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부담을 낮추겠다며 등장한 5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출시 석 달을 넘겼지만, 정작 전환을 유도하려던 1·2세대 가입자들의 발걸음은 무겁다. 보험료는 최대 50% 이상 저렴해졌지만 보장 범위가 함께 줄어든 탓에, 성급하게 갈아탔다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입은 늘었지만 '자발적 전환'은 15%뿐
금융권 집계를 보면 지난 5월 출시 이후 7월 말까지 석 달간 5세대 실손보험에 새로 들어온 계약은 18만3218건이었다. 이 중 순수 신규 가입자가 13만4315건(73.3%)으로 가장 많았고, 4세대 만기가 돌아와 자동으로 5세대 상품에 재가입한 사례가 2만1429건(11.7%)이었다.
반면 기존 1~4세대 가입자가 스스로 판단해 상품을 옮긴 경우는 2만7474건에 그쳐, 전체 유입의 15.0% 수준에 머물렀다.
출시 이후 매달 유입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7월 말 기준 5세대 실손보험 보유 계약은 전체 실손보험 계약의 0.6%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금융당국이 전환을 가장 유도하고자 했던 1·2세대 가입자의 움직임은 더디다는 평가가 많다. 1·2세대 가입자는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전환 여부가 5세대 실손보험 안착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월 17만원대 보험료, 갈아타면 4만원대로
금융당국이 공개한 시뮬레이션을 보면 체감 차이가 뚜렷하다. 월 보험료가 17만8000원인 60대 여성 1세대 가입자가 근골격계 물리치료나 체외충격파치료, 비급여 주사제 등을 보장에서 빼는 방식으로 기존 상품 안에서만 조정하면 보험료는 10만7000원 선으로 낮아진다.
그런데 아예 5세대로 갈아타면 부담은 4만2000원대까지 내려가고, 11월부터 적용되는 계약전환 할인(3년간 50%)까지 더하면 초기 3년은 2만1000원 안팎까지 떨어질 수 있다. 월 보험료 12만6000원인 2세대 가입자 역시 선택형 할인 특약만으로 8만8000원 수준까지 보험료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낮아진 만큼 보장도 줄어
문제는 보험료가 낮아진 만큼 보장 범위도 좁아졌다는 점이다. 5세대 실손보험은 비중증 비급여 항목의 자기부담률을 최대 50%까지 높였고,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제 등 일부 항목은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이용 횟수 제한이 붙었다.
대신 암이나 뇌혈관 질환처럼 치료비가 급격히 커질 수 있는 중증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는 연간 본인부담 상한 500만원이라는 안전장치를 새로 뒀다.
그런데 정작 세대가 오래될수록 비급여 의료 이용액이 많다는 점이 전환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기준 1인당 비급여 치료 사용액은 1세대가 약44만원, 2세대가 약35만원으로, 3세대(약27만원)와 4세대(약21만원)보다 뚜렷이 높았다.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제를 자주 이용해 온 1·2세대 가입자일수록, 보험료를 아끼려 5세대로 전환했다가 정작 필요한 진료에서 실제 부담해야 할 치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보험료만 보고 갈아탔다가 자칫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병원 방문 적다면 전환도 방안"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평소 병원 이용 빈도가 낮고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가입자라면 5세대 전환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반대로 만성질환 관리나 비급여 진료를 정기적으로 받아온 가입자라면, 당장의 보험료 절감액과 향후 예상되는 치료비 부담을 함께 따져본 뒤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실손보험은 지난해 보험손익이 1조8700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경과손해율도 손익분기점인 85%를 훌쩍 넘는 101.0%에 달했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누적 보험료 인상률은 46.3%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이런 구조적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오는 11월부터 재가입 주기가 없는 초기 1·2세대 가입자가 5세대로 전환할 경우 3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주는 계약전환 할인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며, 2013년 4월 이후 가입한 2세대 후기·3세대 가입자는 15년 만기 조항에 따라 2028년 4월부터 5세대 상품으로 순차 전환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