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이 늘면서 한국과 일본이 사회적 고립에 대응하는 정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일본은 고립 위험이 있는 사람을 생전에 찾아 지원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이 정보를 공유하는 지역협의회 제도를 법에 담았다. 한국도 고독사 사망자를 집계하고 사후 대응하는 데서 나아가 사회적 고립 자체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데일리팝이 일본 내각부와 한국 보건복지부 자료, 양국 관련 법령을 살펴봤다.
일본, 관계기관 정보 공유하는 지역협의회 제도화
일본은 2023년 5월 국회를 통과한 '고독·고립대책추진법'을 2024년 4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기관과 단체, 관련 업무 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고독·고립대책 지역협의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협의회 설치가 의무는 아니다. 법 조문은 지자체가 협의회를 설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협의회는 고립 위험이 있는 사람을 지원하기 위해 관계기관 간 정보를 공유하고 지원 내용을 협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필요한 경우 구성기관에 지원 대상자의 정보를 요청할 수도 있다. 개인정보가 오가는 만큼 비밀유지 의무도 법에 명시했다.
협의회 업무를 수행했거나 수행 중인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면 1년 이하의 구금형 또는 5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제도 시행에도 협의회 설치 지자체는 72곳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실제 현장에 제도가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 내각부 고독·고립대책추진본부의 중점계획에 따르면 2026년 3월 31일 기준 지역협의회를 설치한 지자체는 72곳이다. 도도부현 3곳과 시구정촌 69곳으로 집계됐다.
내각부는 협의회나 민관연계 플랫폼 등 관련 기반을 마련하지 않은 지자체 가운데 설치 방법이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르겠다고 답한 곳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초지자체에 해당하는 시구정촌의 설치 실적이 저조하다는 점을 과제로 꼽았다.
일본 정부는 단신세대와 단신 고령세대의 증가가 고독·고립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령층뿐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는 세대까지 정책 대상으로 삼고, 고립이 장기화하거나 고립사로 이어지기 전에 관계망과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 고독사 3924명…전년보다 7.2% 증가
한국의 현행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가족·친척 등 주변 사람과 단절된 채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이나 병사 등으로 사망하는 것을 고독사로 정의한다.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한 것도 주요 내용이다. 사회적 고립 상태 자체보다는 그 결과로 발생한 사망을 파악하는 데서 정책이 출발했다.
보건복지부가 2025년 11월 27일 발표한 제3차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으로, 2023년 3661명보다 263명(7.2%) 증가했다.
복지부는 전국 1인가구 비율이 2023년 35.5%에서 2024년 36.1%로 상승한 점도 고독사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 이후 대응에서 고립 위험군 조기 발굴로
정부는 고독사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 징후를 파악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복지부는 2026년 2월 27일 개통한 '고독사위기대응시스템'에 체납, 자살 위험, 알코올질환, 전기 사용량 변화 등 위기정보 27종을 연계했다. 시스템이 파악한 위험 대상자는 복지 사각지대 조사 일정에 맞춰 연 4회, 약 18만명 규모로 지자체에 전달할 계획이다.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복지부는 2026년 5월 13일 열린 '2026년 고독사 예방 협의회'에서 현행 고독사예방법을 '(가칭) 사회적 고립 예방법'으로 전부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고독사 발생 이후의 대응을 넘어 사회적 고립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고립 위험군의 규모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의 변화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제1차관을 '사회적 고립 전담차관'으로 지정해 부처 간 협력을 조정하고, 기존 고독사 예방 협의회를 '사회적 고립 예방 위원회'로 확대·개편하는 방안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고립 문제를 사망 이후의 대응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정책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은 관계기관이 정보를 공유하는 지역 단위 협력체계를 법으로 마련했지만 실제 설치는 제한적인 수준이다. 한국은 위기정보를 활용한 조기 발굴과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은 위험 신호를 얼마나 정확히 찾아내는지뿐 아니라 발굴된 사람을 실제 지원으로 연결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을 갖추는 데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