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한국인의 건강 경제학③ 건강하게 늙고 싶지만 경제력이 부족하다…웰에이징의 현실적 장벽
달라진 한국인의 건강 경제학③ 건강하게 늙고 싶지만 경제력이 부족하다…웰에이징의 현실적 장벽
  • 안지연
  • 승인 2026.10.2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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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후에 관심 59.9%·실제 관리 29.8%…인식과 실천 사이 30.1%p 격차
경제력 부족 응답 59.8%로 신체·정신 건강보다 높아…20대부터 노후 자금 걱정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건강하게 나이 드는 '웰에이징(Well-aging)'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노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건강관리 방법 못지않게 경제적 여건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는 의지는 크지만 이를 뒷받침할 경제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한 노후를 위해 부족한 조건으로 신체나 정신 건강보다 경제력을 더 많이 지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노후 건강관리가 개인의 생활습관뿐 아니라 경제적 기반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6 한국 웰니스 보고서'에 따르면, 20~60대 성인 2000명 가운데 웰에이징에 관심이 많다는 응답은 59.9%였다. 반면 실제로 웰에이징을 위해 관리하고 있다는 응답은 29.8%에 그쳤다.

두 응답률의 차이는 30.1%p다. 관심이 실제 관리 노력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료=
(자료=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건강한 노후의 최대 부족 요소는 '경제력'

웰에이징을 위해 중요한 요소를 묻는 질문에서는 신체 건강이 67.8%로 가장 높았다. 정신 건강은 54.9%, 충분한 경제력은 49.8%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현재 부족하다고 느끼는 요소에서는 순위가 달라졌다.

'충분한 경제력'을 꼽은 응답이 59.8%로 가장 많았고 신체 건강(42.3%), 정신 건강(30.9%)이 뒤를 이었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와 현재 무엇이 부족한지를 바라보는 인식에 차이가 있는 셈이다.

특히 경제력은 전 연령대에서 부족한 요소 1순위로 꼽혔다. 20대의 경우 건강한 노후를 위해 중요한 요소에서도 경제력이 신체 건강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노후 문제가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만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젊은 세대 역시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관리 지출에도 차이…예방을 위한 투자 여력은 충분한가

건강관리에 투입하는 비용에서도 생활 여건에 따른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1인당 월평균 건강관리 지출은 21만3000원이다. 운동과 건강기능식품, 만성질환 치료, 정신 상담·치료 등에 사용하는 비용을 합산한 금액이다.

삶의 만족도에 따라 지출 규모는 달랐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응답자는 건강관리에 월평균 25만2000원을 사용한 반면, 만족도가 낮은 응답자는 17만2000원을 지출했다. 두 집단의 차이는 월 8만원으로, 만족도가 높은 집단의 지출액이 약 1.5배 많았다.

물론 지출이 많다고 반드시 건강관리를 잘하거나 건강 상태가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질환 치료 등으로 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고, 삶의 만족도와 건강관리 지출의 관계에는 소득과 건강 상태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건강관리에는 지속적인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경제적 여력은 중요한 변수다. 정기적인 운동과 검진, 영양 관리 등을 장기간 유지하려면 시간뿐 아니라 일정한 지출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웰에이징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자료=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노후자금 준비 37.5%…건강관리와 재무관리의 접점

실제 웰에이징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행동에서도 경제적 준비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가장 많은 응답자가 실천하는 활동은 주기적인 건강검진 등을 포함한 '질병 예방 및 관리'(44.3%)였다. 이어 근력 유지를 위한 운동(39.7%), 노후자금 마련(37.5%), 취미·여가 활동(35.1%), 마음 건강 관리(34.8%) 순이었다.

노후자금 마련이 근력 운동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실천하는 웰에이징 활동에 오른 것이다.

연령대별 노후자금 마련 실천 응답률은 20대 약 29%에서 60대 약 44%로 높아졌다. 은퇴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경제적 준비에 나서는 비율이 높아지는 흐름이다.

하지만 노후자금을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만으로 충분한 경제적 기반을 확보했다고 볼 수는 없다. 적립 규모나 예상 은퇴소득, 의료·돌봄비 부담 등을 함께 고려해야 실제 준비 수준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후 건강관리는 생활비와 분리하기 어려운 지출이다. 은퇴 이후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기적인 건강관리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재무관리와 건강관리를 별개의 과제로 바라보기 어렵다.

건강수명 시대, 경제적 격차가 새로운 과제

웰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배경에는 노화에 대한 인식 변화도 있다.

조사에서 나이 듦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응답은 67.8%였다. 노화에 대응하는 방식 역시 노화 속도를 늦추거나 징후를 되돌리려는 접근보다 노화를 수용하면서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식을 추구한다는 응답이 44.8%로 가장 많았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개념이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넘어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유지하고 사회적 관계와 삶의 만족도를 지속하는 문제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건강관리의 경제적 접근성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소득과 자산에 따라 운동·영양·예방적 건강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달라질 수 있고, 그 차이가 장기간 누적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보고서만으로 실제 경제적 격차가 건강수명 격차를 얼마나 확대하는지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것은 건강한 노후를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상당수가 경제적 기반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사실이다.

웰에이징 시장이 커질수록 고가의 건강관리 서비스 확대뿐 아니라 다양한 소득계층이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관리 방식과 공공 지원의 역할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건강하게 나이 드는 일이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만의 선택지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초고령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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