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무인점포가 4251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12월 기준 소방재난본부 예방과의 서울시 무인점포 현황에 따르면 업종별로는 무인빨래방(1165곳)과 무인스터디카페(1087곳)가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928곳)을 앞질렀고, 무인카페(568곳)·무인사진관(374곳)·무인 밀키트 판매점(129곳)이 뒤를 이었다.
무인점포 하면 아이스크림 매장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서울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세탁과 학습이라는 생활 필수 영역이다. 1인가구의 주거 공간이 좁아지면서 세탁기를 놓을 공간도, 함께 공부할 장소도 없는 주거 형태가 늘었고, 그 빈틈을 무인점포가 대체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자치구 편차도 뚜렷하다. 관악구(381곳)·강서구(332곳)·송파구(306곳)·강동구(301곳)·노원구(264곳) 순으로 많았고, 구로구(19곳)·중구(36곳)처럼 오피스 밀집지나 인구 규모가 작은 자치구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편리한 만큼 관리자는 없다
무인점포의 최대 장점은 '언제든 이용 가능'이다. 심야 시간대에도 문을 여는 무인 카페·아이스크림 가게는 1인가구에게 인기다. 인건비가 들지 않아 가격도 저렴하다. 무인 아이스크림 한 통이 2000~3000원, 무인 카페 아메리카노는 1000원대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1인가구 이모(31)씨는 "밤 11시에 집 앞 무인 카페에서 커피 사 와서 넷플릭스 보는 게 일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편의성이 관리 부재와 맞바꾼 결과라는 점이다. 무인점포는 상주 인력이 없다는 조건 자체가 사업 모델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관리 공백도 함께 커진다.
업종별 온도차도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은 초기 폭발적 성장세가 최근 눈에 띄게 둔화된 반면, 무인사진관은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시장이 성장과 정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무인화는 확산 중이다. 일부 대형 편의점 브랜드는 하이브리드형(부분 무인) 매장과 완전 무인 매장을 함께 늘려가는 방식으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절도 건수, 3년 새 3배로
관리자 없는 매장이 늘어난 만큼 범죄도 함께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무인점포 절도 건수는 2021년 3514건에서 2022년 6018건, 2023년 1만847건으로 매년 최고치를 경신해왔고, 2024년에는 1만1015건으로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3년 새 절도 건수가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촉법소년 연령대(만 10~14세)는 형사사건으로 접수되지 않는 특성상, 실제 소액 절도 규모는 이 통계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 치안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CCTV가 있어도 즉각 대응이 어렵고,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CCTV 분석과 피의자 특정에 상당한 경찰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면서 다른 치안 업무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 운영자는 "하루에 한두 건씩 도난이 발생하는데, CCTV 영상 확인하고 신고해도 소액이라 수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만 4000곳이 넘는 무인점포가 자치구별로 촘촘히 들어서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도 등 생활범죄 신고가 특정 지역 지구대에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1인가구 생활 인프라인데, 인허가 사각지대
전문가들은 무인점포가 급증하는 만큼 전용 관리·신고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소방시설 신고 외에 별도 인허가가 없어 실제 운영 점포 수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2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무인매장 관련 민원 2748건을 분석해 절도 신고와 위생 문제 등을 지적하며 '민원주의보'를 발령한 것도 이런 관리 공백과 무관하지 않다.
일선 경찰서 차원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경찰서는 무인점포 업주에게 범죄예방 안내판, 경찰관 모델 렌티큘러, 센서형 음성 송출기 등을 지원하는 시범 사업을 운영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찰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학교·지역사회가 연계한 예방 교육과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무인점포는 세탁·학습·간식까지 생활 전반을 떠받치는 인프라가 되고 있다. 다만 그 인프라를 관리할 주체가 사실상 없다는 점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다. 1인가구 시대, 무인점포는 편의와 안전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