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지원은 늘었는데 왜 더 필요한 사람이 못 받나…청년정책의 ‘역진적 효과’
청년 지원은 늘었는데 왜 더 필요한 사람이 못 받나…청년정책의 ‘역진적 효과’
  • 김다솜
  • 승인 2026.08.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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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책 예산 21.6조→28.2조원 확대됐지만 자산격차는 심화
주거정책 이용률 1인가구 15.4%…유배우 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쳐
저소득층은 분양·대출 문턱, 자산형성 정책은 ‘꾸준한 납입’이 장벽

청년을 위한 주거·자산형성 정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혜택은 정책 필요도가 높은 취약 청년보다 상대적으로 소득과 고용 기반이 안정적인 청년에게 더 많이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청년정책의 계층별 귀착 효과 분석 및 정책 재구성 제언: 주거 및 자산형성 지원 정책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정책 총예산은 2021년 21조6000억원에서 2025년 28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정책 범위 역시 고용에서 주거·생활지원·자산형성 등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청년 내부의 경제적 격차는 오히려 커지는 모습이다. 청년층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19에서 2025년 0.561로 상승했고, 상위 20%가 보유한 순자산 비중도 54.6%에서 60.0%로 확대됐다.

제도가 일정한 소득·자산 기준을 두고 취약계층을 포괄하고 있더라도 실제 정책을 이용하는 과정에서는 자기자본과 신용도, 안정적인 소득, 지속적인 저축 여력 등에 따라 계층별 격차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정책이 암묵적으로 4년제 대졸·중산층·근로 청년에 가까운 ‘표준적 청년’을 상정할 경우 저소득·비대졸·비정형 노동 청년의 수혜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격은 되는데 집을 살 돈이 없다

이 같은 문제는 청년 주거정책에서 두드러진다. 청년 주거정책은 분양·임대주택 등 주택공급과 구입·전월세 자금대출, 월세지원 등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분양이나 금융지원이 실제 주택시장 가격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소득 기준만 보면 특별공급 대상은 상당히 넓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40% 이하에 해당하는 청년 가구가 약 90%에 달한다.

하지만 정책상 자격을 갖는 것과 실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6월 수도권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1093만원으로 공급면적 82㎡ 기준 약 9억원 수준이다. 서울에서는 같은 규모의 평균 분양가가 약 15억3000만원에 달한다.

반면 2025년 30대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는 약 410만원으로 나타났다. 연소득 약 5000만원인 청년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30년 만기·연 4%대 대출을 적용받는다고 가정해도 빌릴 수 있는 금액은 약 3억5000만원에 그친다. 

보고서는 수도권 9억원대 분양주택을 취득하려면 부모 지원이나 높은 가구소득 등 상당한 자기자본·상환능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세도 상황은 비슷하다. 보고서가 제시한 2026년 4월 기준 수도권 82㎡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약 3억6000만원, 서울은 약 5억원이다. 청년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최대 2억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에서도 1억6000만원, 서울에서는 3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다.

반면 취약계층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공임대와 월세지원은 공급 규모가 제한적이다. 2025년 공공임대 대기 인원은 약 9만명이었지만 입주 가능 물량은 약 7700가구로 대기자의 8.3% 수준이었다. 월세지원 역시 2026년 계속사업으로 전환됐지만 최대 월 20만원으로 상승한 월세 부담을 충분히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실제 정책 이용 경험에서도 격차가 확인됐다. 2024년 주거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청년 1인가구 중 주거정책을 이용해 본 비율은 15.4%로 유배우 청년가구 39.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청년 1인가구에서는 소득이 낮을수록 이용률이 낮았다. 소득 1분위의 이용 경험은 6.2%에 불과했지만 소득 5분위에서는 21.1%였다. 학력별로도 고졸 이하 청년의 이용률은 8.9%로 대졸자의 18.6%와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주거정책이 제도상 소득·자산 기준을 통해 취약 청년을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 단계에서는 초기 자기자본과 납입 여력, 신용도, 안정적 소득이 부족한 청년이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원 필요도가 높은 집단에 오히려 정책이 적게 도달하는 ‘역진적 귀착’이 발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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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지원도 ‘계속 저축할 수 있는 청년’에게 유리

자산형성 지원정책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나타났다. 청년 자산형성 정책은 일정 기간 가입자가 돈을 납입하면 정부가 기여금이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이 중심이다. 청년미래적금과 청년내일저축계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정책은 저소득층에 더 높은 정부 기여금을 제공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꾸준히 돈을 넣어야 한다.

청년희망적금과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가입자 10명 가운데 약 3명이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해지했다. 중도해지 사유로는 실업·소득 감소가 39.0%로 가장 많았고 긴급 자금 필요가 33.3%를 차지했다.

납입액에 따라서도 차이가 컸다. 2025년 7월 기준 청년도약계좌에서 월 납입액이 10만원 미만인 가입자의 중도해지율은 39.4%였지만 월 최대 한도인 70만원을 납입한 가입자의 중도해지율은 0.9%에 불과했다.

비정규직 청년 역시 상대적으로 불리했다. 19~34세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8.8%였으며 자산형성 사업 참여 경험은 정규직 22.2%, 임시·일용직 18.0%, 특수형태근로자 12.0%로 나타났다.

아예 정책에 진입하지 못하는 청년도 있다. 주요 자산형성 상품은 근로·사업소득 증빙을 가입 조건으로 두고 있어 미취업·구직 청년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 역시 고졸 이하 청년이 평균 1년4.5개월로 대졸 이상 8.8개월보다 약 1.9배 길어 취약 청년일수록 정책 진입 자체가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자산형성 정책 역시 명목상 저소득 청년을 우선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혜택은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갖춘 정규직 청년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에 청년정책의 평가 기준 자체를 ‘얼마나 지원했는가’에서 ‘누구에게 실제 효과가 도달했는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거 분야에서는 분양과 구입자금 대출보다 공공임대 공급을 확대하고 월세지원 수준을 현실화하는 등 현재의 주거 불안을 직접 줄이는 정책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자산형성 정책은 실직이나 소득 감소 때 납입을 유예한 뒤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긴급 상황에서는 일부 금액을 인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취업 청년도 구직·직업훈련 참여 등을 조건으로 정책에 들어올 수 있도록 별도의 경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포함됐다.

아울러 향후에는 소득·자산·학력·고용형태·가구형태별로 정책 신청률과 선정률, 중도탈락률, 만기 유지율, 입주 성공률 등을 분석해 어느 단계에서 취약 청년이 이탈하는지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