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9곳이 하청 노조와의 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로 판단됐다. 업계는 공사 지연과 비용 증가 우려를 안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한국노총 한국연합플랜트노조가 각각 DL이앤씨를 상대로 낸 교섭단위 분리 결정 신청에서 DL이앤씨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교섭단위 분리 결정 자체는 기각했으나, 원청으로서 교섭 의무가 있다는 판단은 받아들인 것이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 당사자에게 통보된다.
이로써 10대 건설사 중 사용자성을 인정받지 않은 곳은 대우건설 한 곳뿐이다.
법 시행 이후 10대 건설사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은 빠르게 이어졌다. 포스코이앤씨가 대형 건설사 최초로 4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인정을 받은 데 이어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 GS건설, (주)한화가 4월 말까지 서울지노위·울산지노위 등으로부터 잇따라 사용자성을 인정받았다.
현대건설·롯데건설·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은 5월 21일 하루 만에 서울지노위 결정이 나왔다.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하청 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원청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파업 등 쟁의행위가 가능해진다.
전국으로 번지는 교섭 압박
압박은 10대 건설사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노란봉투법에 따른 건설 하도급업체 영향 및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전국 하청 노조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 가운데 97개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연구원이 4월 철근·콘크리트공사업 전문건설업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8.5%는 교섭 과정에서 사실상 비용 상승을 초래하는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재심 단계에서도 판단이 나왔다. 중앙노동위원회는 6월 4일, 4월 전남지방노동위원회 결정을 뒤집고, 중흥토건·중흥건설이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한국노총 소속)와 산업안전 의제에 한해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중노위는 타워크레인 안전시설 설치·해체 등을 하청사가 단독으로 처리하기 어렵고, 실제 현장 안전관리 체계가 원청의 결정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산업안전이 반복 거론되면서 업계의 우려도 구체화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원청이 안전관리에 적극 개입할수록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넓어질 수 있어 원청과 하청 모두 대응 방향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원청과 하청 간 합의에 따른 비용이 하청업체에 전가되지 않도록 발주자·원청사·하청사를 연계하는 하도급대금 조정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