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높은 습도가 이어지는 여름에는 어지럼증과 두통, 복통, 피로감 등 다양한 건강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뜨거운 날씨에 장시간 노출돼 발생하는 온열질환부터 음식으로 인한 식중독, 과도한 냉방으로 나타나는 이른바 ‘냉방병’까지 원인도 다양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응급실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신고된 환자는 2011년 443명에서 2025년 4460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누적 추정 사망자는 267명으로, 이중 95% 이상이 열사병으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사는 사람은 증상을 지켜보거나 병원에 데려다줄 동거인이 없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할 시점을 놓치기 쉽다. 가벼운 증상으로 여기고 넘어갔다가 탈수나 의식 저하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여름철 자주 나타나는 건강 이상을 증상별로 구분하고 혼자 있을 때 취할 수 있는 초기 대처와 즉시 병원이나 119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신호를 짚어봤다.
땀 쏟고 어지럽다면 의식 상태부터 확인해야
더운 환경에 오래 머문 뒤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 심한 피로, 근육경련이 나타난다면 온열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고 피부가 차갑고 축축해지거나 기운이 빠져 제대로 서 있기 어려운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온열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나 그늘 등 시원한 장소로 이동할 것을 권한다. 옷을 느슨하게 풀고 시원한 물수건이나 선풍기로 몸을 식히고 얼음 주머니가 있다면 목과 겨드랑이, 사타구니 주변에 대면 체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의식이 또렷하고 구토 증상이 없다면 물이나 전해질 음료를 조금씩 마신다. 다만 의식이 흐리거나 부르는 말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물을 먹여서는 안 된다. 물이 기도로 들어가 질식할 위험이 있어서다.
혼자 있다면 증상이 가볍더라도 가족이나 지인에게 현재 상태와 위치를 알려두는 것이 좋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연락해 달라고 요청하고 휴대전화를 손이 닿는 곳에 둔다. 증상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구조대가 들어올 수 있도록 공동현관 출입 방법을 미리 전달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몸을 식히고 수분을 보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경우, 혼자 걷기 어려울 정도의 어지럼증, 경련, 의식 저하가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열사병은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지며 의식 변화나 이상 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 응급질환이다.
구토·설사 반복된다면…탈수 여부 살펴야
고온다습한 여름철 환경은 음식 속 세균과 미생물이 증식하기 좋은 조건을 만든다. 유해한 미생물이나 독소가 포함된 음식을 먹으면 구토와 설사, 복통, 발열이 나타날 수 있다. 원인균과 감염 형태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와 정도는 달라진다.
식중독 증상이 나타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과 전해질 보충이다.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다시 토할 수 있으므로 한 번에 소량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구토나 설사가 심하지 않다면 죽이나 미음 등 기름기가 적고 부드러운 음식을 조금씩 섭취할 수 있다.
혼자 사는 경우 화장실을 오가다 어지럼증으로 넘어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바닥의 물기나 장애물을 치우고 휴대전화를 가까운 곳에 둔다. 구토 가능성이 있다면 똑바로 누워 있기보다 몸을 옆으로 돌려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한다.
증상 시작 시간과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 구토·설사 횟수, 체온, 혈변 여부를 기록해두면 진료를 받을 때 도움이 된다. 같은 음식을 먹은 사람에게 비슷한 증상이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설사는 장내 독소나 원인 물질을 배출하는 과정일 수 있으므로 지사제를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항생제 역시 모든 식중독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의료진의 판단 없이 복용해서는 안 된다.
구토가 계속돼 물을 마실 수 없거나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경우, 일어설 때 심하게 어지러운 경우에는 탈수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 혈변이나 고열이 나타나거나 복통이 심해지는 경우에도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혈변이나 발열, 심한 설사·구토가 있는 경우 수액 등 추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에어컨 켠 뒤 두통·피로, 모두 냉방병은 아니다
냉방이 강한 공간에 오래 머문 뒤 두통과 근육통, 피로감, 콧물, 코막힘, 소화불량이 나타나면 흔히 ‘냉방병’을 떠올린다. 다만 냉방병은 특성 질환을 가리키는 정식 의학 용어가 아니다. 냉방 중인 실내에 장시간 머물 때 나타나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나 두통, 권태감, 위장 장애를 통칭하는 일반적 표현이다.
실내외 온도 차가 큰 환경을 반복해서 오가거나 찬바람을 직접 맞으면 몸이 급격한 온도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진다. 냉방기를 장시간 가동해 건조해지면 호흡기 점막이 마르면서 콧물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가볍다면 냉방 강도를 낮추고 찬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풍향을 조절한다. 얇은 겉옷이나 양말로 체온을 유지하고 주기적으로 환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체온과 증상 변화를 살펴야 한다.
문제는 감염성 질호나을 단순한 냉방병으로 오인하는 경우다. 냉방을 줄이고 쉬었는데도 증상이 계속 심해지거나 고열과 오한, 심한 기침, 가슴 통증, 호흡곤란이 나타난다면 감기나 독감, 폐렴 등 다른 질환일 수 있다.
특히 레지오넬라균 감염은 열감과 두통, 근육통, 설사 등 냉방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레지오넬라균은 냉각탑수나 에어컨 등 오염된 물 계통에서 번식해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등 면역기능이 약한 사람은 증상을 냉방병으로 단정하지 말고 의료기관에서 진료받는 것이 좋다.
혼자 병원 가기 전 증상 기록부터
1인가구는 갑자기 아플 때를 대비해 평소 긴급연락처와 복용 중인 약, 약물 알레르기 정보를 휴대전화나 메모지에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신분증이나 모바일 건강보험증의 위치도 알아둬야 한다.
병원으로 이동하기 전에는 증상이 시작된 시간과 체온, 구토나 설사 횟수, 복용한 약을 기록한다. 지인에게 어느 병원으로 이동하는지 알리고 진료가 끝난 뒤 다시 연락하기로 정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심한 어지럼증이나 의식 저하, 호흡곤란이 있는 상태에서 직접 운전하거나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스스로 이동하기 어렵거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면 119에 신고해야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경우에는 갑작스러운 입원에 대비해 대신 돌봐줄 사람과 사료·용품의 위치를 미리 공유해두면 응급상황에서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응급실이나 병원 진료를 받은 뒤 실손보험을 청구하려면 진료비 영수증과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을 챙겨두는 것이 좋다. 다만 보장 범위와 자기부담금, 필요한 서류는 가입 시기와 보험상품, 진료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보험사나 약관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