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정치권이 '청년정치 지망생'을 대하는 자세
[정치칼럼]정치권이 '청년정치 지망생'을 대하는 자세
  • 공인경 새정치민주연합 청년위원
  • 승인 2015.04.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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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일 등의 정치 선진국가들의 사례
▲ 공인경 새정치민주연합 청년위원

정치와 정당을 불신하는 한국사회에서, 많은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참여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에서도 많지 않은 숫자이지만 몇몇의 청년들이 정치참여를 해오고 있다. 이에 대한민국 정당들의 청년위원회나 대학생위원회가 앞으로 벤치마킹해볼 만한 독일 CDU, CSU 정당 내 정식 청년기구인 영 유니온을 소개해볼까 한다.
 
영 유니온은 14세부터 35세까지의 청년들이 가입하여 활동 가능하며, 영 유니온 대표자는 현직 독일연방의원이기도 하다. 현재 12만 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으며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가장 큰 청년정치 조직인 만큼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필자가 지난 2008년도 독일연방의회에서 독일연방의원 도로티베어 의원실에서 연구인턴으로 근무할 당시 같은 의원실 인턴동기들이 바로 이 영 유니온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었다. 당에서 열리는 각종 정치행사, 문화행사, 소속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영유니온 청년당원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해나가는 것을 봤다.

그들 중에는 청년정치가의 길을 가고자하는 친구 외에도 경제, 경영, 법학, 예술 등을 전공하는 다양한 방면의 꿈을 가진 청년당원들이 있다. 이들은 평소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며 청년당원활동을 비롯해 의회 인턴경험도 하고 선거기간에는 선거캠프에서 열심히 선거운동도 한다.
 
이렇게 열심히 청년당원 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는 독일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이 거의 없는 것과 별개로 도당이 운영하는 재단에서 장학금 지급이라는 너무 멋진 혜택이 주어진다.

대학 학비도 없는데 무슨 장학금이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생활비, 용돈, 교재비 등이 드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선정기준 또한 당활동 점수가 장학금수여자로 선정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적극적인 당활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당운영 관련 법 위반, 선거법위반 등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우리도 이런 걸 해보는 게 어떨까. 필자는 청년당원활동을 학교생활, 직장생활보다 더 열렬히 하는 열혈청년당원이니, 만약 독일에서 대학교를 다녔다면 4년 내내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녔을 것이다.
 
필자가 지난 2007년 국회 인턴으로 청년당원이 된 이후로 대학생위원회 활동 등을 하며 한국에서 정당 내 청년활동을 7년 동안 경험해본 결과 한국에서는 정당 내 청년조직이 활성화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정당 내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하거나 보장해주는 분위기가 아닌 것은 물론, 정치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더라도 시민단체의 청년정치활동이나 학교 내 총학생회 활동에 비해 정당 안에 들어와서 직접 현실정치를 경험하려는 청년들은 많지 않다.

이는 대부분 청년들의 '당에서 활동하다가 혹시라도 지지하는 정당이 바뀌게 되면 곤란을 겪지 않을까', '취업을 할 때 정당활동 경험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등의 생각 때문으로 보인다.
 
정당에 청년이 들어오길 꺼려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한국의 정치수준 및 정치문화가 아직까지는 성숙되지 않았고 선진정치국가가 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왜 청년들이 정당 활동을 해야 할까? 정당이 바로서야 정치가 바로 서는데 그러려면 많은 청년들이 국민으로서 정당 활동에 참여하여 감시자의 역할, 정책 제안자의 역할을 직접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정치와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줄이고, 사회를 바로 보는 올바른 시각도 기를 수 있다.

그래서 정당과 의회는 청년당원교육, 의회 청년보좌진 양성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필자가가 근무했던 독일의회와 미국의회는 오전, 오후에 걸쳐 의회 인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
교육커리큘럼이 따로 있을 정도다.

독일과 미국의 각 정당들은 청년당원들에게 의회인턴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고 그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열심이다. 청년들을 당과 의회의 미래자산,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10년 20년 후에 미국 정치의 미래입니다. 여러분 중에 다음 미국의 대통령, 장관, 상원의원, 하원의원이 나옵니다. 저도 20년 전 여러분처럼 의회 인턴이었고 청년당원이었습니다. 바로 여러분의 미래가 저이고, 꿈 많은 청년시절의 제가 바로 여러분입니다"

미국 의회에서 인턴 첫날 인턴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한 미국 상원의원의 연설내용이다.

그들이 청년들을 정치계의 미래 세력으로 여긴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 선진국들의 정당과 의회는 청년들을 이용만 하려는 대한민국의 정당, 의회가 청년을 대하는 자세와는 큰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의원실 인턴들을 소중한 미래자산이라 생각하기보다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업무를 도와줄 아르바이트학생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인턴자리마저도 학연, 혈연, 지연 등의 인맥이 있는 청년들만이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이고, 많은 청년들은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만 얻을 수 있다. 이렇다보니 청년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선진정치국가들은 의회인턴 기회는 신청하는 어느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그래서 이들에게 인턴근무 기회는 신청순서의 시간차이만 있을 뿐, 학연, 혈연, 지연에 따른 기회의 차이는 없다. 그래서 인턴경험을 했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 아닌, 하고 싶다면 신청하여 언제든 해볼 수 있는 너무도 평범한 경험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의회인턴 경험을 했다거나 정치활동을 하는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삐딱하다. 많은 이들은 당연하게 그들이 정치권에 인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 동안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청년인재를 수혈하는 방식은 지연, 학연, 혈연이 적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청년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손수조전 사상구 총선 출마자의 경우도 그들 스스로가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의 거물급 인사와의 인맥을 통해 수혈된 경우로 정치권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대선후보와 같은 당내 거물급 정치인들이 깜짝 발탁해 주요 당내 행사를 비롯해 언론 앞에서 이들에 대한 언급을 통해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활동 기반을 만들어줬다.

반면, 민주당의 청년 정치지망생들의 경우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수혈된 경우보다는 정치, 역사,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이 직접 당에 문을 두드려 당에서 주최하는 청년들 대상의 정치아카데미, 선거운동 자원봉사 등의 참여를 통해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이들을 당내 미래 세력으로 규정하여 적극적으로 활동 공간이나 기반을 만들어 준다기보다는 당 이미지 개선, 의정활동, 선거운동 등에 필요한 도구처럼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총선 때 청년비례대표 제도를 통해 청년국회의원 2명을 비례대표로 발탁하긴 했지만 새누리당의 청년 깜짝 카드에 대항할 보여주기 식의 속보이는 이벤트였다고 비난을 받았다.
 
방식은 다르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청년정치인들을 양성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그 의도는 당의 단기적 목적달성을 위한 도구로 여긴다는 불순한 의도였다.

당내 청년들에게도 진심을 가지고 그들의 꿈을 격려해 줄 수없는 정당이 과연 수많은 대한민국 청년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우리의 정당들도 더 많은 국민들, 젊은 층의 지지를 얻고 싶고 당 지지도를 높이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세력인 청년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청년위원회 청년위원▲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2030자문위원▲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부산 소장

※ 이 기사는 본지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