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오피스 밀집 지역의 대로변 보행로가 사실상 거대한 ‘개방형 흡연실’로 변질됐다. 금연 현수막과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으나, 수십 명의 흡연자가 무리 지어 보도를 점령하면서 통행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특정 오피스 센터 앞 보도는 점심시간 뿐만 아니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흡연자들이 보행을 방해하고 있다. 각 지역마다 이런 곳이 한 곳씩은 있다. 이들은 게릴라식으로 잠깐 피고 사라지는 수준을 넘어, 특정 지점을 마치 지정 흡연 부스인 양 상시 이용한다.
보행로를 따라 일렬로 서서 담배를 피우는 탓에 일반 보행자들은 매캐한 연기를 뚫고 지나가거나, 차도로 우회해야 하는 실정이다. 보도에 설치된 ‘금연 구역’ 현수막은 이들에게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 단속의 구조적 한계
지자체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나 단속은 겉돌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버젓이 길에서 담배를 피는데 단속을 안하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법적 단속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보행인도 전체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건물 입구로부터 일정 거리만 금연 구역일 경우, 흡연자들이 단 몇 미터만 옆으로 이동해 담배를 피우면 행정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근거가 사라진다.
단속 인력의 현실적 제약의 문제도 있다.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는 대규모 인원을 소수의 단속원이 감당하기 어렵다. 신분 확인 거부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마찰도 적극적인 단속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 빌딩 관리 주체는 건물 밖 보도에 대한 관리 권한이 없고, 지자체는 인력 한계를 이유로 상시 감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책임의 공백이 발생한다.
보행권 침해…근본적 대책 시급
현행 방식의 계도와 현수막 설치만으로는 대로변 ‘흡연존’ 형성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흡연자들은 "피울 곳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공공 보도를 무단 점거하며 타인의 보행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비흡연자인 한 시민은 "흡연구역이 너무 없어서 차라리 흡연부스를 곳곳에 만들어서 길빵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단순 계도를 넘어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도 전체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는 조례 강화와 함께, 빌딩 관리 주체가 실내외에 폐쇄형 흡연 시설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로변 금연 현수막은 ‘법적 무기력함’을 상징하는 장식물로 남을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