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을 켜자 작은 로봇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네모난 얼굴 화면에 파란 눈 모양의 미소가 떠오르는 순간, '아, 이게 AI 로봇이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AI 로봇 체험 행사에서 만난 기기는 큐브로이드의 AI 교육 로봇 '아티보(ARTIBO)'였다. 아티보는 인공지능 기능을 담당하는 헤드블록과 모터로 움직이는 바디블록 등이 블록 형태로 구성된 조립식 AI 로봇이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활용해 이미지 인식, 음성 인식, 생성형 AI 기능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체험은 큐브로이드 코딩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노트북을 모바일 핫스팟에 연결하고 아티보를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하자 화면에는 드래그 방식의 블록 코딩 환경이 나타났다.
여기서 코딩이 반드시 키보드로 코드를 입력하는 작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이 플랫폼에서는 코드를 직접 입력하는 대신 색깔별로 분류된 블록을 마우스로 끌어다 놓는 방식으로 명령을 구성한다.
주황색 블록은 동작 흐름을 제어하고, 파란색 블록은 음성 출력과 음성 인식 기능을 담당한다. 초록색 블록은 조건 비교에 사용된다. 블록을 조합할수록 로봇의 행동도 구체적으로 설계된다.
이날 도전한 첫 번째 과제는 '글씨를 인식해 시를 낭송하는 로봇 만들기'였다. 깃발 클릭 블록에서 시작해 "안녕하세요, 시 낭송을 합니다"라는 음성 안내 블록을 연결했다. 이어 텍스트 인식 블록을 붙이고, 인식된 값이 '향수', '진달래꽃', '별 헤는 밤' 가운데 어느 것과 일치하는지 비교하는 조건 블록을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직접 타이핑한 코드는 단 한 줄도 없었다.
완성된 코드를 실행한 뒤 카메라 앞에 '향수'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였다. 아티보는 글자를 인식한 뒤 잠시 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라는 시 구절을 읽어냈다. 화면에서 조합한 블록 명령이 실제 로봇의 행동과 음성으로 구현되는 순간이었다.
표정 인식 실습은 한층 더 흥미로웠다. 얼굴 분석 블록을 연결한 뒤 인식된 표정 값이 'calm'이면 중립적인 표정을 지으며 "별일 없구나"라고 말하고, 'surprised'면 놀란 표정과 함께 "놀랄 일이 있었구나", 'happy'면 웃는 표정으로 "좋은 일이 있구나"라고 반응하도록 조건 블록을 쌓았다. 카메라 앞에서 표정을 바꿔보자 아티보는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였다. 단순히 얼굴을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표정의 차이까지 구분해내는 정확도가 예상보다 높았다.
음성 인식 실습에서는 로봇을 말로 움직여봤다. 마이크에 명령을 내리자 아티보는 목소리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동작을 수행했다. 체험 행사장처럼 주변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명령을 인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행 제어 실습에서는 모터 방향 블록을 활용해 이동 경로를 직접 설계했다. 전진, 우회전, 좌회전, 후진 블록을 순서대로 연결하고 모터 강도와 이동 시간을 설정하자 로봇은 코딩한 순서대로 바닥 위를 움직였다. 단 몇 개의 블록만으로도 로봇의 이동 동선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체험을 마치고 돌아서며 든 생각은 단순했다. 코딩을 전혀 몰라도 블록 몇 개를 옮겨 붙이는 것만으로 AI 로봇에 명령을 내리고 실제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어렵고 먼 기술로만 느껴졌던 인공지능이 실제로 만지고 움직여볼 수 있는 도구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작은 네모 얼굴의 미소가 AI를 한층 가깝게 느끼게 한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