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액 대신 기온·강수량 따지는 ‘지수형 보험’ 주목
폭염과 한파,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기후보험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농작물이나 시설물 피해 보상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온열질환 진단비는 물론 폭염으로 일을 쉬며 발생한 소득 감소와 날씨 악화에 따른 소상공인의 영업손실까지 보장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기후보험을 운영하는 곳 중 하나는 경기도다. 경기도는 도내 주민등록을 둔 도민을 대상으로 별도 가입 절차 없이 기후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보험료는 경기도가 부담한다.
온열·한랭질환 진단을 받으면 15만원을 지급하고 관련 질환이나 기후재해로 응급실을 이용한 경우 10만원을 보장한다. 기후 관련 감염병 진단 시 20만원, 기후재해로 4주 이상 진단을 받은 경우 30만원의 사고위로금도 지급한다.
기후보험의 역할은 병원비 보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제주도는 이달부터 공공 발주 건설현장의 일용근로자를 대상으로 ‘폭염 휴업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오후 1시 이전 폭염경보가 내려져 공사가 전면 중단되면 실제 일을 하지 못한 시간에 따라 최대 4시간까지 소득 손실 일부를 보장한다. 시간당 보장액은 약 1만7000원이다.
기존에는 폭염으로 열사병이나 열탈진 등의 질환이 발생해야 보험금을 받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제주도의 보험은 아프지 않더라도 폭염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한 경제적 손실을 보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폭염에 손님 줄어도 보험금…소상공인까지 확대
기후보험의 보장 대상은 소상공인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KB손해보험의 ‘전통시장 날씨피해 보상보험’은 폭염이나 폭우 등으로 시장 영업에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을 보장한다.
전통시장 상인회나 지방자치단체가 계약자가 되는 단체보험으로, 강수량과 최고·최저기온이 미리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면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한다.
기존 보험에서는 피해가 발생하면 실제 얼마의 손실이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날씨 때문에 시장 손님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그 결과 매출이 정확히 얼마 줄었는지를 개별 상인이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이 보험은 실제 매출 감소액을 일일이 따지는 대신 기온과 강수량 같은 객관적인 날씨 기준을 활용한다. 제주 폭염 휴업보험도 비슷하다. 실제 일당 손실을 일일이 조사하는 대신 폭염경보와 작업 중단 여부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처럼 일정한 기상 조건을 충족하면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지수형 보험’이라고 한다. 복잡한 손해조사 과정을 줄이고 비교적 빠르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기후보험, 더 늘어날까
현재 일반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기후보험은 아직 일부 지자체와 보험사 상품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지자체가 주민이나 기후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보험을 운영할 제도적 기반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법안에는 노인과 야외노동자, 농·어업 종사자 등 기후위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으로 지역의 특성에 따라 보험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다. 폭염이 잦은 지역에서는 야외근로자의 소득 손실을, 집중호우 피해가 많은 지역에서는 침수나 영업손실 등을 보장하는 식이다.
보험업계에서도 기후 위험에 대응하는 상품이 조금씩 늘고 있다. 동양생명은 온열·한랭질환 진단 시 10만원을 지급하는 소액 보험을 선보였고 KB손해보험은 전통시장 기상 피해를 대상으로 한 보험을 운영 중이다.
다만 기후보험이 더 넓게 확산되기 위해서는 과제도 있다.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기후위험 관리 현황’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보험상품의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위험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2025년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은 114.3%, 풍수해보험은 236.4%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면 홍수나 산불 등 자연재해를 보다 넓은 지역에서 확인하고 피해 규모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보험 가입 심사와 보험금 지급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농림위성을 통한 한반도 관측과 국토 위성 영상 공개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보험업계가 실제 보험상품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