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과 NH농협금융을 비롯한 주요 금융그룹이 비금융 대안정보를 활용한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본격 가동한다. 신용카드 사용 실적이나 대출 상환 이력이 없어 대출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던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 '금융이력부족자(씬파일러·Thin Filer)'를 포용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은 통신비나 공과금 납부 내역에 머무르던 기존 대안정보의 범위를 일상 소비 영역까지 넓혔다. 서점에서의 도서 구입 실적, 전통시장 이용 횟수, 대중교통 이용 실적 등이 대표적이다. 일상적인 소비 생활에서 나타나는 성실성과 계획성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신용 평가의 보완 지표로 삼겠다는 취지다.
금융권의 이 같은 대안정보 활용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서비스의 전 분야 확산과 맞물려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 분야에 국한됐던 마이데이터가 통신, 유통, 의료 등 전 산업으로 확대되면서 금융사들이 결합할 수 있는 비금융 데이터의 종류와 질이 한층 향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정보위는 최근 가스·전기 사용량과 요금 정보를 포함한 '에너지 마이데이터' 제도를 본격 시행함에 따라, 신용평가사(나이스평가정보)와 금융권은 이를 연계한 대안 신용평가 서비스를 연말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전기·가스요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이력 자체가 취업준비생이나 노년층의 신용점수를 개선하는 새로운 지표로 활용되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도 다양한 업권과의 제휴를 통한 대안평가 사례가 늘고 있다. 신한카드는 배달앱 요기요와 제휴해 배달 라이더의 운행 일수와 매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전용 신용평가 혜택을 제공 중이며,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은 스마트스토어 소상공인의 매출 흐름과 단골 고객 비중, 반품률 등을 종합한 대안신용평가로 금융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다.
핀크 등 핀테크 업계 역시 대형 마트 소비 패턴과 소셜미디어(SNS) 활동 성향까지 결합한 평가 모델을 선보였다.
다만 금융사들은 어떤 항목이 얼마큼의 비중으로 신용점수에 반영되는지 세부 기준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명확한 채점 기준이 노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을 올릴 목적으로 읽지 않는 책을 수백 권씩 사재기하거나 전통시장 이용을 비정상적으로 늘리는 등의 어뷰징(편법 행위) 우려가 있어 구체적인 반영 항목과 비중은 비공개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정상적인 소비 패턴이 아닌 점수 조작용 행위를 원천 차단하면서, 마이데이터로 확보한 성실한 일상 기록을 가진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와 개인정보위의 전 분야 마이데이터 시행이 맞물리면서, 비금융 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 시장은 전통적인 금융 거래 이력 중심의 평가 체제를 빠르게 보완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