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 등록해 건강 상태별 관리…월 정액 보상 추진
단독 개원 구조, 의료계 반발, 정보 연계 등 풀어야 할 과제도
고혈압은 내과, 허리 통증은 정형외과, 약 처방은 동네 의원을 찾는다. 여러 병원을 이용해도 환자가 어떤 질환을 앓고 있고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하는 의사는 없는 경우가 다수다.
초고령사회에서 이같은 ‘각자도생형’ 의료 이용을 바꾸기 위해 주민마다 지속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환자가 아플 때마다 의료기관을 골라 방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등록한 일차의료기관이 예방부터 만성질환 관리, 병원 이뢰와 퇴원 후 관리까지 맡도록 의료체계를 재편하자는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초고령사회 지속가능한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주치의 제도 설계 방안’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5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건강보험 재정의 기반이 되는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3740만명에서 2050년 2445만명으로 3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는 의료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는 2008년 10.7년에서 2021년 13.1년으로 벌어졌고 65세 이상 인구의 22.3~35.0%는 세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는 것으로 추정됐다. 건강보험 총지출도 2013년 41조5000억원에서 2025년 102조4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보고서는 의료비 증가 자체보다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의료기관 사이를 연결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을 구조적인 문제로 지목했다. 동네 의원과 병원,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가운데 환자가 스스로 필요한 진료과와 병원을 찾아다니는 ‘의료 쇼핑’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의료기관의 약 1%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2021년 기준 전체 외래 진료비의 약 40%를 차지했다. 진료 의뢰서는 형식적인 서류에 그치고 상급병원 치료가 끝난 환자를 지역 의원으로 돌려보내는 회송 체계도 일부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50세 이상부터 등록…건강 상태따라 4개 군 관리
정부는 오는 9월부터 2029년 8월까지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첫해에는 50세 이상 환자가 원하는 의원에 자율적으로 등록하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등록 환자는 건강 상태와 관리 필요도에 따라 4개 군으로 나뉜다. 1군은 생활습관과 예방 관리, 2군은 만성질환과 합병증 예방, 3군은 복합 만성질환과 중증질환 악화 방지에 초점을 맞춘다. 거동이 불편한 4군에는 방문진료와 재택진료를 제공한다.
환자별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관리 계획을 세우고 약물 관리와 생활 습관 교육, 의료기관 및 돌봄 서비스 연계까지 지원하는 구조다.
기존 주치의 관련 사업보다 대상과 서비스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은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장애인 건강주치의와 만성질환관리, 방문진료 등의 사업이 시행됐지만 특정 질환이나 환자군에 한정돼 있었다.
참여도 저조했다. 방문진료를 실제 시행하고 보험료를 청구한 기관은 전체 의원의 약 0.6%에 그쳤고 만성질환관리 사업에서 의원이 간호사나 영양사 등 케어 코디네이터를 직접 고용한 비율도 2.3%에 불과했다. 진료 건수에 따라 보상받는 현행 행위별수가제 아래에서는 별도 인력을 채용해 환자를 장기간 관리할 유인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진료나 검사 횟수에 따른 수가 외에 환자 한 명을 지속적으로 관리한 대가인 ‘월 포관관리료’ 지급이 제안됐다.
건강 상태가 나쁘거나 방문진료가 필요한 환자일수록 관리료를 높이고 입원율 감소나 만성질환 관리 개선, 환자 만족도 등의 성과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하는 혼합형 보상체계다. 해당 관리료는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 다학제 인력을 고용하거나 공동으로 활용하는 재원으로 쓰도록 했다.
동네 의원이 모든 인력을 직접 고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공공 종합의원’을 지역 거점으로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공공 종합의원이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영양사 등을 고용해 민간 의원과 공유하고 복합 만성질환자 관리와 방문진료, 돌봄 서비스 연결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국내 의원의 81.8%가 의사 한 명이 운영하는 단독 개원 형태여서 장시간 상담과 방문진료, 다학제 협업을 동시에 수행하기 어렵다. 환자의 병원 선택권 제한과 수익 구조 변화를 우려하는 의료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 역시 핵심 과제다. 이에 의원과 병원, 상급종합병원 사이의 전자 의뢰서와 회송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국가가 관리하는 단일 전송망을 통해 환자의 진료 정보를 주치의에게 다시 전달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보고서는 자율 등록과 경제적 혜택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되 시범사업에서 적정 관리료와 건강 개선 효과를 충분한 뒤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