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이 인공지능(AI) 사업의 무게중심을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실행 환경으로 넓히고 있다. 이번에는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와 손잡고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활용한 온프레미스형 AI 전환(AX) 시장을 겨냥한다. 에이전틱 OS와 NPU를 결합한 어플라이언스를 통해 기업과 공공기관의 AI 도입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컴은 8일 계열사 한컴이노스트림, 퓨리오사AI와 AX 사업 협력을 위한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세 회사는 한컴의 에이전틱 OS와 퓨리오사AI의 2세대 AI 가속기 ‘RNGD’를 결합한 AX 어플라이언스를 공동 개발하고 제품화를 추진한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AI 반도체 도입보다는 한컴이 추진하는 에이전틱 OS 사업에 AI 연산 인프라를 결합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에이전틱 OS에 NPU를 붙이는 이유
최근 기업용 AI 활용은 질문에 답하거나 문서를 요약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사내 데이터와 업무 시스템을 연결하고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 과정에 투입될수록 이를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연산 환경의 중요성도 커진다.
특히 기업과 공공기관은 내부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로 전송하는 데 따른 보안 문제나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필요한 환경을 자체 서버나 데이터센터에 구축하는 온프레미스 방식도 기업용 AI 도입 방식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NPU는 AI 연산에 특화된 프로세서다. 설계와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따라 특정 AI 추론 환경에서 전력 효율 등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AI 모델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기업 환경에서는 성능뿐 아니라 전력과 운영 비용, 시스템 안정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컴이 이번 협력에서 NPU를 단순한 하드웨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틱 OS가 작동하는 기반 가운데 하나로 활용하려는 이유다.
퓨리오사AI의 RNGD는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에이전틱 AI 등의 추론을 겨냥한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다. 퓨리오사AI는 RNGD에 HBM3 메모리를 적용하고 AI 추론 작업을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스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컴은 RNGD를 탑재한 PoC용 AX 어플라이언스를 퓨리오사AI와 공동 개발하고, 에이전틱 OS를 NPU 환경에 맞게 최적화하는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컴의 AI 전략, ‘소프트웨어’에서 실행 환경으로
이번 협력은 한컴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사업 방향과 맞닿아 있다.
한컴은 사명을 ‘한글과컴퓨터’에서 ‘한컴’으로 변경하고 에이전틱 OS를 중심으로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에이전틱 OS는 기업의 데이터와 시스템, AI를 연결해 AI 에이전트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NPU 기반 연산 환경을 결합하면 기업 고객에게 AI 솔루션과 함께 이를 구동할 수 있는 구축형 환경을 제안할 수 있다.
특히 온프레미스 방식은 금융·공공·기업 등 내부 정보의 외부 유출을 우려하거나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가 중요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있다. 한컴 입장에서는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 고객 기반을 AI 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접점이기도 하다.
교육부터 영업까지…NPU 생태계도 함께 만든다
이번 협력에서 한컴이노스트림의 역할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한컴이노스트림은 퓨리오사AI의 NPU 공인 교육기관으로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NPU 전문인력 양성에 나선다. 초급부터 전문가 단계까지 수준별·직무별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정부·대학·기업 등과 연계해 교육 수요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교육 과정에서 확인된 NPU 도입 수요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구조도 마련한다. 한컴이노스트림이 교육을 통해 발굴한 잠재 고객의 수요를 퓨리오사AI와 연계하고, 한컴은 이를 에이전틱 OS 기반 AX 사업으로 확장한다.
퓨리오사AI는 NPU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스택,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 교육에 필요한 기술 표준과 커리큘럼 개발에도 협력한다.
세 회사는 단순한 하드웨어 공동개발에 그치지 않고 인력 양성→기술 검증→PoC→제품화→영업으로 이어지는 협력 구조를 구축하려는 셈이다.
NPU가 기업 시장에서 실제로 확산되려면 반도체 성능뿐 아니라 이를 활용할 개발자와 운영 인력, AI 모델 최적화 기술,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함께 필요하다. 한컴과 퓨리오사AI가 교육과 기술 검증을 협력 범위에 포함한 것도 이런 시장 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