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대입구역 4번 출구를 걷다 보면 조금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건물 곳곳에는 애니메이션 포스터가 붙어 있고, 가게 앞에는 캐릭터 굿즈와 피규어가 진열돼 있다. 이른바 '홍키하바라'다.
'홍키하바라'는 홍대와 일본 아키하바라를 합친 말로, 서브컬처 상권이 밀집한 홍대 일대를 가리키는 별칭이다.
과거에는 일부 마니아들의 취미로 여겨졌던 서브컬처가 최근에는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이 거리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직접 찾아가 현장을 살펴봤다.
일본에 온 듯한 AK플라자
홍키하바라의 중심으로 꼽히는 곳은 홍대입구역 바로 앞 AK플라자다.
건물 5층에는 애니메이션 굿즈샵과 피규어 전문점 등 다양한 서브컬처 매장이 모여 있었다. 층 전체가 하나의 애니메이션 전문 공간처럼 꾸며져 있어 일본 현지를 떠올리게 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애니메이트 홍대점이었다. 매장 입구부터 애니메이션 캐릭터 입간판이 방문객을 맞이했고, 내부에는〈주술회전〉, 〈귀멸의 칼날〉, 〈하이큐!!〉 등 인기 작품의 굿즈와 서적, 음반까지 빼곡하게 진열돼 있었다. 캐릭터 키링과 아크릴 스탠드 같은 소품류부터 작품별 OST 음반, 만화 단행본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방문객의 구성이었다.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일본 여행을 가야만 접할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 굿즈 문화를 이제는 홍대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골목 곳곳에 늘어난 피규어샵
AK플라자를 나와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서브컬처 매장들은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피규어 전문점과 굿즈샵이 골목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매장 진열대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와 키링, 아크릴 스탠드, 카드, 인형 등이 가득했다. 인기 작품은 물론 비교적 마니아층이 선호하는 작품 관련 상품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피규어샵과 굿즈샵만이 아니다. 골목 한편에는 메이드카페도 눈에 띄었다. 일본 아키하바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공간이 홍대 골목에도 자리를 잡은 것이다. 굿즈를 사고 카페를 방문하는 것까지, 서브컬처 소비가 하나의 코스처럼 이어지는 거리가 됐다.
취향 소비 공간으로 자리 잡은 서브컬처
예전에는 애니메이션과 피규어를 좋아하는 문화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풍경은 달랐다. 혼자 방문한 사람뿐 아니라 친구끼리, 연인끼리 매장을 찾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브컬처가 특정 마니아만의 취미라기보다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홍키하바라, 득일까 실일까
'홍키하바라'는 이제 홍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풍경 중 하나가 됐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피규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취향을 공유하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거리 곳곳을 채운 콘텐츠 대부분이 일본 IP 중심이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본의 아키하바라를 닮아가고 있지만, 정작 한국만의 서브컬처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 과거 일부 마니아들의 취미로 여겨졌던 서브컬처가 이제 홍대의 주요 소비문화로 성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