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데 집안일은 왜 안 줄지?…'먹고 치우다 하루 끝' 1인 가구의 생활노동 [1인가구 이야기]
혼자 사는데 집안일은 왜 안 줄지?…'먹고 치우다 하루 끝' 1인 가구의 생활노동 [1인가구 이야기]
  • 안지연
  • 승인 2026.10.0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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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어제 청소했는데 오늘도 치울 게 있다. 밥 한 끼 해먹으면 설거지가 생기고, 설거지를 끝내면 음식물쓰레기를 버려야 한다. 빨래를 돌리고 나면 널고 개는 일이 기다린다"

서울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김모(32)씨의 주말은 대개 이런 식이다. 평일에 미뤄둔 빨래와 청소를 하고 냉장고에 남은 식재료로 한두 끼를 만들어 먹다 보면 어느새 오후다.

김씨는 "혼자 살면 집안일도 적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한 명이라고 화장실 청소를 절반만 하거나 쓰레기를 절반만 버릴 수 있는 건 아니더라"며 "쉬는 날인데 먹고 치우고 정리하다 보면 하루가 간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삶에는 자유가 있지만 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도 오롯이 한 사람의 몫이다.

1명이 살아도 청소·빨래·식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1인가구는 이제 일부의 생활방식이 아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1인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세 집 가운데 한 집 이상이 혼자 사는 가구인 셈이다.

하지만 가구원이 줄어든다고 집을 유지하는 기본 업무까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바닥과 화장실은 정기적으로 청소해야 하고 옷은 빨아야 한다. 음식을 직접 해먹는다면 장보기부터 재료 손질, 조리, 설거지, 음식물쓰레기 처리까지 연쇄적으로 일이 생긴다.

가족이 함께 사는 집에서는 여러 사람이 나눌 수도 있는 일이 1인 가구에서는 원칙적으로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

퇴근 후 식사를 준비하는 것조차 작은 프로젝트가 되기 쉽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1인가구 이모(35)씨는 평일에는 배달음식과 간편식을 주로 먹지만 주말에는 건강을 생각해 직접 요리한다.

문제는 한 끼를 만들기 위해 장을 보면 식재료가 남고, 남은 식재료를 버리지 않으려 다시 요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씨는 "두부 하나, 채소 한 봉지만 사도 한 번에 먹기 어려워 결국 며칠간 비슷한 메뉴를 먹게 된다"며 "요리보다 남은 식재료를 처리하는 게 더 스트레스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소와 밥 준비’는 기분 나쁜 일?

통계에서도 집안일에 대한 부담은 확인된다.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서 통계청이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기분이 좋은지 분석한 결과, 평일 기준 기분이 좋지 않은 행동에는 일과 출근뿐 아니라 청소와 식사 준비가 포함됐다. 특히 청소와 식사 준비는 요일에 관계없이 기분이 좋지 않은 행동 상위권에 들었다.

반면 정작 '먹는 것'은 달랐다. 식사는 대면 교제, 걷기·산책과 함께 사람들이 가장 기분 좋다고 평가한 행동 가운데 하나였다.

한 끼를 먹는 순간은 즐겁지만 그 한 끼를 준비하고 치우는 과정은 반갑지 않은 셈이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도 늘었다.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5년 전과 비교해 혼자 식사한 비율은 아침 2.9%p, 점심 1.4%p, 저녁 2.5%p 각각 상승했다.

1인가구 증가와 함께 혼자 먹는 식사가 일상적인 생활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취력'의 핵심은 잘하는 것보다 덜 하는 것

이 때문에 최근 1인 가구의 살림에서는 모든 것을 직접 잘하는 것보다 집안일의 총량을 줄이는 방식이 중요해지고 있다.

매일 요리하는 대신 한 번 조리해 여러 끼로 나누거나, 손질채소와 냉동식품을 섞어 사용하는 식이다. 로봇청소기나 식기세척기처럼 가사 시간을 줄여주는 제품을 이용하거나 세탁·청소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좁은 집에 많은 물건을 들이지 않고 정리해야 할 대상 자체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는 단순한 '귀찮음'의 문제가 아니다.

가사노동 역시 개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무급 가사노동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음식 준비였고 청소·정리가 뒤를 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는 1인 가구라면 회사에서 퇴근한 뒤 집이라는 또 다른 생활공간을 혼자 관리해야 한다.

결국 '돌아서면 청소하고 먹는 자취일상'은 특별할 것 없는 한 사람의 일기인 동시에 800만 1인 가구가 공유하는 생활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혼자 살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원하는 시간에 쉴 수 있다. 대신 그 자유로운 공간을 계속 굴러가게 만드는 사람도 자신뿐이다.

1인 가구의 생활을 편하게 만드는 해법도 거창한 데 있지 않을 수 있다. 매일 완벽하게 정리된 집과 제대로 차린 세 끼를 목표로 하기보다 어디까지 직접 하고 무엇을 줄이거나 외부에 맡길지를 정하는 것.

혼자 사는 시대의 '살림 잘하기'는 어쩌면 더 부지런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해야 할 생활노동을 얼마나 잘 줄이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미지=AI생성
이미지=AI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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