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은 일을 직접 하는 대신 누군가에게 맡기고 싶다는 마음은 오래된 것이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사람에서 AI로 바뀌고 있다.
KB경영연구소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이 흐름에 이름을 붙였다. DIFM, 'Do It For Me'다. 인간의 개입 없이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수행하는 현상을 뜻한다. DIY(Do It Yourself)의 반대 개념이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이 변화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함께 사는 가족이 있으면 귀찮은 일을 나눌 수 있다. 청소도, 장보기도, 세금 신고도, 고장난 가전 수리 예약도 혼자라면 전부 내가 해야 한다. DIFM이 파고드는 지점이 바로 이 공백이다.
이미 쓰고 있는 것들이 DIFM이었다
사실 DIFM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배달 앱에서 AI가 "오늘 날씨에 어울리는 메뉴"를 추천하고, 넷플릭스가 다음에 볼 콘텐츠를 골라주고, 카카오택시가 목적지까지 경로를 알아서 잡는 것 모두 DIFM의 초기 형태다.
달라진 건 범위와 깊이다. 과거에는 정보를 추천해주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탐색부터 결제, 실행까지 AI가 연속으로 처리한다. 사용자의 의도를 해석하고 최적의 결과를 자율적으로 실행하는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DIFM은 디지털 영역 전반의 과업 대행으로 재정의됐다.
혼자 사는 사람의 일상에 들어온 DIFM
지금 국내에서 1인 가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DIFM 서비스들이 있다.
가사 대행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이다. 미소·모두의연결(구 대리주부)·청연(구 청소연구소) 같은 플랫폼은 정기 구독 방식으로 운영된다. 처음 한 번 집 상태와 선호를 입력해두면, 이후 예약·배정·결제가 자동으로 돌아간다. 직접 전화하거나 협상할 필요가 없다.
세금 신고도 바뀌고 있다. 프리랜서나 N잡러라면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가 부담이다. 지금은 삼쩜삼·토스 세금신고 같은 서비스가 소득 데이터를 자동으로 불러와 신고서를1 만들어준다. 세무사에게 맡기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홈택스에서 직접 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위험 성향을 한 번 입력해두면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구성하고 리밸런싱한다. 매일 시장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는 1인가구 직장인에게 실질적인 선택지가 됐다.
편리함 뒤에 하나만 기억할 것
DIFM 경제는 효율성을 높이는 기회요인이지만, 신뢰성 확보라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AI가 대신 결정했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은 여전히 내가 진다.
지금 단계에서 DIFM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반복적이고 귀찮은 일은 맡기고, 돈이 오가거나 계약이 걸린 최종 판단은 내가 확인하는 것이다. 가사·식단·일정은 AI에게, 투자 실행과 계약 서명은 내가 들여다보는 구조다.
혼자 사는 사람의 하루는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대신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DIFM은 그 공백을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