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열 곳 중 여덟 곳이 하반기 채용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뽑는 인원과 예산은 줄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을 AI발 성장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국가로 꼽지만 정작 청년 고용지표는 4년 가까이 내리막이다.
AI가 만들어내는 성장 기대와 고용 충격이 동시에 나타나는 과도기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채용 문은 열려 있지만 규모는 쪼그라든다
HR테크 플랫폼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담당자 5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하반기 채용 동향' 조사에서 하반기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78.7%로 집계됐다. 채용 방식을 보면 부서·직무 단위로 일부 인원만 충원하겠다는 응답이 61.2%로 가장 많았고 전사 차원의 채용에 나서겠다는 응답은 17.6%에 그쳤다.
채용 의향은 유지됐지만 실제 규모는 눈에 띄게 줄었다. 하반기 채용 예정 인원으로 10명 이하를 꼽은 기업이 78.9%로 전년보다 18.4%포인트 늘었다. 반면 11~30명은 8.6%로 10.2%포인트, 101명 이상은 2.8%로 4.5%포인트 각각 줄었다.
채용 예산도 함께 쪼그라들었다. 300만원 미만을 책정한 기업이 74.3%로 전년보다 37.5%포인트 증가했고 이 중 100만원 미만이 37.2%, 예산을 아예 집행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22.8%에 달했다. 반대로 1000만원 이상을 쓰겠다는 기업은 13.2%로 24.3%포인트 감소했다.
채용 시점도 특정 시즌에서 연중 상시로 달라진 모습이다. 하반기 상시 채용이 42.6%로 가장 많았고 7~9월 29.2%, 10~12월 17.4%, 미정 10.8% 순이었다. 대규모 공채 대신 필요할 때마다 소수 인력을 상시로 채우는 롱테일 채용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채용 업무에 AI를 활용한다는 응답은 80.8%로 전년보다 46.6%포인트 늘었고 업무의 절반 이상을 AI에 맡긴다는 응답도 33.2%로 나타났다.
한국의 AI 성장 잠재력은 상위권
같은 시기 국제기구는 한국을 AI발 성장 수혜국으로 지목하고 있다. IMF는 최근 세계경제전망 수정치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1.9%에서 2.6%로 0.7%포인트 올렸는데 이는 전망 대상 주요 30개국 가운데 가장 큰 상향폭이다. IMF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AI 관련 투자 확대를 근거로 들며 한국을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와 함께 AI 관련 수출 강국으로 명시했다.
앞서 IMF와 한국은행이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진단이 나왔다. 이 연구는 한국의 AI 준비도를 165개국 가운데 15위로 평가하며 선진국과 비교해도 AI 도입 여건이 잘 갖춰진 국가로 분류했다. 모형 시뮬레이션 결과 AI 도입은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1.1~3.2%, 국내총생산(GDP)을 4.2~12.6%까지 끌어올릴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고령화와 노동공급 감소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다만 이런 생산성 증대 효과는 모든 기업에 고르게 나타나지 않고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청년 고용은 47개월째 감소
성장 기대와 달리 청년층이 체감하는 고용시장은 계속 얼어붙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7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87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7만7000명(1.8%) 늘었다. 증가폭은 7개월 연속 20만명 후반대를 유지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이 20만9000명 늘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30대(8만5000명), 50대(3만7000명)가 뒤를 이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에 힘입어 40대도 4000명 늘며 33개월 만에 증가로 돌아섰다.
반면 29세 이하 가입자만 224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5만7000명(2.5%) 줄어 2022년 9월 이후 4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청년층 가입자 감소는 인구 감소 영향이 60%, 고용 감소 영향이 40% 정도로 분석됐으며 경기 부진과 기업의 경력직 선호, AI·로봇 도입, 신규 채용 축소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성장과 고용 사이, 과도기일까
현재 한국 경제는 AI를 통한 성장 잠재력과 청년 고용 충격이라는 상반된 흐름을 동시에 지나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은 채용 문 자체는 닫지 않으면서도 채용 규모와 예산을 줄이고 그 자리를 AI 기반 채용 솔루션으로 채우고 있다.
국가 단위 성장률은 AI 수요에 힘입어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그 성장의 온기가 신규 진입을 앞둔 청년층에게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가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 먼저 집중된다는 연구 결과를 감안하면 이런 온도차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