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시선] 오리온, '유통 인프라 확보' 결국 차선책 택했나
[남다른 시선] 오리온, '유통 인프라 확보' 결국 차선책 택했나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6.06.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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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농협-오리온 합작법인 설립 계약 체결식

농협과 오리온이 합작법인 설립한다는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프리미엄 가공식품을 생산한다는 목적이다.

17일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지주와 오리온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오는 7월 농업회사법인 형태의 합작법인을 설립, 농협이 국산 농산물을 공급하고 합작법인에서 생산한 제품을 오리온이 판매하는 형태로 협력하기로 했다.

오리온은 내심 농협의 유통 인프라를 기대하는 눈치다.

합작법인은 농협과 오리온이 각각 51%, 49%의 지분을 가지며, 내년 하반기 준공 계획인 공장은 경남 밀양시 부북면 제대 농공단지에 세워진다. 사업부지 1만1000평(3만6000㎡), 연면적 약 5000평(1만7000㎡) 규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리온과 농협의 협력이 유통업 진출을 원해왔던 오리온의 니즈와 맞아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 이마트에서 자리를 옮긴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2년여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인 것이 없었다는 점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리온은 60년 동안 제과기업으로 터를 닦아왔지만 업종의 한계를 느끼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베트남 등 해외법인이 주도하고 있는 실적 상승 속에 한국법인은 지지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어 '본사가 중국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를 듣기도 한다. 중국 법인의 매출을 이미 한국 법인을 뛰어넘어 훨씬 웃돌고 있다.

이에 오리온은 제과기업을 넘어 유통업에 진출해 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시도를 했으나 좌절을 맛봤다.

지난해 홈플러스 인수에 나선 오리온은 증시에서 자금력과 사업전략 등을 지적받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오리온의 홈플러스 인수 참여 발표시 추락했던 주가가 인수 무산이 알려지자 다시 오히려 더 오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오리온은 매물로 나온 킴스클럽의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는 등 대놓고(?) 유통업 진출을 원해왔다. 다만 킴스클럽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오리온은 직접 유통매장을 인수하는 것이 아닌 농협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농협은 전국적으로 하나로마트를 비롯해 2000여개가 넘는 소매매장, 지역단위 농협까지 그야말로 방대한 유통력을 자랑한다.

오리온의 이같은 선택이 향후 한국법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