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건설사 아파트 경쟁, '생활 경험'에 승부수...커뮤니티만으로 부족하다
[뉴스줌인] 건설사 아파트 경쟁, '생활 경험'에 승부수...커뮤니티만으로 부족하다
  • 정단비
  • 승인 2026.08.3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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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대우건설·GS건설·포스코이앤씨, 브랜드·AI·F&B·층간소음으로 차별화
시설 규모 넘어 입주 후 체감하는 서비스·기술 경쟁으로 주거 상품 세분화

아파트를 둘러싼 건설사들의 경쟁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입지와 브랜드, 평면과 커뮤니티 시설의 규모처럼 눈에 보이는 상품 요소가 주요 차별화 수단이었다면 최근에는 입주 후 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서비스와 기술로 경쟁 영역이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브랜드가 추구하는 주거 가치를 다시 정의했고, 대우건설은 커뮤니티에 AI·로봇과 향기 솔루션을 접목한다. GS건설은 식음 서비스를 커뮤니티 경쟁력으로 제시했고, 포스코이앤씨는 리모델링 시장에서 층간소음이라는 주거 문제를 겨냥한 기술을 내놨다.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완공된 건축물에 한정하지 않고 입주민이 실제로 사용하는 공간과 서비스, 생활 과정에서 체감하는 성능까지 경쟁 범위로 나아가는 모양새다.

래미안, 브랜드 경쟁의 초점을 ‘높이’에서 ‘깊이’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31일 래미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체계를 5년 만에 재정립하고 새로운 브랜드 철학과 슬로건, BI를 공개했다.

새로운 방향은 ‘From Height to Depth(높이에서 깊이로)’다. 슬로건은 ‘Deepen Your Life, RAEMIAN(깊이가 다른 삶, 래미안)’으로 정했다.

사진=래미안 BI 변화 모습
사진=래미안 BI 변화 모습

삼성물산은 주거의 가치를 공간의 크기나 외형뿐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일상, 경험에서도 찾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구체화하는 핵심가치로 ▲고유성(Originality) ▲품격(Dignity) ▲정제(Refinement)를 내세웠다.

BI도 기존 래미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줬다. 래미안을 상징하는 세 개의 수직선은 그대로 두고 공간감과 여백을 강조했으며, 색상은 기존 그린·그레이 계열에서 블랙·화이트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브랜드 변화의 의미는 BI보다 이후 상품과 서비스에 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을 ‘Life Culture Brand’로 확장하면서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넥스트 홈’, 조경 브랜드 ‘네이처 갤러리’, 생활관리 서비스 ‘헤스티아’ 등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신규 BI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에 처음 적용되며 이후 신규 래미안 단지에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물산이 브랜드의 방향을 ‘깊이’로 재설정한 것은 브랜드 경쟁의 기준을 외형적 차별화에서 개인의 생활과 경험으로 넓히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대우건설, 커뮤니티에 AI 로봇과 향기를 넣다

대우건설은 보다 구체적인 생활 서비스를 앞세웠다.

대우건설은 최근 AI 로봇 서비스 기업 엑스와이지(XYZ), 공간 향기 솔루션 기업 딥센트와 각각 업무협약을 맺고 푸르지오 커뮤니티 시설에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엑스와이지와는 AI 스마트 카페 서비스를 공동 기획한다. AI 바리스타 로봇 솔루션 ‘바리스브루’를 활용해 음료 제조와 서비스를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사진=지난 21일 AI 스마트 카페 업무협약 체결식
사진=지난 21일 AI 스마트 카페 업무협약 체결식

해당 서비스는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에 우선 적용할 예정이다. 입주민이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AI·로봇 기술을 직접 경험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딥센트와의 협업을 통해 커뮤니티 공간에 향기 콘텐츠도 적용한다. 공간별 특성과 이용 목적을 고려해 향기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후각까지 커뮤니티 경험의 요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의 전략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기술의 적용 범위다. AI·로봇을 주차나 보안, 에너지 관리 같은 설비 영역에만 한정하지 않고 카페와 같은 일상적인 커뮤니티 서비스로 확장했다.

향기 역시 마찬가지다. 필수 기능이라기보다 공간의 분위기와 인상을 만드는 요소를 서비스 영역에 포함시켰다. 현재 두 서비스는 도입 및 확대를 위한 협력 단계라는 점에서 실제 운영 성과는 향후 확인할 필요가 있다.

GS건설, 커뮤니티 경쟁을 ‘먹는 경험’으로

GS건설은 커뮤니티의 운영 콘텐츠 가운데 식음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GS건설은 지난 26일 프리미엄 F&B 전문 브랜드 고메드갤러리아와 주거단지 내 프리미엄 F&B 서비스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GS건설 이용구 건축주택설계부문장(사진 왼쪽)과 고메드갤러리아 차기팔 대표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GS건설 이용구 건축주택설계부문장(사진 왼쪽)과 고메드갤러리아 차기팔 대표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양사는 단지의 특성과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식음 서비스를 기획한다는 계획이다. GS건설은 서울 목동12단지 재건축정비사업과 안산성포동 주거복합사업 등 주요 프로젝트에 관련 솔루션을 제안할 예정이다.

제안 내용에는 영양 균형을 고려한 올데이 다이닝, 베이커리·스페셜티 카페와 연계한 팝업 라운지, 입주민 전용 케이터링과 소모임·파티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여기서도 경쟁의 대상이 단순한 시설 자체는 아니다. 커뮤니티 공간에 어떤 콘텐츠를 채우고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다.

GS건설 역시 현재 공개된 내용은 협약과 사업지별 서비스 제안 단계다. 향후 실제 사업에 어떤 형태로 반영될지는 프로젝트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포스코이앤씨는 ‘불편’을 겨냥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다른 세 회사와 결이 다르다. 감성이나 서비스보다 주거 성능을 직접 개선하는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포스코이앤씨는 리모델링 아파트 전용 층간소음 저감 기술 ‘AnwoollimR(안울림R)’을 개발하고 지난 7일 국토교통부의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인증’을 국내 최초로 획득했다고 밝혔다.

사진=안울림R 바닥구조 이미지
사진=안울림R 바닥구조 이미지

리모델링은 기존 구조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신축보다 바닥 구조와 천장고 확보에 제약이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바닥과 천장 구조를 함께 개선해 층간소음을 줄이면서 공간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포스코이앤씨 측이 제시한 공인시험기관 측정 결과에서는 중량충격음 3등급, 경량충격음 1등급을 받았다. 층간소음 성능 등급은 숫자가 낮을수록 성능이 우수하다.

이번 기술은 기존 신축 아파트용 층간소음 저감 기술에 이어 리모델링 분야까지 적용 범위를 넓힌 것이다.

포스코이앤씨의 사례는 건설사 경쟁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만큼 기존 주거에서 반복되는 불편을 얼마나 줄이느냐도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설을 넘어 ‘사는 과정’이 경쟁력이 된다

각 건설사의 전략은 서로 다르지만, 건설사가 주택의 차별화 요소를 건축물 자체에만 두지 않고 입주민의 생활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험과 불편까지 넓혀가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커뮤니티 시설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수영장, 골프연습장, 피트니스센터 등 어떤 시설을 넣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시설을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까지 상품의 일부로 제시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수주 경쟁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시공사가 제시하는 주거 상품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조경이나 커뮤니티뿐 아니라 식음 서비스, 스마트 기술, 생활 편의 서비스, 주거 성능 개선 기술 등이 사업 제안의 소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비스와 기술의 이름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입주민이 얼마나 이용하는지, 운영 비용을 감당하면서 지속할 수 있는지, 기술이 기대한 성능을 내는지 등은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건설사들의 차별화 경쟁은 ‘무엇을 지었는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브랜드가 어떤 삶을 제안하는지, 커뮤니티에서 무엇을 경험할 수 있는지, 생활의 불편을 얼마나 줄여주는지까지 경쟁의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아파트가 비슷해질수록 차이는 오히려 작은 생활 영역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향기와 커피처럼 사소해 보이는 서비스부터 층간소음 같은 주거 성능까지, 입주 후 매일 마주하게 되는 요소가 건설사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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