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K뷰티' 열풍에 약국도 쇼핑 코스 됐다…일반약 '쇼핑화' 우려도
[뉴스줌인] 'K뷰티' 열풍에 약국도 쇼핑 코스 됐다…일반약 '쇼핑화' 우려도
  • 김다솜
  • 승인 2026.07.0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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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약국 소비 206% 급증…재생크림·여드름 치료제 등 ‘약국템’ 인기
K뷰티 관광 거점 된 약국…커지는 시장만큼 안전관리 기준 정비 필요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약국이 새로운 쇼핑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피부과 시술 뒤 사용하는 재생크림부터 여드름 치료제, 인공눈물, 파스까지 이른바 ‘약국템’이 K뷰티 소비의 한 축으로 자리잡으면서다.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 카드 소비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5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소비액은 2조1222억원으로 사상 처음 2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1% 증가한 수치다. 이중 약국 업종 소비 증가율은 206.1%로 전체 업종 중 가장 높았다. 

외국인 의료 소비에서도 약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외국인 의료 소비액은 2511억5578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진료과목별 소비액 비중은 피부과가 가장 컸지만, 소비 건수 기준으로는 약국이 69.8%를 차지했다. 외국인 의료 관련 결제 10건 중 7건이 약국에서 이뤄진 셈이다. 

피부과 다음 들르는 ‘애프터케어’ 코스 

약국 소비가 늘어난 배경에는 의료·미용 관광의 확대가 자리잡고 있다. 성수동, 명동, 강남 등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밀집한 지역의 대형 약국에는 외국어 안내문과 베스트셀러 매대가 마련되고 있다. 일부 약국은 무인 환전기까지 설치하며 관광객 동선에 맞춘 매장으로 변신하는 모습이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제품은 피부 재생크림, 여드름 치료제, 흉터 연고, 인공눈물, 파스, 립밤 등이다. SNS에서 제품명과 사진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미리 작성한 구매 목록을 들고 약국을 찾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기존에는 감기약이나 상비약을 사는 곳으로 여겨졌던 공간이 피부관리와 셀프케어 제품을 구매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약국이 주목받는 이유는 ‘전문성’에 있다. 일반 드럭스토어보다 기능성이 높은 제품을 살 수 있고 약사에게 성분이나 사용법을 상담받을 수 있다는 점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제약사들도 이 흐름에 맞춰 약국 전용 뷰티존과 더마코스메틱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드럭스토어 닮아가는 약국 

약국의 변화는 외국인 상권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의약품 등을 한 공간에 진열하고 소비자가 직접 비교해 고르는 창고형 약국도 늘고 있다. 대형마트처럼 쇼핑카트를 두고 긴 영업시간을 내세운 형태다. 

창고형 약국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과 편의성이 장점이다. 일반 약국보다 다양한 제품을 한 번에 볼 수 있고, 늦은 시간에도 상비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살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창고형 약국에서 살 만한 비타민, 여드름 치료제, 반려동물 의약품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약국이 쇼핑 공간에 가까워질수록 우려도 커진다. 의약품은 화장품이나 생활용품과 달리 효능과 부작용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드름 치료제나 피부 재생 제품은 성분에 따라 자극, 건조감, 홍조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사용 목적과 기간, 주의사항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일부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화장품처럼 발라볼 수 있는 테스터 형태로 운영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소비자가 피부에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반의약품을 지나치게 가볍게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약사법상 봉함된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을 개봉해 판매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어 법적 해석도 쟁점이다. 

커지는 시장…따라가지 못한 기준 

제도적 논의도 시작됐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는 5년 만에 재가동된 약정협의체를 통해 한약사 문제와 창고형 약국, 성분명처방, 비대면진료 등 약사사회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창고형 약국에 대해서는 약국의 공공성과 약사의 전문성을 해칠 수 있다는 약사회 우려와 소비자 편익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창고형 약국은 법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정확한 운영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이 지난해 문을 연 뒤 1년 새 40~50곳 안팎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부 차원의 공식 통계는 부족한 상황이다. 

약국의 변화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 K뷰티와 의료관광이 결합하면서 약국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새로운 쇼핑 채널이 됐고, 국내 소비자에게도 상비약과 건강기능식품을 비교 구매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약국이 커지고 매대가 넓어질수록 약사의 설명과 안전관리 기준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지적한다. 또 약국이 K뷰티의 새로운 유통 창구로 성장하는 흐름 속에서 의약품을 어떻게 안전하게 판매하고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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