식은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자동청구나 실시간 지급 방식은 편의성이 높지만, 이용 가능한 제휴 병원이 제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펫보험 시장이 더 커지려면 상품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보험금 청구 간소화, 표준 진료 코드 정착, 동물병원 영수증 양식 표준화, 동물 등록제 강화, 반려동물 진료 데이터 축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혼자 키운다면 ‘월 보험료’보다 지출 여력을 봐야
반려동물 양육 1인가구에게 펫보험은 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상품이다. 반려동물이 아프면 병원 방문부터 검사, 수술 여부 판단, 간병, 병원지 지출까지 대부분을 혼자 결정해야 한다.
특히 갑작스러운 고액 진료비는 고정지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보험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지만, 큰 병원비가 발생했을 때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미리 따져보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
가입 전에는 반려동물의 나이와 품종, 과거 병력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미 진단받은 질환은 보장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고 고령 반려동물은 신규 가입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 가입 가능 연령과 갱신 가능 나이도 상품마다 다르다.
자주 발생하는 질환이 실제 보장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슬개골, 피부질환, 구강질환, 외이염, 장염 등은 반려동물이 병원을 찾는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상품에 따라 기본 보장 여부와 면책 기간이 달라 약관 확인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