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한 줄 못 짜는 사람이 일주일 만에 사이트를 만들었다.
처음엔 카톡방의 후회 한 줄로 시작됐다. "야, 5년 전에 하이닉스 사라고 했을 때 진짜 샀어야 했는데" 친구 단톡방에서 또 그 얘기가 나왔다. 웃고 넘겼지만 이상하게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후회를 숫자로 정확하게 보여주는 사이트가 있으면 어떨까.
문제는 내가 코드를 거의 못 짠다는 점이었다. HTML 태그 닫는 법도 가물가물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일주일 뒤, 사이트 하나를 만들었다.
"5년 전 너만 못 산 그것"을 보여주는 회고형 투자 시뮬레이터다. 정기예금과 비트코인, 삼성전자와 S&P500 같은 자산을 비교해, 5년 전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지금 결과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코드는 하나도 직접 짜지 않았다. 대부분 Claude(클로드)와 대화하며 만들었다. 이게 바이브코딩이라는 거구나, 그 짧은 사이에 몸으로 알게 됐다.
"코드를 잊으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
'바이브코딩'이라는 말은 2025년 2월 OpenAI 공동 창업자인 안드레이 카파시가 X에 올린 한 줄에서 시작됐다. 코드의 존재 자체를 잊고, 의도를 말로 전달하며 AI와 함께 만든다는 개념이었다. 처음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7일 동안 실제로 해보니, 정말 코드가 필요없다는 것이 체감됐다.
내가 클로드에게 한 말은 이런 식이었다. "두 카드를 좌우로 놓고, 5년 전에 정기예금에 묻어뒀을 때랑 비트코인 샀을 때를 비교하게 해줘. 둘 중 하나 고르면 지금 잔고가 얼마인지 빵 터지게."
그러면 AI가 컴포넌트를 만들어준다. 나는 브라우저로 결과만 본다. 마음에 안 들면 "카드 모서리 더 둥글게", "숫자 폰트 더 크게", "후회 멘트 더 세게"라고 말했다.
7일 동안 내가 입력한 건 대부분 한국어 문장이었다.
물론 사이트가 돌아가는 기술 스택 이름 정도는 안다. Next.js 16, React 19, Tailwind CSS 4.
하지만 내부 구조를 설명하라고 하면 아직도 어렵다. 바이브코딩의 핵심은 거기 있었다.
문법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지 설명만 할 수 있으면 된다.
7일 만에 어떻게 나왔나
체험기인 만큼 과정도 꽤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이번에 만든 사이트는 미래를 예측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이미 지나간 5년을 숫자로 되짚어보는 회고형 시뮬레이터에 가깝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5년 전 정기예금을 선택했을지, 비트코인을 샀을지"를 클릭한다. 그러면 현재 기준 수익 차이가 펼쳐진다. 결국 "그때의 선택이 지금 얼마짜리 후회가 됐는지"를 보여주는 구조다.
■ 1일차: 노트에 시나리오 다섯 개를 적었다. 정기예금 대 비트코인, 삼성전자 대 S&P500, 서울 아파트 대 금, 카카오 대 네이버, 달러 대 원화. 클로드에게 "이 다섯 개를 카드 UI로 보여주는 첫 화면을 만들어줘"라고 말하자, 1시간 뒤에 첫 화면이 떠 있었다.
■ 2~3일차: 가격 데이터를 정리했다.
어느 거래소 시세를 기준으로 할지, 어떤 시점 종가를 사용할지, 부동산은 어느 지역 KB 시세를 적용할지 같은 문제였다. 이건 AI가 대신 결정해줄 수 없는 영역이었다. 결정은 사람이 하고, AI는 그 위에 구현하는 방식이다.
■ 4~5일차: 카피를 계속 수정했다. 정확한 숫자만 보여주는 서비스는 이미 많다.
하지만 숫자에 감정을 입히는 건 여전히 사람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6일차: 면책 문구를 정리했다. "교육·재미용 시뮬레이션입니다.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라는 면책 문구를 반복해서 적어뒀다. 이런 윤리적 안전장치는 AI가 먼저 챙겨주지 않았다. 내가 직접 지시해야 했다.
■ 7일차: 드디어 배포다. 도메인이 연결되고 실제로 서비스가 열렸다.
이게 다였다. 어떤 날은 1시간 만에 화면 하나가 떴고, 어떤 날은 카피 한 줄을 두고 반나절을 보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코드가 아니라 '결정'이었다
오해는 말자. 7일 내내 마법처럼 술술 풀린 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어려웠던 건 판단이었다.
어떤 자산을 비교할지. 시작 시점을 어디로 잡을지. 부동산은 어떤 지역 데이터를 사용할지.
클로드는 결정된 방향 안에서는 굉장히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방향 자체가 없으면 그럴듯한 결과를 임의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 순간엔 오히려 사람이 더 긴장해야 했다.
구조를 설계하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구조를 잡는 일도 사람 몫이었다. 정책이 바뀔 때를 대비해 1차 자료 단위로 폴더를 분리해 놓고, "정책 바뀌면 그 파일만 고치면 전체 반영되게 해줘"라고 먼저 말을 해야한다. 이걸 안 시키면 클로드는 그냥 화면 만들기에만 몰두한다.
코딩의 문턱이 사라진 후 남은 것
영국 콜린스 사전은 2025년 11월 6일 그해의 단어로 '바이브코딩'을 뽑았다. 카파시 본인은 같은 해 말에 "바이브코딩은 이제 한물간 단어"라는 취지의 말을 다시 했다. 코드를 몰라도 개발을 하는 신기한 단계는 지났고, AI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는 게 이제 기본값이 되어가는 단계라는 이야기였다.
내 체감도 비슷하다. 바이브코딩을 하기 전엔 클로드가 코드를 만들어주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당연해졌다.
대신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차별점은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드 한 줄 못 짜던 사람이 일주일 만에 원하는 서비스를 배포까지 진행했다. 이게 내가 직접 경험해본 바이브코딩의 위력이었다. 다음엔 무엇을 또 만들 수 있을지, 어디까지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