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농업법인 대거 적발…관리감독 허술
'부동산 투기' 농업법인 대거 적발…관리감독 허술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3.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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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목적임을 쉽게 알 수 있음에도 증명서 발급한 공무원에 징계 요구
▲ 농업법인이 '농업경영 목적의 농지를 취득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해 부동산 투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뉴시스

농업법인이 '농업경영 목적의 농지를 취득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해 부동산 투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월 28일부터 11월 27일까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국세청 등을 대상으로 '농업법인의 사업 운영에 대한 관리실태' 등을 점검해 총 15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농지거래가 빈번한 상위 20개 농업법인을 중심으로 점검한 결과 A농업법인은 영천시 등 3개 시·군 소재 농지 16만1603㎡(150필지)를 매수해 이 중 96.7%를 155명에게 매도하는 등, 농업법인들은 법인별 최소 3회부터 최대 150회에 걸쳐 매수한 141만6470.2㎡(776필지)의 농지 중 74%를 최소 4회에서 최대 151회에 걸쳐 2618명에게 매도했다.

특히 서산시에 소재한 B농업법인의 경우 지난해 7월에만 5차례에 걸쳐 농지를 취득한 당일 제3자에게 매도하는 방식으로 4억8100만원의 매매차액을 남긴 사례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B농업법인의 C씨는 농지 매수를 위해 '위 토지에 자기 노동력으로 채소와 잡곡을 재배하겠다'는 허위의 농업경영계획서를 첨부해 취득자격증명을 신청해 투기 목적임을 쉽게 알수 있었지만, 서산시 공무원 D씨는 증명서를 발급했다.

D씨는 C씨에게 '같은 날 2건의 농지취득자격증명이 발급되면 제3자가 보더라도 하나는 허위라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시차를 두어 접수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개 농업법인 중 16개는 법인세 신고서상 업태를 '부동산업 및 임대업' 또는 '건설업'으로 신고했고, 업태에 '농업'이 포함된 나머지 4개 법인의 경우도 부동산 매매업 이외에 다른 사업 매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2013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토지 매도금액이 10억원 이상인 41개 농업법인들의 양도차익 법인세 납부실태 점검 결과, 예산세무서 관할 E법인 등 31개 농업법인이 농지 등 비사업용 토지를 매각해 440억여원의 양도차익을 실현하고도 추가 법인세 81억여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감사원은 국세청장에게 해당 농업법인으로부터 부족 징수된 법인세를 징수하는 등 농업법인의 비사업용 토지거래에 대해 법인세 과세가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통보했다.

한편 농지를 취득할 수 있는 규정을 악용해 농업법인의 투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현황파악이나 사후조치 강화 방안 등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감사원은 농식품부 장관에게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19개 농업법인에 대해 고발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농업법인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또 서산시장 등에 농업경영계획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4개 농업법인에 대해 고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고 부당처리 공무원 D씨를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