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한국, '5조원 소송전' 떠들석…무슨 일이길래?
론스타-한국, '5조원 소송전' 떠들석…무슨 일이길래?
  • 채신화 기자
  • 승인 2015.05.14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대 쟁점,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지연 문제…"진행 과정 밝혀라"
▲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간에 진행되는 5조원 규모의 소송이 오는 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 ⓒ CNBC 캡쳐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간에 진행되는 5조원 규모의 소송이 본격 시작될 예정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론스타는 지난 1998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14년간 4조7000억원대의 막대한 차익을 챙기고 빠져나가 이른바 '먹튀' 한 대표적 외국계 자본이다.

세계은행 산하 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오는 15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 본부에서 한국 정부와 론스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1차 심리를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오는 24일(현지시간)까지 열흘간 열리는 이번 심리는 소송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일반인들이 참관하지 못하는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된다.

론스타 '먹튀' 사건의 전말은?
외환은행 매각 차익 '4조6000억원'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한국에 진출한 론스타는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 등을 싼 값에 사들이고 비싼 값에 되팔아 이익을 냈다.

이어 론스타는 지난 2000년부터 현대산업개발이 소유한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를 6330억원에 인수하고 3년 뒤 되팔아 3000억원의 차익을 냈으며, 스타리스와 극동건설도 인수 후 매각해 약 860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부동산에서도 상당한 이익을 내던 론스타는 지난 2003년부터 은행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대주주였던 코메르츠방크가 론스타펀드(LSF)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했고, 론스타펀드는 지난 2003년 8월 27일 1조3800억원에 외환은행을 공식 인수했다.

당시 론스타펀드는 외환은행의 지분 51%를 인수했지만 외환은행을 인수할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산업자본 논란'에 휩싸였다.

외국계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을 10%(의결권은 4%) 이상 보유할 수 없었던 당시 론스타는 골프장, 호텔, 건설 등의 비중이 큰 산업자본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이후 론스타는 탈세 및 배당금 등의 잇따른 논란으로 인수 3년여만인 지난 2006년 1월 외환은행매각 계획을 발표했는데, 매각 과정은 쉽지 않았다.

초기에는 KB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가 그해 계약이 파기됐으며, 지난 2007년 9월 HSBC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5조9376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가 이내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며 계약이 철회된 것이다.

▲ 지난 2011년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외환은행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이 론스타 징벌매각을 촉구하는 모습. ⓒ 뉴시스

결국 론스타는 지난 2010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 규모로 외환은행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통해 론스타가 거둬들인 차익은 무려 4조6635억원에 달한다.

배당금 총액 1조7099억원, 과거 보유지분 일부 블록세일을 통한 수익 1조1928억원, 하나금융과 지분 매매계약 대금 3조9157억원 등이 그 내역이다.

이를 통해 론스타의 '먹튀' 논란이 불거지자 과세당국은 론스타에 세무조사를 착수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했고, 론스타는 이에 불복하며 과세당국을 상대로 3876억원의 세금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론스타는 1040억원 상당의 법인세 소송에서는 패소했지만,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한 1200억원대 소득세 소송에서는 승소 판결을 얻어 냈다.

이어 론스타는 지난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 국가간 소송(ISD)을 제기했고, 다음해 5월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기한 중재 신청에 대한 중재 재판부 구성이 완료됐다.

ISD는 국외 투자자가 특정 국가에 투자했다가 해당국의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기구의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통상 최종 판정이 내려지기까지는 1년 이상이 소요되나, 당사자들이 손해배상액에 절충하는 등 합의를 도출할 경우 수개월 내에도 중재가 이뤄질 수 있다.

'피 튀기는(?)' 소송전, 그 쟁점과 향후 일정은?
국민 혈세 걸린 소송, "진행과정 공개하라"

이번 소송전의 1차 심리에서는 '외환은행 매각승인 절차'와 '과세 문제'를 둘러싼 론스타 측의 주장과 우리 정부의 반론을 청취하는 초기 구두심문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듣는 증인심문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론스타는 국내 로펌인 세종과 미국 대형로펌인 시들리 오스틴을, 한국 정부는 태평양과 아널드 앤드 포터를 각각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워 치열한 법정 공방을 전개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 정부는 이번 소송전의 중요성을 고려해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등 6개 유관 정부부처 팀장급 실무자 10여 명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워싱턴 현지에 파견했다.

이번 심리에는 지난 2007∼2012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승인 과정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금융당국이나 경제부처 수장들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번 소송전의 최우선 쟁점은 소송의 성립 여부를 다투는 관할권 문제다.

이는 론스타가 이번 소송의 근거로 내세운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협정(BIT)'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따지는 문제다.

벨기에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 형태의 자회사들을 통해 외환은행, 강남 스타타워 빌딩, 극동건설 등에 투자했던 론스타는 이 같은 투자 행위가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자회사들이 실체가 없는 만큼 투자협정으로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14일 ISD쟁점 설명회를 열고 "정부가 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배상액으로 5조원대의 국가 예산을 써야 하는 만큼 납세자인 국민이 그 내용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뉴시스

이 쟁점은 론스타에 대한 과세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론스타는 이 같은 투자협정을 근거로 국세청이 스타타워 빌딩과 하나금융 매각수익 등에 대해 8000억 원대의 세금을 부과한 것이 부당하는 입장이나, 우리 정부는 론스타 자회사들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만든 '도관회사(導管會社·Conduit Company)'들로서 투자협정과 무관한 만큼 세금부과가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여러 쟁점 중에서도 이번 소송에서 가장 큰  쟁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지연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론스타는 지난 2003년 10월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사들인 뒤 지난 2012년에 이르러 3조9157억 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넘겨 엄청난 차익을 챙긴 바 있다.

하지만 론스타는 지난 2007년 9월 HSBC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5조9376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했음에도 한국 정부가 매각승인을 지연시키는 바람에 더 큰 매각차익을 올리지 못했다며 한국 정부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의혹에 대한 배임 사건과 외환은행-카드 합병 관련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섣불리 매각을 승인해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번 1차 심리에 이어 2차 심리는 오는 6월 29일부터 열흘간 열려 주요 쟁점에 대한 구두심문과 증인심문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번 ISD에 대해 "정부가 세금으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진행과정 일체를 비밀에 붙이고 있다"며 진행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역시 같은 날  ISD쟁점 설명회를 열고 "정부가 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배상액으로 5조원대의 국가 예산을 써야 하는 만큼 납세자인 국민이 그 내용을 알아야 한다"고 ICSID에 참관신청서를 냈다.

(데일리팝=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