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공간으로 경험하는 이색 전시
최근 집은 단순히 머무는 공간을 넘어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담아내는 공간이 되고 있다. 가구와 조명, 오브제 하나까지도 자신을 표현하는 요소가 되면서 공간 자체가 한 사람의 취향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하나의 공간에는 얼마나 다양한 취향을 담아낼 수 있을까. 이를 실제 공간으로 구현한 전시가 바로 디뮤지엄 '취향가옥 2 : Art in Life, Life in Art 2'다.
이 전시는 파인아트와 전통공예, 디자인, 가구, 컬렉터의 소장품을 실제 집처럼 꾸민 공간에 함께 배치한 '아트 앤 라이프(Art & Life)' 전시다. 2층부터 4층까지 서로 다른 콘셉트의 공간을 걸으며 작품과 가구, 공예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간 속에 녹아든 예술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직접 전시장을 찾았다.
정원을 지나자, 진짜 집이 나타났다
전시가 시작되는 2층 'Split House' 입구에서는 QR코드로 작품 정보를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전시에 들어가기 전에는 작은 정원처럼 꾸며진 공간이 먼저 관람객을 맞이했다. 전시장으로 향하는 길부터 일반 전시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공간을 지나자 하나의 집처럼 꾸며진 공간이 등장했다. 입구에는 컬렉터 고기환의 서브컬처 컬렉션이 놓여 있었고, 그 안쪽으로 거실과 주방, 침실, 욕실을 갖춘 실제 집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소파와 협탁, 조명, 액자까지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어 처음에는 모델하우스에 들어온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조명도 작품, 협탁 위 오브제도 작품, 벽에 걸린 액자도 작품이었다. 갤러리와 인테리어 쇼룸, 잘 꾸며진 집을 한꺼번에 둘러보는 기분이었다.
베이지 색상을 중심으로 한 따뜻한 분위기도 인상적이었다. 원목 가구와 클래식한 무드가 어우러져 실제 누군가 생활하는 집을 둘러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점은 생활용품과 작품의 경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인 줄 알고 지나쳤다가 작품 설명을 보고 다시 돌아온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 이 전시는 빨리 걷기보다 천천히 둘러볼수록 재미있다. 구석구석 숨은 작품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한 층 올라왔을 뿐인데,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3층 'Terrace House'에 올라서자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입구부터 한층 세련된 느낌이 느껴졌다.
2층이 따뜻하고 편안한 집이었다면 3층은 차분하고 고급진 집이었다. 블랙과 화이트를 중심으로 한 공간에 대리석과 미니멀한 가구가 어우러져 유럽의 고급 주택을 연상시켰다.
욕실 공간도 인상적이었다. 욕조와 세면대조차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공간을 완성하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2층과 달리 차분하고 절제된 분위기의 공간을 둘러보며, 마치 전혀 다른 집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이런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공간
복층 구조로 이루어진 4층 'Duplex House'는 앞선 층보다 훨씬 화려했다. 레트로 퓨처(Retro Future)를 모티브로 했다는 소개답게, 곳곳에 놓인 작품들이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강렬한 색감의 작품과 독특한 디자인 오브제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넥타이 컬렉션처럼 개인 컬렉터의 취향이 담긴 소장품도 눈에 띄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독특한 물건들이 공간 곳곳에 배치돼 있어 걷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천천히 걸을수록 더 재미있는 전시
취향가옥2에는 일반 전시처럼 정해진 관람 동선이 거의 없다. 원하는 공간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각 층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꾸며져 있어, 층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공간에 들어서는 듯한 재미도 있었다.
반면 사람이 많으면 구석구석을 오래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았다. 사진을 찍는 관람객도 많아 여유롭게 관람하고 싶다면 비교적 한산한 평일 방문을 추천한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작품 설명은 QR코드로 확인할 수 있지만 작품 옆 설명문의 글씨 크기가 다소 작았다. 공간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연출이겠지만 작품 정보를 함께 읽으며 감상하고 싶은 관람객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작품보다 공간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작품이 공간과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었다. 디뮤지엄 '취향가옥2'는 작품 하나를 오래 바라보는 전시라기보다 공간 전체를 천천히 걸으며 경험하는 전시에 가까웠다.
전시장을 나오고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특정 작품 하나가 아니라 작품과 가구, 오브제가 함께 완성한 공간의 분위기였다. 다만 이곳의 공간은 현실적인 집이라기보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볼 법한 이상적인 라이프스타일에 가까웠다. 그래서 취향가옥2는 특정한 취향을 제시하기보다, 다양한 취향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도 연인과 가족, 친구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했다. 작품을 감상하거나 공간을 둘러보고 사진을 남기는 방식은 달랐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정 연령층을 위한 전시라기보다 누구나 자신의 시선으로 공간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취향을 떠올려볼 수 있는 전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