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준비는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집·관계·디지털까지 챙겨야
은퇴 준비는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집·관계·디지털까지 챙겨야
  • 김다솜
  • 승인 2026.04.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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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진입 첫해, 노후의 기본값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24일 THE100리포트 122호 '은퇴 이후의 삶, 미리 살펴보고 준비하기'를 발간했다. 통계청 2025 고령자 통계를 토대로 고령자의 생활환경과 관계 변화를 분석한 내용이다.

올해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 4천명으로 전체의 20.3%를 차지한다.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선 수치다. 이 비중은 2035년 29.9%, 2050년 40.1%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족구조부터 달라졌다

은퇴 후 노후의 그림이 바뀌었다. 2025년 기준 고령자 가구(가구주 65세 이상)는 618만7000 가구로 전체의 27.6%다. 이 중 1인 가구가 37.8%, 부부가구가 35.0%로 두 유형을 합치면 72.8%에 달한다. 자녀와 동거하는 노후보다 혼자 또는 부부만 사는 노후가 이미 표준이 됐다는 얘기다.

1인가구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배우자 사망이다.  "언젠가는 혼자 산다"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거·생활비·건강·관계망·돌봄 접근성을 모두 독립생활 기준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살던 곳에 머물고 싶지만, 환경이 뒷받침 안 된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2023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87.2%가 건강이 허락한다면 지금 사는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건강이 나빠진 뒤에도 48.9%는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집에서 지내기를 원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2023년 기준 고령자 가구의 주택 만족도와 주거환경 만족도는 각각 2.93점으로 전체 가구보다 낮았다. 편의시설, 의료·복지시설, 문화시설, 대중교통 만족도도 전체 가구에 미치지 못했다. 머물고 싶은 마음과 실제 환경 사이의 간극이 노년 삶의 질을 갉아먹는 구조다.

집 밖 환경도 문제다. 2024년 고령자 10만명당 보행 교통사고 사망률은 6.2명, 부상률은 109.3명이다. 고령 운전자 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중은 30.2%로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이동 자체가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는 의미다.

ⓒgettyimagesbank
은퇴 후 노후에 필요한 것은? ⓒgettyimagesbank

80세 넘으면 장기요양 수요 급증

돌봄 수요는 연령에 따라 급격히 달라진다. 2024년 기준 연령대별 장기요양인정자 비중은 65~69세 1.8%, 70~79세 6.6%, 80세 이상 31.9%다. 80세를 경계로 완전히 다른 국면이 펼쳐지는 것이다. 여성(14.0%)이 남성(6.9%)보다 높다.

공급 측면에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24년 노인복지시설은 9만 6430개소로 전년 대비 3.6% 늘었다. 방문요양·방문목욕·주야간보호 등 재가노인복지시설은 1만 8745개소로 17.9% 증가했다.

반면 노인주거복지시설은 281개소로 오히려 줄었다. 시설 입소보다 집에서 받는 돌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디지털은 이제 노후 생존 인프라

고령자의 인터넷 이용률은 76.9%, 메신저 이용률은 92.6%다. 65~69세만 보면 인터넷 이용률이 93.9%까지 올라간다. 고령자의 ICT기기 하루 사용시간은 1시간 39분으로 5년 전 34분에 비해 약 3배 늘었다. 같은 기간 대면 교제는 줄고 비대면 교제는 늘었다. 80세 이상에서도 화상·음성 교제 시간이 6분에서 12분으로 두 배 증가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역량이 관계 유지, 정보 접근, 금융 거래, 의료 예약, 행정 서비스, 응급 대응까지 연결되는 노후의 기본 인프라가 됐다고 분석했다. 은퇴 준비 목록에 연금 점검만이 아니라 모바일 금융, 가족과의 디지털 연락망 구축까지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족하며 사는 노후를 위한 질문이 달라져야

2024년 현재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고령자 비중은 35.5%, 사회·경제적 성취에 만족한다는 비중은 33.2%였다. 전년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전체 평균에 못 미친다.

보고서는 노년의 삶의 질이 노후 자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어디서, 누구와, 얼마나 안전하게 연결되어 사는가가 더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집의 소유 여부보다 그 집이 노년에도 안전하고 편리한 공간인지, 지역사회와 연결돼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